[김병지 칼럼] '포병지', '인터넷 방송'을 바라보는 김병지의 시선

2017. 1.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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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보시는 연령대에 따라 확연히 갈릴 주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인터넷 방송’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행여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BJ에 대해 생경하신 분들이라도 끝까지 글을 보시고 세대간의 소통에 대해 공감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BJ 감스트나 효근을 혹 아시나요?

저 김병지하면 피파온라인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은 ‘포(4)병지 사건 아저씨’로 부르곤 합니다. 꽁지머리나 골 넣는 골키퍼, 드리블 하는 골키퍼정도는 들어봤어도 처음에는 저 역시 ‘포병지’라는 말이 뭔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제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시더군요.

BJ감스트와 합동방송을 하기도 했던 김병지. 인터넷 커뮤니티

그 동영상이 바로 인터넷 방송계에서는 전설로 회자되는 BJ 감스트의 ‘포병지 동영상’입니다. FIFA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 하던 BJ 감스트는 슬프게도 가치가 가장 낮은 캐릭터인 ‘2002년 김병지 캐릭터(카드)’를 연속해서 네 장이나 뽑았습니다. 이후 그 캐릭터들을 ‘강화(캐릭터 업그레이드)’까지 시켰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연속 네번씩이나 실패했습니다. BJ 감스트가 이때 온갖 욕설과 웃긴 말들로 큰 웃음을 줬고 그 동영상은 유튜브 그리고 또다른 영상으로 퍼다나르는 덕에 천만뷰 이상 보는 인기 영상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영상을 보고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사실 저희 아들 녀석들이 그 게임을 좋아해서 ‘현질(게임 아이템을 돈으로 구매하는 것)’을 하겠다고 저한테 용돈을 타갔기 때문이죠. 아버지로서 그게 뭔지는 알아야할 것 같아 물어보았고 애들과 소통을 위해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BJ 감스트의 ‘포병지 동영상’사건이 터졌고 동영상을 보니 정말 웃기더군요.

이후 욕설이 난무한 그 영상에 대해 제가 SNS를 통해(사진 1) 언급했고 BJ 감스트 역시 죽을죄를 지었다며 제 캐릭터를 꼭 그 게임에서 쓰겠다고 하더군요. 이후 이 친구는 제 은퇴식에도 찾아와 저의 제2의 출발에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죠.


https://youtu.be/kNXUBTNAD4w

사진1. 김병지, 감스트 SNS

물론 저 역시 나이가 있다 보니 인터넷 방송이나 BJ에 대해 편견은 존재했습니다. 딱히 찾아보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고 어린친구들이 보고 즐기는 잠시의 유행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스트와 ‘포병지 사건’ 이후 인터넷 방송과 BJ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영향력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저는 20여년간 불리던 ‘꽁지머리’와 같은 별명보다 ‘포병지’나 ‘윙병지(축구게임에서 골키퍼임에도 김병지 캐릭터는 윙으로 뛸 수 있는 능력치가 존재한다)’ 등으로 불리더군요. 새로운 세상의 마게팅과 홍보 였습니다.

인터넷 방송을 나오고 게임을 통해서도 제 존재가 어필되니 아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졌습니다. (김)산이 녀석도 그 게임에서는 골키퍼나 간혹가다 윙으로서 저를 써준다고 말해주고 때로는 득점을 하는 선수로 강화시켜서 리플레이를 보여주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요.

감스트와의 인연이 있었지만, 피파온라인 유저들의 뜨거운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직접 인터넷 방송에 합동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TV방송이나 라디오 방송은 많이 해봤지만 인터넷 방송은 또 다른 세계더군요. 많은 분들과 일대일 소통이 가능하고 일반 방송과 다르게 언어의 수위도 높고 훨씬 재밌더군요. 인터넷 상에서 유명했던 저와 감스트의 조합이었기에 많은 분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감스트나 ‘피파 대통령’으로 불리는 효근과도 만나며 친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터넷 BJ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것은 물론 그들 역시 나름의 고뇌와 진지함으로 이 직업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노력 한만큼 그 업계에서는 인정받고 예우를 받더군요.

그래서인지 요즘 어린 학생들에게 인터넷 BJ나 유튜브와 같은 1인미디어를 하는 것이 장래희망 상위 순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인기 최상위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위협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지만 30대만 되도 이러한 인기에 대해 굉장히 단절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10, 20대는 인터넷 방송이나 BJ, 유튜브에 열광하는데 30대 이상은 응 나두 알지? 라고 여기는 분위기랄까요. 이러한 것들로 세대 간에 이질감이 생기고 이해를 못하고 다르다고 느끼는 감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는 기성세대 그리고 아빠와 아들간의 소통과 관심의 노력만이 세대차이와 아빠와 아들간의 관계도 친구같은 아빠처럼 좋아질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젊은 세대는 조금만 더 쉽게 기성세대를 위해 배려하고 기성세대는 배우려는 노력을 할 때 왜 어린 친구들이 장래희망으로 BJ를 꿈꾸고 1인 미디어를 하고 싶어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SNS나 다소 거친 인터넷 방송을 두고 ‘적절치 못하다. 이용해서 오히려 독만 된다’고 말하는 여론도 있지만 결국 이것들은 ‘도구’입니다. 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도 좋게 쓰면 광산 채굴에 쓸 수 있지만 나쁘게 쓰면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본인이 제대로만 쓴다면 자신을 세상에 올바르게 표출하는 것은 물론 인기 BJ들처럼 직업으로서 큰 성공을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인터넷 방송이나 1인 미디어들을 보면서 이것들을 잘 활용한다면 K리그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알기론 K리그는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에서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것으로 아는데 문호를 조금 더 개방하고 프로모션에 힘을 쓴다면 어린 세대들이 K리그와 한국축구에 한걸음 더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축구 편파중계나 K리그를 재밌게 얘기해줄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이나 1인 미디어가 많아질수록 젊은 세대에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K리그 인기에 반등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아프리카BJ와 K리그가 함께 상생 발전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매주말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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