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김재규 때문에 천경자 미인도가 억지진품 됐나(종합)

뉴스엔 입력 2017. 1. 22. 00:16 수정 2017. 1. 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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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1월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암살범의 압수리스트-미인도와 김재규' 편을 통해 미인도 위작사건에 대해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19일 검찰은 그림을 공개했다. 25년만에 세상에 나온 '미인도'에는 '천경자 화백'의 서명이 있었다. 검찰 측은 미인도 위작사건에 대해 "소장 이력조사, 전문기관의 과학 감정, 안목 감정, 미술계 전문가 자문,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26년간 위작 논란에 휩싸여온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것. 천경자 화백은 생전 "허깨비 같고 기가 막히다. 가짜라고 악을 썼다"며 미인도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미인도 위작사건 논란은 지난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1년 뒤 그림의 존재를 안 천경자 화백은 "내가 즐겨 그리는 꽃의 하나다. 그걸 보니까 뭐랄까 테크닉이 더덕더덕돼있다"고 말했다.

김종근 평론가는 "선생님이 '내 작품이 아닌데 내 작품으로 둔갑돼 전시되고 있다. 자존심 상하고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미술관 측은 신용도 추락을 우려하며 난감해 했다. 당시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화랑협회 측은 "만장일치 진품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감정에 참여했던 공창호씨는 "아니라고 했는데 안 본걸로 해달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후 천경자 화백은 자신의 그림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됐고 그는 자신의 그림을 기부한 후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천경자 화백의 죽음과 함께 다시 미인도가 논란에 휩싸였고 천화백의 딸은 검찰에 국립현대미술관을 고소했다. 검찰에 대한 유족의 기대는 컸지만 수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검찰 발표 후 만난 천경자 화백의 딸 김정희 교수는 "충격이 있었다. 화가 나는게 아니라 의아하다. 처음 사건이 났을 때와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사위인 문범강 교수는 "검찰이 해외 감정팀 결과를 무시했다. 내용만 아무도 모른다. 검찰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감정회사 리뮈에르 테크놀러지의 감정 결과 진품 확률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감정 보고서에는 홍보 내용과 다르게 심층적인 단층 분석 방법들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증거 채택을 하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미인도가 어디서 어떻게 국립현대미술관에 오게 됐는지를 확인했다는 검찰. 검찰이 말한 미인도의 원 주인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쏜 김재규 전 정보부장이었다. 이미 오래전 고인이 된 그가 수십년간 이어온 미인도 위작 논란을 종식시킬 해법을 쥐고 있는걸까.

검찰은 김재규의 재산이 기부채납형식으로 국가에 환수됐고 그의 보문동 자택에서 나온 환수 재산 목록에 미인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보문동 자택 사진 속에는 미인도가 담겨있지 않다. 아내, 딸과 함께 살던 보문동 집의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김재규 전 정보부장 여동생 부부는 "기분이 편치 못해서 안 만나려고 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여동생은 "솔직히 때로는 참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애 엄마가 된 동생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머리 좀 곱게하지' 하고 말해줬었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김재규 보문동 집에 미인도와 비슷한 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중앙정보부 오모 대령이 천 화백에게 미인도를 구입한 후 김재규 아내에게 선물을 했으니 진품이라고 설명했다. 오모 대령과 친분이 있던 화랑의 대표 임경식씨는 "국전 순회 전시회 테이프 커팅하러 오셨고 오 대령은 기관장으로 와 두분을 인사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천경자 화백이)정보부인가 오씨라는 양반이 나한테 그림 달라고 자꾸 찾아와서 거절하려니까 힘들어죽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인도의 표구는 천화백이 이용하던 화랑의 것과 같은데 의뢰한 이가 천화백에게 그림을 받아간 오대령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대령이 이를 자신에게 자랑했다는 검찰 참고인 송모씨는 "받았다고 좋아서 표구사에서 표구한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런데 취재 도중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한 공창호씨는 이 송모씨가 자신을 감정위원에서 배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공창호 씨는 "내막이 있으니까 일사불란하게 밀어젖히지. 왜 나한테 안 본걸로 해달라고 하겠냐"고 지적했다.

미인도 논란이 시작됐던 1991년 오대령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되돌려줬고 김재규에게 다른 선물을 줬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송모씨의 주장을 들어준 것. 송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피했다.

검찰은 40년 전 일을 상세히 기억하는 송모씨의 말을 100% 믿고 있다. 오대령이 위작을 일부러 화가가 이용하는 표구사에 맡기는건 매우 흔한 일이다. 송모씨는 현재 미술품 감정 시장에서 권위 있는 인물로 과거의 감정 결과 번복은 부담이 되는 일일터다.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장미와 여인을 따라 그렸다는 주장이 있는 상황.

10.26 이후 전두환은 김재규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후 그의 재산을 압수했다. 재산 중 리스트에 있는 '미인도'가 어떤 미인도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김재규의 물건은 압수 직후 보안사에 보관됐다. 당시 보안사에서 근무했던 법무관은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 봤는데 그림도 있고 전축도 있었다. 미인도는 못 봤다"고 말했다.

이후 1980년 문화공보부 공문에 미인도가 적혀 있고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 들어갔다. 미술관은 이를 수장고에 넣어뒀고 사진은 이관 4년 뒤 1984년 촬영했다. 환수 후 이관 4년 뒤까지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사이 천경자 화백에게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

김재규의 집에서 미인도를 보고 이를 '미인도'라 작명한 김회장은 "6호짜리로 보였다. 동양화가 많이 있는데 난데없이 서양화가 있어서 봤더니 천경자씨거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인도는 4호 사이즈다. 박정희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던 김회장은 김재규가 부탁이 있다고 해 그의 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규의 비서로 집에 머물고 있던 김회장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말하는 미인도 위치와 김회장이 말하는 미인도 위치도 달랐다. 참고인들의 증언이 불확실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셈이다.

누구도 100% 장담할 수 없고 천경자 화백의 말을 간과할 수 없다.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의 눈빛은 자신의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나비도 어색하고 꽃도 지지분하다고 말했던 천경자 화백이다. 천경자 화백을 연구해온 평론가 역시 미인도 속 여인이 천경자 화백이 추구한 정신세계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다. 한 관계자는 "그림을 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학예실장을 했던 사람이다. 위작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 그림을 보고 이야기 하는거냐"고 주장했다.

미인도 실물을 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미인도의 오른쪽 흰자위 중심 직선 부위를 선정해 분석했다. 위치는 임의적으로 선택했다. 작가의 물감 용해도, 작가가 붓을 쥐어 그림을 그려내는 압력 등 모든 매개 변수들의 조합들이 결과적으로 그림의 두께를 가져다준다. 같은 화가가 아니라면 같은 두께일 수 없다. 천경자씨는 그림을 바닥에서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장비로는 그림을 1650개의 결로 나뉘어 볼 수 있다. 미인도와 천경자 화백의 다른 그림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미인도의 흰자위만 얇은 것으로 나왔다. 뤼미에르 측은 또 명암대비를 강조했다. 빛의 대비와 균형, 배경을 제외하고 명암 격차를 확인한 결과 관계자는 "가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프랑스 감정 팀 외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감정에 참여시켰다. 국과수 측은 "장미와 여인은 훼손이 엄청나게 심해 복원됐다. 뤼미에르 결과에서는 그것에 대한 참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완벽한 근거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단서는 김재규 재산 리스트 뿐이다. 리스트에 적힌 미인도가 천경자 화백의 것일까. 리스트에 있는 물건들은 진짜일까.

제작진은 김재규 환수 물품들을 찾았고 일부 물건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미인도 사건을 취재한 기자는 "209개의 물품이 등장한다"며 압수된 물건이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재규 종친이었던 라면회사 상무이사가 라면 한박스를 선물했는데 돌려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재규와 그의 가족들을 아는 사람들은 김재규 월급의 절반값이었을 미인도를 받았을리 없다고 생각한다. 김재규 개인비서였던 최종대씨는 "장롱까지 실어가니까. 괜찮다 하는건 몽땅 다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재산을 부풀려서 횡령을 했다고 한거다"며 실제보다 재산이 부풀려졌고 가짜가 진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재규 여동생은 도금 제품도 금으로 돌변했다고 말했다.

김재규 재판이 진행될 당시 언론에는 김재규가 공금을 10억원 횡령했고 그의 집에서 값비싼 물건들이 쏟아져나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재산 환수 과정은 문제가 있었다. 군 교도소에 있던 김재규를 만난 변호사는 강신옥 변호사는 "고문을 했다. 강제헌납하라는 식으로 하라고 해서 써냈다. 인격살해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거론되지 않은 김재규의 부정부패 이야기가 12.12 사태 나흘 앞두고 세상에 뿌려진건 우연이었을까. 김재규의 투사 이미지를 없애고 개인적인 우발 살해범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재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이유도 온전히 세상 밖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기초한 것으로 알려진 유신헌법이 발표한 후 독재를 끊어야 한다 생각했다는 김재규. 당시 국선변호인은 "당시 언론에 일절 안나왔다. 계엄 중이니까 언론이 검열을 당했다"고 말했다.

재판도 사형도 신속했다. 김재규 마지막 말이 최초 공개됐다. 그는 "제4심이 있다. 하늘이 심판하는 것이다. 하늘이 하는 재판은 오판이 없다. 하늘의 심판인 제4심에서 이미 나는 이겼다"고 말했다.

김재규 규명운동 중인 사람은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이유에 대해 "부마항쟁도 계기가 됐지만 최태민과 차지철이 국정농단, 그때 이미 예견했던거다. 그때 그것을 실현했다면 지금 이런 사태가 있지 않을거다"고 말했다.

김재규 가족은 "우리가 옳다 영웅이다가 아니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전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왜 미인도는 또다시 진위를 가리는 무대에 올라오게 된걸까. 이 일을 천경자 화백의 유족이 시작한 것일까. 유족은 이번 일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수사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 배금자 변호사는 "서울시경 정보분실에 있다. 이 사람이 우리 사무실로 전화왔다. 난 이 사람을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자신과 미인도와 특별한 관계가 있다며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한 남자를 수사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미인도는 가짜니 그것을 진짜라 주장하는 이들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말했다. 정작 이 남성은 "내가 왜 배금자 변호사에게 전화하냐"고 부인했다.

배금자 변호사는 "유족이 고소하게 만들어서 확실하게 이걸 진품으로 만들어버리자는 음모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도 명예훼손이라는 고소 내용이 아니라 진위 판결에 집중됐다.

담당 검사는 "명예훼손에서 제일 중요한게 허위사실인지가 중요하다. 위작인지 판단하지 않고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천경자 화백의 말이라고 하는 것도 흔들 수 없는 진실은 아니다. 그것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진지하게 검토해봐야지.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술품 감정도 산을 넘는거다"고 말했다.

인사동 화랑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걸쳐진 인연들이 있다", "수십년간 독점적으로 매주 금요일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감정해달라고 쏟아져온다. 진품 말 한마디씩만 해서 진품중 발행해주면 엄청난 돈이 들어온다", "검찰에서 진위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어디선가 끈이 건드려져서 잡힐 수 있다. 요즘 비밀이 어디있냐" 등 반응을 보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이번 검찰의 수사는 미인도 위작 여부를 가리기보다 미술품 감정 작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작업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기자]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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