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대통령 하나 끌어내려고 촛불 든 게 아냐, 끝까지 간다"

유성호,곽우신 2017. 1. 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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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 촛불집회 현장] 32만 촛불 앞에 선 피타입과 우리나라 "촛불이 이긴다"

[오마이뉴스 글:곽우신, 사진:유성호]

▲ 매서운 혹한 속 박근혜 퇴진 제13차 촛불집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13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재벌도 공범이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친다. 장기화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의 투쟁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큰 고비는 넘겼다. 특검의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날은 갈수록 추워지는 데다가 눈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이 타올랐다. 설날 연휴를 한 주 앞둔 21일 오후 6시, 광화문 광장에는 주최측 추산 1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주보다 인원이 오히려 늘었다. 이쯤 되면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조의연 판사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최 측도 앞으로의 싸움을 대비한 '체력'을 걱정했다. 본무대의 시작 직전, 뮤지컬 <화순>에 출연한 바 있는 배우 양신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 시민들과 함께 '준비 체조'를 진행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장기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라며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기춘, 이재용. 반기문, 최순실 등 현 시국과 관련된 논란의 인물을 패러디하며 시민들과 함께 몸을 풀었다.

이날 무대는 공연 보다는 발언 위주로 진행됐다.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사드 배치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월성원전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씨는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주로 배급했던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문제를 지적하며 영화계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인태연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는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대신해 무너지는 중산층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서 열창하는 피타입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멋진 컬레버레이션을 선보이며 시국을 비판했던 피타입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13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노래 <불한당가>를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첫 번째 공연 마이크를 잡은 건 JTBC <힙합의 민족2>에서 멋진 컬레버레이션을 선보이며 시국을 비판했던 피타입이었다. 처음에는 청계광장, 다음은 이순신 광장 이어서 진짜 광화문 광장 무대까지 나왔던 그는 "제까짓 게 여기 올라와도 되나 싶어서" 고민했다고 한다. "불명예스럽게 블랙리스트에도 못 올랐"기 때문에.

"여기 어둔 공간 속에 갇혀버린 이 시대가
여태까지 깨닫지 못하니 그 대가를 그대가 뭘로 치를 텐가.
여기 지금 이 노래가 양심이 몸부림치는 내 안의 명령"
- 힙합다운 힙합 중

그는 자신의 모교인 동성고등학교를 언급하면서, "4.19 맨 앞에 동성고 교복 입은 선배들이 있었다는 것을 굉장히 프라이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국가다운 국가에서 살기 위해서 고생하고 계시는 여러분들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면서 '힙합다운 힙합' '불한당가', '광화문' 등 날선 랩을 토해냈다.

"쏟아지는 눈 속에서도 촛불을 높이 들고 계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들께 인사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노래패 우리나라입니다."

마지막 무대는 촛불이 타오를 때마다 항상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함께해온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였다. '우리', '다시 광화문에서' 등 굳이 '운동'을 한 경력이 없어도 광장에 나온 경험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귀에 익었을 법한 노래들을 열창했다.

"우리는 끝까지 간다! 촛불이 이긴다!"

▲ 노래패 '우리나라' <끝까지 간다> 열창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13차 범국민행동의 날'에서 노래 <끝까지 간다>을 열창하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우리나라의 마지막 선곡은 '끝까지 간다'였다. "언제나 촛불 시민을 응원하는" 윤민석 작곡가의 곡이라며, 끝까지 함께 가자고 다같이 구호를 외친 뒤 음악이 흘러나왔다.

"미친 대통령 하나 끌어내리려고 촛불을 든 게 아니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살아가야 할 이 나라, 이대로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야. 이제 쳐낼 것은 쳐내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제대로 다시 만들자. 당당한 대한민국."

애초 오후 7시 30분에 끝날 예정이었던 "박근혜 즉각 퇴진! '설맞이 촛불' 13차 범국민행동" 본무대는 8시 가까이 이어진 후에야 마무리됐다. 행진을 시작하는 시민들은 어느새 32만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촛불을 든 우리의 염원이 그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만 심판하는 것이 아니기에, 대한민국을 바꾸려는 이 싸움은 앞으로도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전을 끌고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게,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의 숫자를 헤아리며 일희일비하는 건 아닐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이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마따나, 이 자리에 나오지 않더라도 모두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깃발과 함께 행진하는 시민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귓가에 이 노랫말이 자꾸만 맴돈 것도 아마 그때문이었을 것이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 박근혜 퇴진 13차 촛불집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13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재벌도 공범이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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