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투표, 제도는 좋은데 특정 후보에 유리한 딜레마

윤호우 선임기자 2017. 1. 2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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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후보에 유리한 방식으로 증명돼… 하지만 비문 후보그룹 거부할 명분 없어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국민경선과 모바일 투표, 결선투표 등 세 가지다. 문 후보 측의 한 인사는 “문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 2012년 대선후보 경선의 룰에 준해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2년 룰에 따른다고 하면 일반 국민과 당원의 표가 1대 1인 완전국민경선제가 실시된다. 또 모바일 투표가 실시되고, 50% 이상 득표 후보가 없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이뤄진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과반을 넘는 57%에 이르러 결선투표가 실시되지 않았다. 현장 투표와 순회 투표에서 문 후보는 당시 손학규 후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에서는 거의 세 배에 이르는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손 후보가 12만7856표를 얻은 데 비해, 문 후보가 33만6717표를 얻은 것이다. 2012년 룰대로 모바일 투표가 포함된다면, 국민경선과 결선투표를 양보하더라도 판세를 좌우할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의 투표에서도 모바일 투표의 위력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대표는 ARS 권리당원 투표에서 61%를 얻었다.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이 추 대표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양향자 여성위원장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66%를 얻었다. 함께 경쟁한 유은혜 의원은 대의원 현장 투표에서는 승리했지만 ARS 투표에서 크게 패배해 여성위원장에 오르지 못했다. ARS 투표에서 친문 후보들은 평균 65%의 득표율을 올릴 정도로 위력을 과시했다.

일찍이 모바일 정당 표방한 민주당

비문 진영의 한 후보 측은 “2012년 대선후보 경선 그대로라면 각 후보 진영에서 큰 불만은 없을 것”이라면서 “모바일 투표 같은 경우 비문 후보 측에서는 불리하지만 배제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문 후보 중 박원순 서울시장 측에서는 모바일 투표 배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박 시장은 촛불광장에서 경선함을 놓고 촛불경선을 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친문 측 한 인사는 “미래로 가자는 정당에서 자신이 불리하다고 해서 모바일 투표를 빼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탄핵 판결 이후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일정이 촉박해진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원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현장 투표와 순회 투표보다 모바일 투표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무엇보다 ‘모바일 정당’을 표방하면서 모바일 투표를 배제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온라인 민주주의를 도입하면 할수록 오히려 특정 세력인 친문에 유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런 딜레마의 뿌리를 2002년 온라인 정당을 표방하며 창당됐던 개혁당에서 뿌리를 찾았다. 이 관계자는 “당시 개혁당은 새로운 정치문화, 당원민주주의, 온라인 정당을 표방했다”면서 “온라인에 익숙한 이들 정치세력이 모바일 투표에 익숙한 지지층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룰 결정은 설날 이후로 넘어가게 됐다. 김부겸·박원순 후보가 야권 공동경선을 주장하고 문 후보가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당내 경선 룰 확정이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 공동경선을 하더라도 모바일 투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경선에서도 시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모바일 투표는 문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효율적일 것 같은 모바일 투표가 친문 지지층의 전유물이 되다시피하면서 역설적인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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