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상향·18세 선거권·재벌개혁.."헬조선 바꾸자"

이승현 입력 2017. 1. 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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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촛불집회서 다양한 요구사항 쏟아내
"새 대한민국 위해 사회문제·국정 관심 가져달라"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제13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김보영 기자] 온 종일 영하의 강추위에 굵은 눈발까지 날린 21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시민 자유발언대’ 무대.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60대의 최수현(여)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6년간 청소일을 한 그는 예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직업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뇌물을 받고서도 거짓말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서 “대통령보다 청소노동자가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성실히 정직하게 하는 게 중요하지 직업이나 지위 따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그러면서 “저희가 받는 임금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이 아니다. 현재 최저임금 역시 사람답게 살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 13차 범국민행동대회(촛불집회)의 주제를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으로 정했다. 시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부정한 현실을 바꿔나자고 호소했다.

경북 문경에서 온 성윤채(29)씨가 느낀 분노도 컸다. 성씨는 “대학에서 교양학을 전공한 뒤 2개월 간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정규직 약속을 받았지만 신체부위 일부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좌절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최순실·박근혜·정유라가 촉발한 게이트로 많은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사회문제와 국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석 박근혜정권퇴진청소년비상행동 대표는 정치변화를 위해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광장에서 외치고 행진해도 ‘응원한다·대견하다’는 어른들의 말만 돌아온다”며 1월 임시국회가 선거권 연령 하향안을 실현시키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그는 “청소년도 현재를 바꿔나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은 거셌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한 회사원 김봉규(37)씨는 한 버스회사 운전기사가 회사에 납부할 돈 2400원이 빈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를 적용받아 결국 직장을 잃었다는 뉴스를 언급했다. 김씨는 “법은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요즘이다. 우리 같은 민초들이 광장에 나가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 눈이 오는 데도 회사 동료들과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인태연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 상임대표는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인 약 300만명이 한달에 100만원 미만 수익으로 살고 있다”며 “삼성과 롯데, 신세계 등 재벌들이 시장을 독식해 파국전쟁이 시작되고 전통 및 골목시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 일당과 관료들을 더럽히고 정상적 시스템을 구멍 낸 재벌은 단죄해야 할 집단”이라며 “서민경제를 파탄낸 재벌과 정치권력의 힘을 국민권력으로 되찾아 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 파문을 계기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학문 및 예술의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 달’ 김일권 대표는 “블랙리스트는 헌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단언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김 대표는 “예술은 다른 사람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고 다른 사람과 영혼을 융합시키는 감정”이라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예술이라고 했다.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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