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의도하지 않았다지만.. 이 드라마, 너무 비슷하다

주철진 입력 2017. 1. 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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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진의 이슈뷰] 9명 실종자 찾는 <미씽나인> , 꼭 승리하길

[오마이뉴스주철진 기자]

"실종이 죽은 거지 뭐야. 당신 아들 죽었다고! 다시 얼굴 못 본다고 그러니까 질질 짜지 말고 돈이나 쳐 버세요."

전용기를 타고 떠난 9명이 실종됐다. 국가는 45일 만에 수색작업을 종료해버렸다. 국민들은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특별조사위원회도 꾸려졌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가족을 포기하지 못한 유가족들에게 이제 그만 잊고 생계나 챙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작 <앵그리맘>에서 딸의 고등학교로 위장 입학한 엄마가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을 연출했던 최병길 PD는 <미씽나인>을 통해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떨어진 9명의 생존기를 그린다. 그는 제작 발표회에서 세월호가 연상된다는 질문에 "특정 사고와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씽나인>의 초반 장면은 마치 데자뷔를 보는 것처럼 낯익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2014년 4월의 기억이 어느새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4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9명의 실종자들은 사람들에게 잊힌다. 그러던 중, 실종자였던 라봉희(백진희 분)이 중국 공안에 의해 발견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국민들은 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면서 집회를 요구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 MBC
많은 복선들로 출발한 <미씽나인>

4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9명의 실종자들은 사람들에게 잊힌다. 그러던 중, 실종자였던 라봉희(백진희 분)가 중국 공안에 의해 발견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국민들은 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면서 집회를 요구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종자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와 달리 생존자 봉희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4개월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특조위 위원장 조희경(송옥숙 분)은 봉희에게 접근하여 진실을 찾기 위해 기억해내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하나씩 되살아나는 봉희의 기억을 통해 실종자들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게 된다.

<미씽나인>은 단순 생존기가 아니라 추리의 형식이 가미되어 있다. 그룹 드리머즈의 불화의 원인이 된 작곡가 재연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나, 실장 정기준(오정세 분)과 하지아(이선빈 분) 사이의 관계 등.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나 인물들 간의 미묘한 감정이 무인도라는 공간을 통해 어떻게 터지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봉희라는 인물이 기억을 돌아왔음에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무인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행방불명 된 9명의 실종자. 그들의 무인도 생존기는 깊숙이 숨겨두었던 그들 각자의 잊고 싶은 기억들도 꺼내게 만들지 않을까. 생존이 전부인 극한의 환경에서 서로의 숨겨두었던 진실들을 밖으로 꺼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쩌면,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라도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진실을 보기를 염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통해 보고 싶은 진실

"진실, 진실을 밝힐 겁니다. 법 앞에 억울한 사람 없게 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이 사건처럼 진실을 조작하는 건 우리 일 아니지 않습니까."

비행기 추락사고 실종자의 오빠인 윤태영 검사(양동근 분)는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지금의 시국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대사였다. 재벌 앞에서 구속 영장을 기각시키는 판사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이 법이 평등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는 요즘. 국정농단의 원흉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가 진정한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되고 있는 요즘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실종자의 오빠인 윤태영 검사(양동근 분)은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지금의 시국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대사였다.
ⓒ MBC
봉희가 실종자들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유가족과 국민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함께 단식을 하고 촛불을 들었던 기억들. 국민들은 진실을 숨기려는 거대한 권력을 상대로 지금까지도 진실을 요구중이다. 그렇기에 <미씽나인>은 단지 재난과 생존기를 그리는 드라마일 수 없다. 드라마의 장면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기억들을 꺼내게 만들 것이다. 마치, 9명의 인물이 겪을 일들처럼.

최PD의 전작 <앵그리맘>이 그랬듯. <미씽나인> 역시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진실을 숨기려는 자의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련을 겪을 것이고 많은 어려움에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언제나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은 권력의 위에서 거대한 힘으로 이를 억눌러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곁에서 여전히 함께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듯이 진실을 바라는 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이 촛불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라도 계란은 바위를 깰 때까지 끝없이 도전할 것이다.

아직은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미씽나인>. 조금씩 풀려나는 무인도에서의 생존기와 이를 통해 밝혀지게 될 진실들.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진실에 목말라 있는 우리에게 이 드라마는 어떤 것을 환기시키게 할까. <미씽나인>은 과연 어떤 울림을 우리에게 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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