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최순실이 만들고, 나머지 반은 촛불이 만든 법안

윤호우 선임기자 입력 2017. 1. 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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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채이배·민병두·백혜련 의원 등 재산 환수 법안 경쟁적 발의

최순실씨가 12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첫 재판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국회에서는 최순실 관련법이 봇물처럼 발의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순실 재산 환수에 관한 법안이다.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는 최순실씨의 재산은 현행법으로는 몰수할 근거가 없다. 때문에 여러 명의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거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상민·안민석 의원, 재산 몰수 공청회

이들 법안의 모델은 2005년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환수법)이다. 또 하나의 모델은 19대 국회 때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낸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일명 이학수법)이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지난해 11월 29일 대표발의한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은 친일재산환수법의 틀을 도입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 규제법)에 나타나 있는 형사 몰수의 범위를 ‘민주헌정 침해행위’로 확대하고, 민주헌정 침해행위자들이 불법적으로 형성한 재산을 횐수할 수 있도록 했다. 채 의원은 “최순실 일가의 부정재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최태민이 축적한 재산과 이에 대한 상속재산까지도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여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민병두 의원이 1월 9일 ‘국헌문란 등 행위로 인한 부정수익의 국가귀속 및 피해자 권리구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권력을 이용한 국헌문란행위 또는 국정문란행위 등을 통해 취득한 부정한 수익을 국고에 귀속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백혜련 의원이 1월 17일 발의한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개정안은 범죄수익 등이 가족 등에게 상속이나 증여에 의해 귀속되더라도 그 당사자가 그 재산이 범죄에 의한 재산임을 알지 못한 경우와 범죄피해재산인 경우에는 몰수할 수 없다는 문제를 보완했다. 최태민씨가 40여년 전부터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했지만 최순실 일가의 재산에 대한 환수조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안민석 의원은 1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두 의원 역시 최순실 재산 환수에 관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청회를 주최한 안민석 의원은 “최씨 일가가 그동안 부정한 방법으로 쌓아둔 재산을 모두 몰수하지 않으면, 최순실씨는 부활할 것”이라면서 “위헌 논란 등이 없도록 2차, 3차 공청회를 개최하여 정교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12월 29일 ‘국정농단과 불법·부정축재 재산 진상조사 및 환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1974년 8월 15일 이후부터 2016년 12월 9일까지 국정농단자가 불법과 부정으로 축재한 재산과 그로부터 발생한 이자수익 등으로 형성된 재산을 환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최순실 재산환수법의 제1호 법안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11월 23일 냈다. 심 의원은 ‘대통령 등의 특정 중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해 현행법상 공무원이나 부패재산, 범죄수익은닉에 속하지 않은 비선실세의 부정축재를 포함시켰다. 특별법의 대상자에 ‘대통령과 그 보좌진, 친인척 및 법률상·사실상 친분관계 있는 자 등 특수관계인을 망라’한 것이다.

최순실 재산환수법은 일명 ‘이학수법’처럼 국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학수법은 19대 국회의 폐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은 법률 시행 시점에 이미 완성된 사실을 대상으로 법률을 소급적용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기존 법에 나타난 형사몰수 외에 민사적 환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형사몰수는 증거가 확실해야 하지만 민사환수는 상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환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최순실 재산환수법은 이학수법처럼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표적입법 제정은 헌법상 보장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재산환수법은 대부분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최순실 일가의 재산을 조사하고 국고환수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친일재산환수법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친일재산환수법의 모델을 통해 위헌 논란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제윤경 의원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발의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개정안 발의로도 이어졌다. 삼성의 최순실씨 지원에 대한 대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로비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지난해 12월 7일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민연금의 연금 관리와 운영에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금을 관리하는 이사장과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이사(운용본부장)를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하는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중요 회의의 회의록 작성과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에 덧붙여 제 의원은 최근 또 다른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를 의무화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운용 결정의 중심에 서도록 역할을 명확히 하는 규정을 넣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1월 9일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기금 이사와 기금 운용위원이 기금의 이익에 반하여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등의 사익추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또한 기금의 관리·운용과 관련해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이 청문회에 대거 출석하지 않으면서, 불출석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지난해 11월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린 이후 모두 16건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쏟아졌다. 민주당 김관영·백혜련·우상호·노웅래·이원욱·박홍근·이종걸·손혜원·소병훈 의원, 국민의당 이태규·김중로·김경진 의원,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출석을 요구할 때 여러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불출석 시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석요구서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출석을 정당화하는 미비점도 보완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7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처음으로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 이후 지난해 8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발의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지난해 12월 유사한 법을 발의했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법사위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검찰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하고 있다”며 공수처 설치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수처 설치법안은 여당의 반대로 1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의원들은 1월 20일 법사위에 공수처 신설법안 심사를 위한 안건조정위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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