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정책, '맞춤형'보다 '보편'과 '기본'
1인 가구는 이미 표준적 가구형태의 하나가 되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복지정책에서 공공주택 우선 공급, 연말정산 세금 환급, 건강보험 제도에 이르기까지 사회정책의 표준 대상을 혼인상태에 있는 2인 이상 가구에 두고 있다. 1인 가구가 청년층이나 노인층은 물론이고 중년층에까지 표준적 가구형태가 되어 버린 현재 각종 복지정책을 1인 가구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증가의 직접적 원인인 비혼, 만혼, 이혼과 별거, 사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가까운 시일 안에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또한 1인 가구가 2인 이상 가구보다 고용, 소득, 주거, 의료, 안전 등에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이 바뀔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맞춤형 정책방향과 한계 이와 같은 이유로 1인 가구를 성·지역·소득·연령대별로 세분화해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살펴보고 표적 집단에 맞게 제도와 정책을 재설계하자는 제안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세대별 1인 가구 현황과 정책과제’(2015)에 따르면 노령층 1인 가구의 경우 돌봄으로부터의 배제와 건강 위험, 소득 불안정성이 가장 두드러진 특성이다.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일자리 문제, 소득과 주거 불안정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증가추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중년층 1인 가구의 가장 큰 위험은 빈곤화로 보며, 방치하면 현재 노인 1인 가구가 직면하고 있는 소득 빈곤과 주거 불안정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1인 가구 중에서 전·월세 보증금 부담 등 주거 불안정성은 청년층에서 좀 더 높으며, 소비지출 부담과 건강위험은 노인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상대적 차이에 입각하여 연령대별 표적화와 맞춤형 설계를 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오히려 1인 가구의 전 연령대에 골고루 나타나는 특성에 주목해 보편적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도 마찬가지로 전 연령대별 공통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건강위험과 주거불안을 1인 가구의 전 연령층에 걸친 공통성으로 보고 사회서비스 지원에 있어서 우선적인 지원이나 별도의 건강지원 및 주거지원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연령대별 표적화는 아니지만 건강과 주거 영역에서 1인 가구 전체에 대한 표적화 정책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표적화보다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보편적 공공서비스 확충이 올바른 방향이다. 즉 건강보험 사각지대의 해소, 보장성 강화, 공공 의료공급체계 확충 등을 목표로 하는 종합적인 설계 속에서 1인 가구에 대한 건강지원 프로그램도 배치돼야 한다. 주거지원 역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서는 분명히 표적화가 필요하다. 즉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서는 1인 가구가 이미 표준 가구가 되었다는 현실을 반영해 주택 유형을 인구비례에 맞게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임대료 통제는 1인 가구 여부와 무관한 정책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전·월세 전환율이 평균 7.5%로 월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월세 전환율 상한제를 도입하여 월세를 기준금리의 2.5배나 연 6% 중 낮은 금리를 상한으로 정하는 것이다. 물론 전셋값 폭등은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할 것이기에 전세보증금 인상률을 통계청 가계물가지수 상승분 또는 연 2% 중 낮은 값으로 정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정책의 성격은 1인 가구 표적화 정책이라기보다 보다 넓게 주거빈곤층 일반에 대한 표적화 정책이지만 결과적으로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혜택을 보게 된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자가 거주 비중은 48.8%로 2인 이상 가구의 67.4%보다 크게 낮으며, 월세 의존도는 23.5%로 2인 이상 가구의 10.9%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대와 기본소득 효과 의료와 주거 영역에서 보편적 공공서비스를 확충하는 정책은 1인 가구의 인간다운 삶에 크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만으로 1인 가구 전 연령에 나타나는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노무 임시직 비중(71.5%)이 높은 노령층 1인 가구에 대해서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지급 수준을 30만원까지 올리고, 노인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해 심사 없이 모두에게 지급한다면 빈곤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도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인 청년층과 중년층 1인 가구에 대해서도 소득 불안정성을 줄이게 될 것이다.
1인 가구 연령대별 특성 조사는 청년층 1인 가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요인을 고용문제로 꼽으며, 대책으로는 적극적인 청년일자리 정책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매우 관성적인 제안일 뿐인데,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와 저성장 기조 속에서 뾰족한 일자리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을 하나의 정책 믹스로 결합한다면 현재의 생산규모 속에서도 줄어든 노동시간만큼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직업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층의 현격한 소득 감소도 막을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 도입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은 1인 가구에 대해 표적화된 정책은 아니다. 하지만 1인 가구와 같은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다.
2인 이상 가구와 비교할 때 1인 가구는 가구 구성원들의 공동생활에 따른 비용 절약이나 후생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에 빈곤화는 더욱 심해진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증대 원인도 사회 전반의 빈곤화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직접적 원인은 비혼, 만혼, 이혼, 사별 등이겠지만 그러한 혼인형태 변화의 배후에는 빈곤화가 작용한다. 그렇기에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인한 사회재생산 위기를 1인 가구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도입은 탈빈곤과 소득불평등 해소에 기여해 사회재생산 위기의 원인을 완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기본소득은 두 가지 효과를 낳는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기본소득은 직접적으로는 1인 가구의 현재의 처지를 개선시키면서도 긴 안목으로 보면 적어도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1인 가구 증대만큼은 줄일 수 있는 정책이다. 물론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한 자발적인 1인 가구의 증감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겠지만, 어떠한 조건과도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원리는 1인 가구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가구형태에 대한 존중과 평등을 표현한다. 기본소득은 다양한 가구 구성을 존중하며 빈곤화를 예방하는 정책이다.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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