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김석기는 금배지 달고 우리는 범죄자가 됐다"

허승 입력 2017. 1. 21. 17:16 수정 2017. 1. 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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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로 남편을 잃은 전재숙씨가 목이 메이는 듯 띄엄띄엄 말했다.

영하의 날씨에 거센 눈발이 날린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용산참사 8주기 강제퇴거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발언대-우리를 거리로 쫓아낸 이들에게 고함’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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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서 용산참사 8주기 추모 행사 열려
"이명박·김석기도 박근혜와 함께 구속하라"

[한겨레]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 입간판을 모의 구치소에 수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 전 용산참사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허승 기자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8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살인진압 책임자인 ‘진짜 친박’이라며 김석기가 금배지를 달고, 그것에 반대하면서 팜플랫을 든 유가족들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죄로 범죄자가 됐다는 점입니다.”

용산참사로 남편을 잃은 전재숙씨가 목이 메이는 듯 띄엄띄엄 말했다. 영하의 날씨에 거센 눈발이 날린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용산참사 8주기 강제퇴거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발언대-우리를 거리로 쫓아낸 이들에게 고함’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정부의 재개발 보상대책과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을 경찰이 강제진압하다 벌어진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벌어진 지 8년 하고도 하루가 된 날이다.

이 사건으로 남편이었던 고 이상철씨를 떠나보낸 전씨는 이날 광화문광장에 나와 “8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녔지만 우리에게는 ‘빨갱이, 좌파’라는 딱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우리는 빨갱이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살고 싶고, 대화가 하고 싶어서 건물에 올라갔던 것”이라며 “함께 살자고, 대화하자고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정부와 경찰은 살인진압을 했다. 이들도 박근혜와 함께 형무소에 가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의 모형을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모의 구치소에 수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용산참사 8주기 발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허승 기자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8주기 발언대회에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의 입간판이 등장했다. 허승 기자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있다 용산참사에서 혼자 살아 돌아온 이충연씨는 “이명박과 김석기의 살인진압으로 철거민 5명이 돌아가셨고, 나를 비롯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버지와 가족을 죽인 죄인이 되어 4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명박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고, 김석기는 국회의원이 됐다”며 “두 사람을 구속시키는 일이 현실이 빨리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박근혜 대통령도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속였다. 후보 시절에 유가족들이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냐고 물었을 대는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자 진상규명은커녕 책임자인 김석기에게 금배지를 달아줬다”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는 엄동설한에 강제퇴거를 당하거나 퇴거당할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함께 나왔다. 강남구 신사동에서 곱창집 ‘우장창창’을 하다 쫓겨난 서윤수씨는 “건물주가 바뀌고 우리보고 나가라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냥 재수없다고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너무 억울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용산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그분들처럼 싸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용기를 얻었다”며 “이것이 용산참사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건물주가 우리를 대체 왜 쫓아내려고 하나 의아했는데 최근에 알게됐다. 건물을 팔아서 40억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며 “부동산 투기로 수십억원의 돈을 벌기 위해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쫓겨나야 하는 것이 용산참사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역 노숙인이었던 홈리스행동의 김병호씨는 “8일 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을 해서 서울역에 느닷없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치안유지 때문이라며 용역들이 한겨울에 서울역 노숙인들을 무조건 쫓아냈다”며 “반기문씨는 국민통합을 한다면서, 평화와 인권을 말하는 사람이 왜 노숙인을 쫓아내는 것이냐”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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