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LA '반 트럼프 시위'에 4000명 참가
경찰과 충돌도.. 워싱턴에서만 200여명 체포
LA 교육청, 취임식 날 '통합의 날' 선언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취임식 당일인 20일(현지시각),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취임식 다음날인 21일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여성의 행진’도 예정돼 있다.
워싱턴에서는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콘크리트 조각을 경찰에게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양상을 보였고, 경찰은 최루액을 분사하고 섬광탄과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워싱턴에서만 200여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역대 취임식 당일 벌어진 시위 체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취임식 당일인 이날, 로스앤젤레스 스페이플스 센터 등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집회에는 4000여명이 참가했다. ‘진보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공동주최한 이 집회는 애초 1만여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전부터 세찬 비바람이 내리면서 참석인원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행사 주최 쪽 관계자인 마르케즈는 “트럼프가 선동하는 증오정책에 반대하고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결집되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든 참석자, 공공건강보험(오바마케어) 폐지를 반대하는 참석자, 여성혐오 등 트럼프의 혐오발언에 반대하는 참석자는 물론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참석자까지 다양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많이 들고 나왔던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NOT my President)라는 피켓도 많이 보였다. 집회에 참석한 바니 로메로는 “오늘 이 집회는 역사적인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통령의 취임식을 축하할 수 없다. 오늘 집회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트럼트 집권기간 동안 미국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집회에는 한인타운 노동연대 등 한인단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일부 학교에서는 동맹휴교가 이뤄지거나 수업시간에 생방송으로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지켜본 뒤, 민주주의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은 대통령 취임식 날을 ‘통합의 날’(Unity Day)로 선언했다. 여러 인종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역사적 현장에서 학생들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이민문제나 인종차별 이슈 등에 대해 직접 배우고 생각을 나누기 바란다는 뜻이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내에서도 중남미 이민자 비중이 높고, 흑인·동양인 등 소수인종이 섞인 공동체가 많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은 “취임식 당일 집회나 토론 참여 등을 이유로 학교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해당 학생에게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인 19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초중고 학교 350여곳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참석한 ‘반 트럼프 집회’가 열렸다. 그랜드 뷰 블러바드 초등학교에서 열린 집회에는 최대 교원노조단체인 미국교육협회 릴리 에스켈슨 가르시아 회장이 직접 참석해 “우리는 매우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운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 내일 우리는 주변에서 ‘이 땅을 떠나라’라는 추방 권고를 받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오늘 집회를 열게 된 직접적 계기”라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땅은 당신의 땅이 아니다”, “우리는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이철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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