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OK저축은행 팬들 "이게 무슨 드라마냐"

서원종 입력 2017. 1. 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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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일까

[오마이뉴스서원종 기자]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며. 이게 드라마라면 조기종영감이야."

20일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의 경기가 끝난 후, OK저축은행의 팬들은 분노를 쉽게 숨길 수 없는 모습이었다. 세트 스코어 3-0으로 무기력하게 완패하였기 때문이다. 3세트는 마지막까지 듀스로 버텨 주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지만, 결과론적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희망의 요소라도 보여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법이지만, 아무런 위력도 없었기에 팬들의 포기와 절망은 생각보다 깊어만 갔다. 특히 이번 시즌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못 미쳤던 시즌이기에, 팬들의 절망감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갔다.
▲ 3대 0으로 셧다운 패배한 OK저축은행 이번 시즌 지금까지의 OK저축은행은 무기력해도 너무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 주었다.
ⓒ 서원종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 2년 연속으로 우승을 하던 팀이었다. 드림식스 시절보다 팬들은 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안산시와의 확실한 지역 연고 정책 덕분에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시의 자랑이 되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시몬이라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있었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침체에 빠져 있던 안산시를 위해 OK저축은행 배구단의 구단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러한 일환으로 '잘 하는 선수'대신 '아주 잘 하는 선수'를 뽑을 이유가 있었고, 결과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만년 하위권 러시앤캐시 배구단이 삼성화재 시대를 끝낸 것이다. 언론들은 하나같이 '젊은 감독의 반란'이라는 주제를 택했지만, 배구팬들의 시선에서 우승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시몬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몬은 없다. 이번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시몬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은 '시몬 하나가 이렇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3연패를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팬들은 이제 허탈감으로 리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의 정 때문이라도 아직은 경기장을 못 버리고 있다.

이번 시즌 그들은 패배로 출발했다. 단순한 패배도 아닌, 셧다운 패배였다. 그 때도 팬들은 선수들이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모든 공적이 시몬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이 절반 지날 동안 끝까지 구단과 선수단을 향한 팬들의 희망과 믿음은, 이제 서서히 절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전년도 우승팀이 최하위로 떨어진 것도 그렇지만, 그에 대한 구단의 대응이 미적지근하기 때문이다. 한 OK저축은행 팬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이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모하메드도 시몬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변화를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분노어린 말을 남겼다.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추락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김세진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칼을 갈아야 한다. 이런 어려운 시간에 같이 있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힘이 될 시기이다.

올스타전을 전후하여 팀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시몬 하나로 무너질 팀이었다면, 이미 그것은 OK저축은행이 아닌 '시몬저축은행'이었어야 한다.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당장 선수를 육성하기 어려운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구단이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를 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팬은 "그래도 우린 구단을 믿을 겁니다. 정신적으로 황폐화 된 안산에게 행복을 주었잖아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며 자리를 떴다. 안산에게 OK저축은행은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일조한 고마운 존재였다. 지역에 활기를 띄워 준 팀인 만큼 대부분의 안산 시민들은 최하위가 된 팀을 내치지 않을 것이다.

OK저축은행의 슬로건은 기적을 만들자(Make a Miracle)이다. 이번 시즌 당장은 변화가 어려워 보여도, 다음 시즌은 이 어려운 순간을 기억하여 잘 대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구단은 조금 더 진취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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