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간도, 김성근의 혹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준목 2017. 1. 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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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굼치·어깨에 부상 경력,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오간도

[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2017시즌, 10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를 노리는 한화 이글스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선수 중 하나는 바로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다. 한화가 최근 전격 영입한 오간도는 역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최정상급의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오간도는 2010년부터 6년 연속 빅리그 무대를 누볐고, 통산 283경기에서 503⅓이닝, 33승 18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특히 13승(8패, 평균자책 3.51)을 따낸 2011년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에도 뽑혔다. 빅리그 경력만 놓고보면 2015년 한화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보다도 오히려 한 수 위다.

오간도의 한화행이 알려지면서 많은 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김성근 감독과의 궁합이다. 김 감독은 올해로 한화와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다. 지난 2년간 구단의 전폭적인 자원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5강에서 탈락한 데다 각종 구설수로 이미지가 추락한 김 감독으로서는 올 시즌 명예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특히 한화의 오랜 숙원인 '선발야구'를 위해서는 이닝이터 역할 해줄 수 있는 에이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오간도는 2017시즌 한화의 유력한 1선발 후보다. 지난 시즌 초반 선발투수들의 부진과 로테이션 붕괴로 고전했던 마운드 운영에 애를 먹었던 한화로서는 오간도가 선발진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오간도의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오간도는 선발투수로서도 활약한 적이 있지만 전체적인 경력으로 보면 불펜에서 활약한 기간이 더 길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모두 구원으로만 활약했다. 최근까지 뛰었던 마이너리그와 모국 도미니카나 리그 등에서도 소속팀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로 뛰던 시절에도 이닝 소화능력이 출중한 편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부상 경력이 우려되는 오간도

최근 기록에서보면 오간도는 지난 몇년간 볼넷이 많아지고 삼진수가 줄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성기 오간도는 제구력보다는 최고 속도 95마일(153km)의 묵직한 직구를 주무기로 하는 파워피처였다. 강속구 투수는 구위가 하락하면 타자들이 공을 커트하기 쉬워지면서 볼넷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빅리그와 KBO의 수준차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한다.

여기에 오간도는 팔꿈치와 어깨 등에 잦은 부상 경력까지 안고 있다. 한때 올스타까지 선발된 오간도가 빅리그에서 장수하지 못한 것도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어서 더욱 부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화의 사령탑은 다름아닌 김성근 감독이다. 각종 논란과 구설수로 점철된 김성근 시대의 한화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화두는 역시 혹사다. 김 감독 부임 이후 권혁, 송창식, 김민우 등 무리한 혹사 후유증으로 부상에 시달리거나 수술대에 오른 선수들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외국인 투수는 김성근 감독 아래서 부상에 신음했던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이끌던 시절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던 데럴 마데이는 이미 한국무대 진출 전 팔꿈치 수술 경력까지 있었지만 2014년 살인적인 혹사를 당했다. 이후 30세의 젊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마데이는 2014년 퓨처스리그 25경기에서 15승 3패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는데 무려 150.1이닝을 소화했고 3일 휴식 이후 등판하여 투구수 100개 이상을 기록한 경우도 수차례나 있었다.

최근 2년간의 한화를 봐도 미치 탈보트, 쉐인 유먼, 에스밀 로저스 등이 하나같이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의 외국인 투수 활용법을 보면 어느 정도 이닝소화 능력을 갖춘 투수는 하루라도 로테이션을 앞당겨 기용하는 일을 반복하고, 조금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는 불펜을 겸업시켜 전천후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본전을 뽑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투수가 4일 휴식보다 5일 휴식 이후 더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다는 데이터나 지난 경기에서 100구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했다는 내용 등은 전혀 안중에 없는 기용 방식이었다.

로저스는 2015년 후반기에 합류했음에도 6승 2패, 자책점 2.97의 인상적인 피칭을 펼치며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당시 로저스는 빅리그에서는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음에도 KBO리그 진출 이후 적응기도 없이 바로 선발진에 합류하여 10경기 만에 75.2이닝을 소화했고 완투 4회(완봉 3회)의 가공할 만한 이닝 소화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무리한 등판의 후유증으로 이듬해 초반부타 팔꿈치에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 2016시즌에는 6경기만에 부상이 악화되며 중도하차해야 했다.

로저스가 한화와 계약조건에 이닝 소화에 대한 옵션이 걸려 있어서 무리한 등판을 자처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코칭스태프의 직무유기를 합리화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선수의 몸상태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관리할 책임은 코칭스태프의 몫이고 이미 팔꿈치에 여러번 이상 징후를 드러낸 외국인 투수를 당장의 성적에 대한 욕심 때문에 마구잡이로 굴린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감독의 책임이다. 로저스가 만일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시즌 끝까지 완주했더라면 한화는 지난 2년간 5강행을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간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썼다. 오간도의 몸값만 하더라도 180만 달러로 이는 지난해 로저스(19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감독이야 언제든 잘리면 그만이지만, 비싸게 영입한 투수를 감독의 욕심 때문에 마구잡이로 굴리다가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구단이 감당해야 한다. 선수는 구단의 소중한 재산이고 잠시 위임받은 권력에 불과한 감독은 성적만큼이나 구단의 재산을 소중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도 있다.

현재로서 오간도는 아무래도 로저스처럼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간도는 로저스보다 나이가 많은 데다 불펜으로 뛴지 오래되어 다시 선발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선발로 자리잡더라도 5일 이상의 로테이션과 100개 이하의 투구수 제한 등의 원칙있는 기용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 감독이 오간도를 제 2의 신윤호나 전병두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과거 지휘했던 팀들에 전천후 계투로 활용할 수 있는 스윙맨 자원들이 마운드의 핵심으로 포진해 있었다. 지난 2년간만 해도 수많은 투수들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기도 했다.

지난해 서캠프나 카스티요 등 외국인 투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간도가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약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은 김성근 감독의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과연 오간도는 김성근 감독의 '혹사 지옥'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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