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입법취지 어긋나" vs "3만원 현실에 안 맞아"

사건팀 입력 2017. 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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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금지법 완화에 대한 시민 반응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100일 맞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공무원들이 북적이고 있다.(위) 비슷한 시각 인사동의 한 한정식 식당은 찾는 손님들이 줄어 한가한 모습을 보인다. . 2017.1.5/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서울=뉴스1) 사건팀 = 민족 최대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이라면 친척, 친구, 동료 등에게 건넬 설 선물을 준비하기 바쁜 시간이다. 그러나 지난해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으로 인해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2016년 9월28일 시행됐고 식사비·선물·경조사 상한을 각각 '3만원·5만원·10만원'으로 규정했다. 시민들은 청탁과 접대 문화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더치페이(각자 계산)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청탁금지법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진 가운데 급격한 매출 감소로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또한 애매한 처벌 조항으로 인해 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설 명절을 앞두고 청탁금지법 개정이라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일 경제분야 5개 부처 합동업무보고 정책토론에서 청탁금지법 개정문제가 제기됐다. '3·5·10 가액한도' 규정 중 식대를 5만원으로 조정해 '5·5·10'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침이 경제부처와 국무조정실 등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사회 곳곳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1은 설날을 앞두고 145명의 시민들을 만나 청탁금지법 개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 중 77명은 개정에 반대 입장을 보였고 66명은 현재 제도를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2명은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법 시행 이제 100일…청탁금지법 완화는 시기상조

생각보다 완화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컸다. 청탁금지법은 시행된지 이제 막 100일(지난 5일)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법을 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황현중씨(28)는 "시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완화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패청산이 필요하다"며 청탁금지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20대 직장인 이창민씨(28)는 "윗사람들이 다시 받아먹으려고 개정하려는 느낌이 든다. (법이) 너무 엄격해서 폐해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폐해를) 느끼지 못하겠다.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최명진씨(42)는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했으면 이런 법이 나왔겠냐. 그런데 이 법을 완화하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가자는 것 같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부패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끼 식사비로 3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 청량리에 사는 손모씨(66)는 "3만원이면 충분히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완화에 반대했고 대학생 이지민씨(23·여)도 “한 사람 앞에 3만원이면 꽤 넉넉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51·여)는 "얻어먹지 말라는 것이 입법취지다. 그런데 이를 완화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현행 3만원이 딱 적당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이모씨(45·여)도 "3만원이든 5만원이든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얻어먹는 것 자체를 뇌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문닫은 광화문 일대의 식당© News1

◇"3만원 현실에 안 맞아"…청탁금지법 개정 필요

반면 청탁금지법 자체가 애초에 현실에 맞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해서라도 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울산 중구에 사는 회사원 정모씨(38)는 "경제 규모가 커졌는데 3만원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신모씨(69·여)도 "대접을 하려고 할 때 3만원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라며 법 개정에 찬성했다.

30대 회사원 정무원씨(34)는 "한정식집, 소고기집, 일식집 등에만 가도 인당 3만원이 훌쩍 넘는다. 시중 식당가에 맞춰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현재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남 해남에 사는 신모씨(55·여)는 "식사비만 (완화) 하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주위에 음식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힘들다고 한다. (법) 때문에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영향이 있지 않겠냐"며 청탁금지법 개정에 찬성했다.

또 경기도 성남에 주거하는 안모씨(38·여)는 "자영업자, 농민들이 어렵다고 한다. (법을) 완화하면 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시민도 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전경애씨(50·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다. 연말, 연초에는 회식 예약이 항상 꽉 찼는데 이번에는 절반도 차지 않았다. 김영란법이 완화되면 매출도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장모씨(28)는 "어차피 뒷돈, 뇌물 등을 막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엄격하게 하면 괜한 자영업자들만 피해보고 소비가 줄어 경기만 침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치페이 문화 늘어…"서민만 옭아매서는 안돼" 지적도

청탁금지법이 100일 넘게 시행되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현상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청탁, 접대 등에 조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더치페이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모씨(35)는 "더치페이를 많이 하는 것 갔다. 확실히 늘어났고 이 부분은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40대 자영업자인 김대범씨(48)도 "우리도 외국처럼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청탁금지법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청탁금지법이 서민만을 옭아매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30대 주부 박모씨(34·여)는 "최순실, 정치인, 검사, 사장들은 못 잡으면서 왜 일반 국민들을 부패의 원인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국민들만 잡아서는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 교수인 한모씨(60)는 "(법의) 실제 목표는 고위 공직자다. 그들은 그대로 두고 서민들만 귀찮게 하는 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법을 만드는데서 그치지 말고 적절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솔이씨(30·여)는 "청렴문화를 확립하려면 법만 시행할 것이 아니다. 적절한 국민교육도 병행해야 효과도 볼 수 있다"며 시민의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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