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사도 "미국 우선"..한국도 힘들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특히 대외정책에서는 기존의 입장에서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힘든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FTA 재협상 등 통상압력은 커지고,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과의 대결, 유럽과의 마찰, 러시아와의 신밀월 등 국제질서가 급속히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리 외교의 중심을 잡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 모든 문제를 아우르며 트럼프와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유능한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점도 더욱 명백해졌다.
◇ 취임사에서도 강조된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의 국익, 미국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년 동안 우리는 미국 산업을 희생한 비용으로 외국 산업을 부유하게 했고, 슬프게도 우리의 군대를 고갈시키면서 다른 나라의 군대를 지원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수 조 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의 사회간접자본은 녹슬고 파손되어 왔다”며 “이것은 이제 과거의 일일 뿐이며, 지금부터는 새로운 비전이 이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두 번이나 강조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단 두가지 원칙을 따를 것이다. 바로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선언했고, 청중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
트럼프의 취임사는 과거 대선기간이나 정권인수 기간에 밝힌 입장에서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이를 재확인하면서 앞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나갈 것임을 전세계에 공언했다.
◇ 입장변화 없는 강경한 트럼프...한국에도 ‘발등의 불’
우리나라에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당장 미국의 국방비 부담을 덜기 위해 트럼프 정부에서 조만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올리거나 미국산 무기를 더 구매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등 우리 정부가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보듯 입장이 매우 강경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경제팀은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한 직후 고위급 채널과 민간 채널을 활용해 트럼프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전방위로 접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를 한 명도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게다가 아직 트럼프 정부의 내각도 완전히 꾸려진 것이 아니어서 트럼프 경제팀과의 접점 찾기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 트럼프와 담판 지을 유능한 차기 대통령 선출이 과제
기존의 국제질서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 조작을 통해 중국산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탓에 미국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에따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경우, 상호 간 보복조치로 무역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1, 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서로 무역 전쟁을 벌이게 되면 우리 산업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 중국과의 통상마찰과 함께 대만과의 양안관계,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문제들을 트럼프 정부가 파고들어 흔들기에 나설 경우, 외교적 분쟁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이스라엘 중심의 중동정책 회귀, 유럽의 나토 회원국과의 방위비 갈등, 러시아와의 신밀월 관계 등으로 국제 질서는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실제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자체 개발할 경우 한반도 정세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특히 미-중 관계와 미-북 관계 속에서 우리 외교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또 이 모든 문제를 끌어안고 트럼프와 담판에 나설 수 있는 유능한 차기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 트럼프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58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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