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외쳤지만.. 시위로 어수선한 '첫발'

신훈 기자 입력 2017. 1. 2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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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취임식 현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VIP 만찬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트럼프 앞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가 먼저 도착해 박수를 치고 있다. 행사에는 차기 내각 내정자들과 공화당 의회 지도부, 고액 정치자금 후원자들만 참석했다. AP뉴시스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미국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하며 보전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든 채 헌법 제2조 1항을 읽어내려갔다. 20일 낮 12시(현지시간)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선서를 마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받는 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를 향해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 기득권 정치 전복을 약속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가 하면 통합과 연대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오전 11시30분 취임식위원회 의장인 로이 블런트 공화당 상원의원의 개회선언과 축사로 시작된 취임식은 16세 소녀 가수 재키 이베잉코의 국가 제창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대선에서 격전을 벌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취임식장을 찾았다.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 60여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주요 인사들과 오찬을 가지며 대통령으로서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곧 이어 오후 3시부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이후 150여년간 이어진 취임 기념 카퍼레이드가 90분 동안 펼쳐졌다.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의사당에서 백악관으로 이어진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트럼프는 이날 밤 월터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취임 축하 무도회 리버티 볼에서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 음률에 맞춰 부인 멜라니아의 손을 잡고 춤을 선보였다. 리얼리티쇼 스타와 모델 출신 퍼스트레이디의 춤 실력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전날 트럼프는 링컨기념관에서 식전행사로 열린 축하무대에 참석해 “국가를 통합하겠다. 모든 국민을 위해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우리 모두는 진정한 변화를 원했다”며 “변화를 약속한다. 수십년간 미국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내겠다”고 호소했다. 백인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는 잊힌(forgotten) 이들을 호명하면서 “여러분은 더 이상 소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 팝페라 가수 로즈 장도 무대에 올라 뮤지컬 ‘캣츠’의 주제곡 ‘메모리’를 불렀다.

트럼프는 취임 행사가 이어진 19일부터 사흘 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다. 취임식 전날 전용기편으로 워싱턴에 도착한 트럼프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하는 것으로 행사 일정을 시작했다. 밤엔 관례에 따라 백악관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묵었다. 취임식 당일 트럼프 부부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티타임을 가진 뒤 함께 의사당으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취임 다음날 국가기도회를 끝으로 취임 행사를 마무리한다.

통합과 연대를 강조한 트럼프와 달리 워싱턴은 환영객과 불청객으로 나뉘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착용한 빨간색 모자를 쓴 이들이 개회식장 주변을 점령했다. ‘트럼프’ 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티셔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념품 매장엔 트럼프 관련 상품을 사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 탓에 우비를 입은 인파는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퍼레이드를 기다렸다.

이들과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뒤엉키면서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욕설은 물론 손가락욕이 난무했다. ‘혼돈의 트럼프 취임식’은 괜한 우려가 아니었다. 퍼레이드 행렬이 펜실베이니아 거리에 위치한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을 지날 때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 등 보안인력 2만8000명의 철통 경호와 테러에 대비해 주요 도로를 감싼 2m 높이의 철제 담장은 10만명에 이르는 시위대를 막을 수 없었다. 역사상 가장 분열적인(divisive) 취임식이 될 것이란 미 언론의 전망은 그렇게 맞아떨어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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