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비서실의 대포폰, 청와대는 범죄 모의 집단인가

2017. 1.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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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들이 불법적인 제3자 명의 휴대전화(일명 차명·대포폰)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청을 우려해서 썼다지만, 불법도 서슴지 않아야 할 정도로 뒤가 구린 내용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의혹만 확인시켜준다. 청와대가 대포폰을 사용하는 범죄 모의 집단이라는 것을 인증한 셈이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그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도 차명폰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우리 정치의 좀 아픈 부분인데, 역대 정권에서 도·감청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 대통령과 통화하고 이런 부분이 도청 위험성이 있을 수 있어 저희 이름으로 사용된 걸 통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통화할 때 업무폰과 차명폰 둘 다 썼고 그중 차명폰을 사용할 때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남의 이름을 빌린 차명폰과 명의를 도용한 대포폰을 구분하나, 모두 불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해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지난해 11월11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사용한 6대의 대포폰 중 하나를 대통령에게 줬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면 국정농단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부인했지만, 2개월여 만에 사실로 확인됐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카카오톡 등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및 통신감청 건수가 급증한 사실은 국정감사 등에서 수차례 드러났다. 대화 내용이 수사당국에 제출될 것을 우려한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해외 소셜 미디어 ‘텔레그램’으로 대거 망명하는 지경에 이르자 카카오톡은 2014년 10월 수사기관 감청 요청에 불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토록 통신의 자유를 억압해놓고 자신들은 조직 폭력배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단처럼 대포폰을 사용한 것이다. 권력을 쥐고도 도청을 우려했다는 주장도 의아하지만, 백번 양보해 실제 도청을 우려했다면 도·감청 방지 기능을 갖춘 비화(秘話)폰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청와대 사람들과 주변 인물들이 이를 마다한 것은 결국 불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범죄 모의를 했다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불법과 비선이 합법과 공식 시스템 위에서 작동했다는 확증이다. 이제 박근혜 정권은 5년간 위임받은 권력을 애당초 정당하게 쓸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받는 상황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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