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질문하라'.. 반기문 강연의 수상한 각본
[오마이뉴스 글:소중한, 사진:박정호]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강연 및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맨 오른쪽이 정치외교학과 박제상 학생. |
ⓒ 남소연 |
조선대 학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털어놓은 고백이다(바로가기). 이 대학 정치외교학과 2학년인 박제상씨는 18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 강연 및 토론회'의 패널로 무대에 올랐다(관련기사 : '청년인턴 확대' 항의에도 "젊어서 고생 사서 한다"는 반기문).
하지만 박씨에게 남은 건 실망감뿐이었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는 박씨는 큰 기대를 품고 토론회에 참석했으나, 토론회 같지 않은 토론회 방식과 반 전 총장의 '청년 인식'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질문 옆에 적혀 있던 "농담처럼 유연하게"
박씨는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제가 반 전 총장의 해명을 위해 서 있는 마네킹처럼 느껴지더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토론회 전날, 저는 열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주최 측이) 10가지 질문을 다 하기 어렵다고 해,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최 측에) 질문을 조금 늦게 보냈더니, 현장에는 이미 완성된 질문지가 나와 있더라. 원래 보낸 10가지 질문을 참고해 (주최 측이) 임의로 질문을 만든 것이다. 특히 임의로 만들어진 질문에는 대선 관련 행보를 묻는 질문이 담겨 있었는데, 그 질문을 '농담처럼 유연하게' 하라고 적혀 있더라. 난 절대로 농담처럼 질문할 생각이 없었다."
▲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진행된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 강연 및 토론회'의 사전 질문지. 박제상(정치외교학과)씨의 질문에 "농담처럼 유연하게"라고 적혀 있다(우측 붉은 네모). 뿐만 아니라 이날 토론회의 청중 질문자와 질문도 미리 정해져 있었다(좌측 붉은 네모). |
ⓒ 박정호 |
"청중 질문자 한 명도 이미 정해져 있더라. (반 전 총장의) 강연이 끝난 후, '질문 있습니까?'라는 말에, 꽤 많은 청중이 손을 들었다. 어떤 분은 '제가 질문하겠습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날 청중 질문 기회는 미리 정해진 질문자 한 명만 할 수 있었다. (명색이) 토론회인데, 패널 6명과 정해진 청중 1명만 질문할 수 있었다. 더구나 반 전 총장의 답변에 담론을 이어가거나 반박할 수 없는 구조였다. '내가 토론회 패널로 서 있었던 의미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박씨는 이날 반 전 총장이 내놓은 청년 관련 메시지에도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해외에서 일 없으면 자원봉사자라도 하라" 등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박씨는 "저는 반 전 총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아니고, 유엔(UN)사무총장이었던 그를 존경했다. 최근 귀국 후 정치 행보를 하며 언론에 안 좋은 면이 나오기에, (토론회에서 오해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청년 관련 발언은) 누가 봐도 어이가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 조선대에서도 항의받은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조선대 강연장에 들어서며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 남소연 |
하지만 박씨는 "반 전 총장을 지지하진 않아도, 존중하는 이유는 그가 말했던 진보적 보수주의, 정치교체 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라면서도 "(하지만 토론회를 통해 느낀 점은) 주변에 (그에게)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없어 보이더라. (그날 강연장) 밖에서 시위하던 목소리를 선동됐다거나,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조선대 학생의 주장과 관련해 반기문 캠프에 설명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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