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장애인 폭행..경찰서 '먼저 맞았다' 발뺌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입력 2017. 1. 20. 17:37 수정 2017. 1. 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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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뒤집고 '자신이 먼저 때렸다'고 털어놔..경찰은 쌍방폭행으로 조사
(사진=피해자 제공)
LG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과 직원이 지체장애인을 집단 폭행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임원은 경찰조사에서는 되레 '먼저 맞았다'고 진술했다가 뒤에서는 피해자에게 사과문을 보내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 "뭘 쳐다봐, 내가 누군 줄 알아" 대기업 상무 장애인 폭행

(사진=피해자 제공)
지체장애 4급의 장애를 갖고 있는 A(49) 씨는 지난해 11월9일 오후 10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화장실서 처음 보는 2명의 남자에게 다짜고짜 폭행을 당했다.

경찰 조사결과 폭행을 한 사람은 LG그룹 계열사 B 상무와 C 팀장으로 드러났다. 눈이 마주쳐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B 상무가 다짜고짜 '야, 뭘 봐, 내가 누군 줄 알아'라며 시비를 걸었다"며 "이후 C 팀장이 팔을 잡더니 B 상무가 얼굴을 가격하고 목 부위를 가격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갑작스런 폭행을 당한 A 씨는 놀란 마음에 직장동료에게 연락을 했고 싸움은 A 씨의 직장동료들과 B 상무 측의 싸움으로 번졌다. 안면과 목 부위의 폭행을 당한 A 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이후 출동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들을 현행범 체포해 조사했다. 하지만 B 상무는 처음엔 '기억이 없다'고 말하더니 이후엔 '자신이 먼저 맞았다'고 거짓 진술해 경찰은 쌍방폭행 혐의로 A 씨와 B 상무를 피의자 조사했다.

A 씨는 "내가 먼저 때렸다는 경찰의 '범죄사실 요지서'를 보고서 분통이 터졌다"며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됐다"고 성토했다.

경찰관계자는 "화장실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폭행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화장실 외부 CCTV에는 B 상무 측과 A 씨 측 동료 간 폭행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맞았다고 주장한 B 상무는 이후 돌연 A 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경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경찰은 '공소권없음'으로 처리해 지난 11일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지체장애등급 4급의 A 씨는 폭행에 의한 외상으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고 현재는 급성스트레스장애로 6개월에 걸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 경찰조사서는 "먼저 맞았다"는 B 상무, 뒤에서는 "다 내 잘못이다" 입막음

(사진=피해자 제공)
경찰조사 당시 자신이 먼저 맞았다고 주장한 B 상무는 뒤에서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A 씨에게 사과하는 등 앞뒤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폐쇄회로(CC)TV 녹화 사진, 폭행 당시 동료에게 보낸 구조문자 사진, 상해진단서 등 10여 개의 증거서류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어 언론사의 취재가 들어가자 B 상무는 피해자에게 장문의 사과편지를 보내는 등 뒤늦게 사건을 수습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A 씨의 직장을 찾아가는가하면 A 씨가 다니는 성당까지 찾아가 무턱대고 '사과를 하겠다'고 했다.

B 상무는 지난 15일에는 '어떤 말로 용서를 구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A 씨는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가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 폭행당사자는 다짜고짜 찾아와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 자세냐"며 "사과가 아닌 법적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B 상무는 지난 19일에도 서울 서부지검을 찾아 A 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B 상무 본인이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조사에서도 본인이 먼저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은 B 상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이며 당사자간에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차원에서 엄밀히 조사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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