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發 홈퍼니싱 '바람'..색다른 인테리어 문화 확산 '가구업계 새먹거리 부상'

유진우 기자 2017. 1. 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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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막 신혼살림을 시작한 장모(32)씨는 서울 신도림에 구한 전셋집을 꾸미기 위해 가까운 백화점 대신 경기도 광명시 ‘이케아(IKEA)’ 매장을 찾았다. ‘백화점 소품 코너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값은 훨씬 싸다’고 직장 동료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연면적 13만1550㎡ 매장(지상 2·3층)과 주차장(지하 1·2층, 지상 1층)으로 구성된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다. /유진우 기자

장씨 부부는 컵과 식기, 와인잔 등 부엌 살림부터 벽시계, 선반에 올려놓을 작은 인형, 화장실 앞에 놓을 매트, 침대 옆 스탠드 등 인테리어 소품을 전부 여기서 골랐다. ‘17평 집을 꾸미기에는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마음껏 골랐지만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15만원이 넘지 않았다.

국내 가구업계에 이케아발(發) ‘홈퍼니싱(home furnishing)'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홈퍼니싱이란 소형 집기나 조명·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스스로 집을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세계 1위 가구·생활용품 기업 이케아가 2014년 한국에 진출해 다양한 가구는 물론 5000여개의 홈퍼니싱 상품을 판매한 것을 계기로 국내 인테리어 소품·생활용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케아가 그동안 소형업체만 난립해 집계조차 어려웠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20~30대 1인 가구가 늘고, 신혼부부 사이에서 가구에 돈을 덜 쓰는 대신 소품을 이용해 집을 꾸미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홈퍼니싱이 가구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한샘·리바트·일룸 등 국내 브랜드 가구 기업들은 이케아가 화두로 제시한 ‘홈퍼니싱 시장의 브랜드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구업계에서는 더 이상 ‘이케아 공포’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이케아 효과’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테리어 및 생활소품 시장 규모는 2008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12조5000억원에 달했고 2023년 18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대로 이케아가 2020년까지 국내에 4개 매장을 추가로 열 경우, 홈퍼니싱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이케아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국내 가구업계에선 ‘가격 경쟁력과 인지도로 무장한 이케아의 물량 공세 앞에 가구 시장이 궤멸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 섞인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공포’에 맞서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대형매장을 새로 내거나, 발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으며 자체 성장을 이뤘다.

올해로 한국 상륙 3주년을 맞는 이케아는 지난해 경기도 광명시 1호점 매장 한 곳에서 매출액 35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스웨덴·독일·미국·중국 등 전 세계 모든 이케아 매장 중 매출 1위 기록이다. 국내에서 이케아의 매장은 광명점 1곳 뿐이다. 순식간에 국내 가구업계에서 한샘과 리바트에 이은 3위권 업체로 올라섰다.

이케아 광명점에선 가구 외에도 인형 등 다양한 인테리어 관련 소품을 판다. /유진우 기자

◆ ‘가구업계 신성장동력' 인테리어·생활소품 시장 2023년 18조원 전망

홈퍼니싱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지만 5년 전만 하더라도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관련 시장의 규모는 미미했다. 가구 전문매장에서 소품은 구색 맞추기용이었고, 소품 코너를 별도로 갖춘 유통 채널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가구 전문업체나 유통업체 대부분이 중소 생활용품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하다 보니 제품도 비슷했다.

이케아는 2014년 국내 진출 이후 광명점 1곳에서 5000여개에 달하는 홈퍼니싱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체 취급 제품 중 55%에 해당한다. 특히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20~30대 1인 가구와 신혼부부들이 늘면서 이케아발(發) 홈퍼니싱 열풍은 국내 가구업계로 퍼져 나갔다.

이케아에 맞서 한샘·리바트·퍼시스·까사미아 등 국내 가구업체들도 대형직매장·대리점 수를 늘려 매장 크기를 키우고, 취급 인테리어 관련 품목 수를 확대해 홈퍼니싱 시장 성장에 대비해 왔다.

한샘은 2013년 750억원이던 생활용품 관련 매출이 2014년 1400억원으로 늘었다. 가구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도 2015년 11월 ‘리바트홈’이란 생활용품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2015년 2%였던 생활용품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1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들 한국 진출 줄지어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들의 한국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1년새 굵직한 업체들이 한국에 매장을 냈고, 일부는 국내 주요 업체와 손을 잡고 홈퍼니싱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명동에 문을 연 플라잉타이거 1호점. 덴마크의 톡톡 튀는 인테리어 소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조선일보DB

이케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생활소품 뿐 아니라 그릇·냄비 등 주방용품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홈퍼니싱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업체 ‘미니소’와 덴마크업체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이 서울 중심지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 1호점을 연 ‘미니소’는 2013년 일본인 디자이너가 창업한 생활용품 브랜드로, 2014년에 중국과 홍콩 자본에 대주주 지분이 넘어갔다. 이 브랜드는 화장품을 비롯해 생활용품, 문구 등 2만 여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며 매달 300여개의 신제품을 선보인다. 미니소는 올해 국내에 12개 매장을 추가로 내고 내년부터 매년 100개씩 매장을 늘려 5년 안에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도 지난해 8월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이곳은 가격이 유럽보다 30% 저렴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내년까지 11개 매장을 열어 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의 목표다.

미국 최대 홈퍼니싱 업체 ‘윌리엄스 소노마’는 현대리바트를 통해 국내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연간 5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내는 ‘가구 공룡’이다.

박상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득 3만달러 시대가 오면서 ‘삶의 질’ 위주로 소비패턴이 바뀌고 있다”며 “홈퍼니싱 시장은 한국의 소비시장 내 미개척 시장으로 잠재력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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