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FA 논란, 안타깝지만 구제해선 안된다

이준목 입력 2017. 1. 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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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등록일수 부족은 선수에도 책임, 원칙 지켜야

[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김민성의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민성은 원래 2017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 선수 신분을 획득할 수 있는 '예비 FA'로 알려졌다. 하지만 확인 결과 올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어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FA 등록일수 기준(9시즌 동안 145일 이상 1군 등록)에 딱 하루 모자라 FA 자격 획득이 2018년 이후로 미뤄지게 된 상황이다.

김민성의 FA 자격 논란과 더불어 변수로 떠오른 것이 바로 2010년 당시 KBO의 트레이드 승인 문제였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했던 김민성은 3년 뒤인 2010년 7월 2대 1 트레이드(황재균-김민성·김수화)를 통하여 넥센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당시 넥센이 한창 '선수 팔기'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던 시점이라 KBO가 트레이드 승인을 보류하며 김민성의 1군 등록이 하루 정도 늦춰졌다. 김민성은 이미 넥센 선수단에 합류한 상황이었지만 승인이 나기 전까지 등록 선수 자격은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KBO는 최종적으로 넥센-롯데간의 선수 이적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트레이드를 승인했지만, 그동안 김민성의 1군 등록 일수가 손해를 본 것은 끝내 보상받을 수 없었다. 김민성은 이후 넥센의 주전 내야수로 성장했고 지난해 141경기에 나서 타율 3할6리, 17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연봉도 수직 상승하여 지난 9일에는 2016년에 비해 68%나 인상된 3억7000만원의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FA 대박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일 트레이드만 정상적으로 제 때 인정받았더라도 김민성은 문제없이 2017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누구도 훗날 이런 장면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6년의 시간이 흘러 김민성은 단 하루 차이로 FA 자격 취득이 1년 미뤄질 상황에 놓였다.

김민성은 억울할 수 있지만...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김민성.
ⓒ 넥센 히어로즈
그렇다면 김민성의 FA 자격은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아니오'다. KBO는 규정상 안타깝지만 구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민성과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측은 이에 반발하여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김민성 측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사건은 KBO와 구단 간의 문제로 인하여 선수만 억울하게 피해를 본 상황에 해당한다. KBO는 당시 트레이드 절차와 내용에 의구심을 제기했으나 조사 결과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정작 김민성 본인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선수 개인에게만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은 지나치다. 단지 절차상의 문제로 승인이 단 하루 늦어졌을 뿐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승인이 난  트레이드에 대해서 KBO가 등록일수를 하루 보상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프로야구 선수에게 FA란 어쩌면 평생을 바친 야구인생의 땀과 눈물을 보상받을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도 있다. 수년간 프로선수로 활약하면서도 FA 자격 한 번 누려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주전급 선수들은 빨라도 20대 후반, 조금 늦으면 30대 초반에 첫 FA 자격을 얻게 되고 이때가 야구인생에서 가장 많은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다. 운동선수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FA의 가치도 1년 차이에 얼마든지 달라질수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KBO 측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수도 있다. 첫째로 KBO가 당시 트레이드 승인을 유보한 것이 과연 잘못된 결정인가 하는 문제다. 넥센은 당시 구단 운영이 어려웠던  탓에 주축 선수들을 잇달아 경쟁팀에 팔아치우며 야구판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듣고 있었다. 김민성의 트레이드 당시에도 선수 외에도 구단간 현금 거래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이적 승인은 떨어졌지만 KBO는 행정기구로서 이적시장의 절치적인 투명성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었다. KBO의 결정은 당시로서는 충분히 필요했던 과정이었고, 김민성에게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히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FA 일수 때문에 특정 선수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 이는 규정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

둘째로 '김민성이 순전히 KBO의 트레이드 승인 보류 때문에 FA자격이 1년 미뤄져서 손해봤다'는 게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민성은 2007년 데뷔 이후 등록일수 145일을 채운 시즌은 6번이었고, 규정 기록에 미달된 4시즌의 1군 등록일수를 모두 합치면 총 8년에 단 하루가 모자란다. 그래서 다음 시즌을 풀타임을 소화해도 하루 차이로 FA 자격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김민성은 넥센 이적 시즌이던 2010년 80경기 출장에 1군 등록일수는 138일이었다. 2012년에도 71경기 출전에 그쳤고 등록일수는 109일이었다. 이는 KBO와 상관없이 온전히 김민성 개인의 부진이나 부상, 팀 사정 등의 이유로 1군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아예 롯데 입단  초창기에 1군 출장기회를 좀더 잡았더라도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KBO의 등록일수 규정이나 원칙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이제와서 어쩌다가 등록일수를 합산해보니 딱 하루 손해봤다는 이유로 그 보상을 KBO에게 요구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선수 개인의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춘 자의적인 해석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법적 대응하겠다는 선수협, 신중한 접근 필요하다

설사 KBO가 대승적으로 김민성을 구제해주려고 한다고 해도 이는 오히려 원칙과 형평성 치원에서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앞으로 김민성과 유사한 상황이 나올 경우 하루이틀 차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예외를 요구하며 편의를 봐줘야한다면 FA 규정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협이 이 문제에 대하여 법적 대응은 운운하며 개입하는 것도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선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KBO도 충분히 나름의 근거와 명분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기에 무작정 원칙을 깨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선수협이 잘나가는 일부 1군 선수들의 권익만 대변하는 이익 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나 무명선수도 아니고, 특정 선수의 FA 자격 취득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원칙과 규정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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