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날지 못하는 '항공사 재무개선'

최윤신 기자 2017. 1. 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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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강세, 유가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기존의 성장 방식에 안주해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원가 경쟁력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모든 업무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과감한 원가 절감 방안을 찾읍시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11일 밝힌 취임사다. 그는 별도 취임식을 하지 않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에게 이같은 경영 목표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 사장이 효율성을 통한 원가 절감 등 ‘위기의식’을 강조한 이유는 다가오는 대외 환경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회사의 생존 가능성 자체가 불확실하다.
/사진=뉴시스 임태훈 기자

◆ 부채비율 1000% 사수

대한한공은 지난해 저유가 호황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올렸다.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대한항공의 재무상태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지난해말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을 약 1200%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904%)에 비해 30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만 해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10%로 유지됐다. 한진해운 관련 손실과 순금융비용 3600억원 등의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1000% 안팎의 부채비율은 유지될 것으로 여겨왔지만 '환율'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연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면서 9000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손실이 새로 추정됐다. 대한항공의 미국달러 부채는 84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00원 넘게 오르면서 90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항공업계에서 외화환차손실 반영은 장부상 수치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번 손실은 대한항공 경영에 실질적인 위협요소가 됐다. 대한항공 공모 회사채 61%에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가면 투자자들이 기한이익상실(채권 조기 회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옵션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원화 공모사채 중 부채비율 옵션이 붙어있는 금액은 8700억원 규모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만기가 나눠져 있지만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해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사채로 분류된다. 자칫하면 부채비율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항공은 부랴부랴 부채비율 사수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했다. 2200만여주의 보통주를 새로 발행한다. 이 증자가 성공할 경우 부채비율은 200%포인트 가량 낮아져 1000% 미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부채비율이 1분기말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달러강세가 심화되면 1000%선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재무구조 개선 나선 항공사들

투자와 재무관리는 언제나 딜레마가 따른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선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러다보면 부채가 늘어난다. 리스를 통해 항공기를 운영하는 항공사의 입장에서 부채비율 관리는 쉽지 않은 과제다.

대한항공의 유증은 공모사채 옵션 때문에 1000%라는 상징적인 비율을 사수하려는 경향이 크지만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강달러 상황에서 높은 부채비율은 큰 부담이다. 부채에 대한 이자부담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 자칫하다가는 열심히 승객을 태워 벌어들인 수익을 죄다 이자 갚기에 소진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무구조 개선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자산매각과 노선 구조조정 등의 조치를 취했고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2015년 말 991%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572%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 1662억원대 자금모집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모집금액은 507억원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대한항공(BBB)보다 낮은 수치다. 부채비율 수치상으로 봤을 때 대한항공보다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항공기 도입 방법의 차이를 고려하면 아시아나 역시 환율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할부방식인 금융리스로 항공기를 들여오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의 항공기를 운용리스로 매입했다. 운용리스는 임대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부채로 반영되지 않고 임대료만 비용으로 회계처리되는데 이 임대료 역시 달러로 지급돼 강달러 기조 아래서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2019년부터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리스자산 적용방식 변경에 따라 운용리스도 모두 부채로 계상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앞서 부채비율을 대폭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한신평은 IFRS 리스자산 적용방식이 바뀌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153.3%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격화되는 LCC(저가항공사)와의 경쟁 속에서 더 위협을 받는 것은 장거리노선이 부족한 아시아나항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무구조 개선과 서비스 창출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올해부터 A350 도입을 시작하고 장거리 노선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의 재무구조는 계속 취약했지만 지난해 호실적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올해 유가상승과 환율 급등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체질과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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