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 지하철 타려다 급당황

maytoaugust 2017. 1. 2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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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13] "벌꿀아, 퀴즈 하나 내볼까?"

"뭔데요?"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오슬로 있잖아, 오슬로 하면 뭐가 떠올라?"

 "음…..박노자?"

 역시 예상대로였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대해 아는 것을 얘기해보라는 내 요청에 와이프는 책 '당신들의 대한민국',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저자인 박노자 씨를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요즘으로 치면 '비정상회담'의 타일러의 원조 격인 분이라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와이프가 박노자라고 대답한 이유는 웬만한 한국인보다 글을 더 잘 쓰는 문장력으로 유명한 그가 바로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의 교수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참으로 얄팍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렇듯 실은 북유럽 국가에 대해 아는 것이 참 없는데 여행을 통해 하나하나 경험으로 알아가는 재미가 또 있는 것이겠지. 이번 노르웨이 오슬로의 주요 스폿 중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장소는 세계적인 미술가 뭉크의 여러 작품이 소장돼 있다는 뭉크미술관이었다. 뭉크의 고향이자 본 고장이 바로 여기 오슬로이기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박노자는 노르웨이 사람이 아닌 러시아 태생이다. 지금은 귀화했으니 한국 사람이다.)

 오슬로 항구에 오전 10시경 도착해 기항지 안내도를 보니 저녁 6시까지 돌아오라고 적혀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헬싱키, 스톡홀름에 이은 크루즈여행의 네 번째 기항지 오슬로, 크루즈 여행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밤에 자고 일어나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는 편리함인데, 그렇게 아낀 시간에 기항지 정보를 미리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특히 리갈프린세스 크루즈에서는 매일 '프린세스 패터 (Princess Patter)'라는 선상 신문이 방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사실 맨몸으로 배를 타도 여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 신문에는 그날의 날씨, 우리가 가는 장소에서 꼭 들러야 할 주요 스폿, 관광지 안내, 역사 유래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아, 물론 한국어 버전은 없으므로 영어해석을 해야 한다….
 오슬로 항구에 첫발을 내디디니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시티투어버스였다. 유명 관광지에는 어디에나 이런 속칭 '레드버스'가 늘 있다. 이 버스는 유료로 주요 관광명소들을 하루 종일 도는 버스인데, 우리는 코펜하겐에서만 딱 한 번 이용했고, 나머지 도시들에서는 다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가격이 보통 하루에 30~50유로(약 4만~5만원) 정도 한다.

 하지만 버스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라서 20~30분 간격의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일이고, 무엇보다 여행지로부터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방관자적 느낌으로 여행을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잘돼 있는 도시에선 굳이 탈 필요가 없지 않나 싶은 게 솔직한 생각이다.

 어쨌든 우리는 걸어서 오슬로 시내로 들어갔다. 날도 맑고 꽃도 예쁘다. 길은 잘 정돈돼 있고 무척 깨끗하다. 오슬로 역사 광장 중앙으로 갔더니 호랑이 조형물이 보인다. 이렇듯 길거리 곳곳에 동상들이 많았다. 이곳 역사 광장으로 온 이유는 오슬로 역 바로 옆에 위치한 '투어리스트 센터(Tourist Center)'에 들르기 위해서다.
항구 앞에서 돈을 내고 시티투어버스를 탈 게 아니라면 여기에 들러 '오슬로 패스(Oslo Pass)'를 구입하면 된다. 가격은 24시간 티켓이 인당 670크로네, 4만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약간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슬로에서 이 패스 하나만 있으면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같은 명소부터 트램, 지하철 등 대중교통까지 모두 오슬로패스 하나로 이용이 가능하다. 여행객이라면 오슬로에서는 이 패스 하나를 사는 게 이득이다.
 오슬로 패스 2장 일일권을 사이 좋게 산 다음 첫 번째 목적지인 뭉크미술관까지 오슬로의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지하철에 비하면 오슬로의 지하철은 더 직관적으로 노선도가 표현돼 있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는 표 찍는 개찰구가 없네?"

 "그러게요, 무임승차 걱정되지도 않나…."

 개찰구가 없는 노르웨이 오슬로 지하철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다. 정부가 평상시에 국민을 신뢰한다는 표시로 받아들여도 될까. 나중에 알고 보니 무임승차하다가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내기 때문에 거의 모두가 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시민의식이 낮다면 이렇게 자유롭게 표를 보여주지 않아도 탈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지 않았겠지.

 "어어 왜 문이 안 열리지?"

 "오빠 저쪽은 열리는데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돌발 상황이 터졌다. 우리 앞에 지하철이 도착했는데 문이 안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심하게 당황했다. 그 옆 칸 지하철 문은 자동적으로 열리고 닫혀서 그 사이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건 무슨 일인가. 결국 우리가 잠깐 '멘붕'에 빠진 사이 방금 도착한 열차가 그대로 지나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지나가던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영어로) 열차가 도착하면 문 앞에 부착돼 있는 동그란 버튼을 눌러야지 문이 열려요."

 "네에에?"

 순간 심하게 부끄러워졌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현지인들이 보기에 우리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웠을까. 낯선 동양인 둘이서 열차가 도착했는데도 타지도 못하고 낑낑거리는 걸 보고 있으려니. 그래서 측은지심에 우리를 도와준 것일 테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별 게 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셈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너무 서울의 거대하고 혼잡하고 바쁜 지하철에만 익숙해져 있던 우리가 잘못한 것이지. 이렇듯 뭉크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출발부터 재밌는 에피소드를 낳으며 진행됐다.

 "그런데 아까 그 여자 예쁘더라…."

 "아 오빠 정말!"

 [MayToAugust 부부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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