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격변의 산업]규제 완화에 에너지·제약 '맑음'..관세 압박에 자동차 '흐림'

신정은 2017. 1.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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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정책 희비업종 물어보니
14곳 '에너지' 6곳 '건설'수혜
22곳 국경세로 '자동차'피해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국내 30대 그룹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한국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미국 보호무역과 반덤핑 관세를 꼽았다. 특히 자동차 부문이 보호무역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에너지 분야는 수혜업종으로 뽑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들의 희비는 업종별로 엇갈릴 전망이다.

◇보호무역 강화·중국과 마찰 우려

19일 이데일리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트럼프 정부 출범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53.1%는 예상되는 한국 기업의 최대 리스크(위험)로 미국 보호무역과 반덤핑 관세(53.1%)를 꼽았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마찰(21.9%)을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7일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 무역전쟁의 승자는 없다”는 표현으로 직접 트럼프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밖에 국제정세 불확실성(15.6%)과 달러강세(6.3%), 자본이탈(3.1%)도 예상되는 리스크로 꼽혔다.

트럼프의 정책 중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 ‘통상’이라고 답한 기업은 23곳(76.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응답기업의 16.7%가 ‘외교안보’를 꼽았으며 나머지 6.7%는 ‘통화정책’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국내 30대 그룹은 트럼프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응답자의 73.3%인 22개 기업이 ‘완만한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 의원들은 적정금리 수준을 표시하는 ‘점도표’를 통해 올해 3번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재닛 옐런 의장은 “2017년의 금리인상 움직임은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점도표에 대해서도 “매우 완만한 조정”이라고 해석했다.

이밖에 국내 기업 중 13.3%는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응답자의 10%가 급격한 금리인상을 꼽았으며 금리인하를 예상한 곳은 한곳도 없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예상되는 재정 정책 중 글로벌 경기회복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응답기업의 절반(46.7%) 가까이가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선택했다. 이어 기업 규제 완화(23.3%)와 공격적인 법인세 인하(16.7%), 대규모 감세(13.3%)가 그 뒤를 이었다.

◇에너지 ‘맑음’·자동차 ‘흐림’

트럼프의 경제정책 방향은 재정지출과 감세를 통한 인프라 투자확대, 보호무역주의 강화, 금융·환경 관련 각종 규제 철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볼 업종으로는 ‘에너지(41.9%)’를 꼽았다. 이어 건설(19.4%)과 의료&제약&헬스케어(9.7%)가 그 뒤를 이었다. 전자·IT도 6.5%의 선택을 받았다.

에너지 업종의 경우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정 폐기, 화석연료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또 트럼프가 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해외 제약업체의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정책을 언급한 점은 국내 제약 업종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건설의 경우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전망했지만 기업들은 수혜업종으로 꼽으며 온도차를 보였다.

반대로 가장 피해를 볼 업종으로는 73.3%의 응답기업이 ‘자동차’를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재 대표 수출업종인 자동차 업체에 가장 불편한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도요타는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아니면 막대한 국경세(border tax)를 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후 도요타는 미국에 5년간 100억달러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포드는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접고 미시간 공장에 7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앞으로 5년간 미국 현지에 31억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미국 내 신규 공장 건립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대차는 “예정된 투자”라고 말하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정책에 발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가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이밖에 응답기업의 3.3%는 전자·IT가 피해 업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6.7%)과 섬유·의류(3.3%)는 그 뒤를 이었다. IT는 트럼프가 최종 목표가 미국 중산층의 소득 증대라고 점에서 수혜업종으로도 꼽히지만, 수출 둔화 우려로 피해 업종으로도 많은 선태을 받았다. 철강 역시 대표 수출 업종으로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나온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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