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챔피언①] 당연하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 전북 결정 '유감'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2017시즌 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박탈당한 전북 현대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측은 18일 "AFC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의 최종 결정에 대해서 CAS에 의견을 다시 묻고자 한다"며 "출전 정당성을 되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검찰이 구단의 직접적 개입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전권 박탈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ACL이 안겨주는 막대한 경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전북으로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항소에 나서는 방법만이 최선이다.
"어떤 징계도 달게 받으려고 했다. 축구연맹이 2부리그 강등 징계를 내렸어도 받고 내려갔을 거다."
신년 인터뷰를 위해 지난해 마지막날 최강희(58) 전북 현대 감독을 만났을 때 그가 한 얘기다. 하지만 축구연맹은 강등이라는 칼을 빼들지 못했다. '솜방망이 징계'로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을 마무리한 축구연맹 대신 뒤늦게 칼을 빼어든 건 아시아축구연맹(AFC)이었다.
전북은 이번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AFC 내부 분위기가 전북에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전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북은 AFC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는 동시에 CAS까지 가야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출전권을 박탈당하자마자 전북이 CAS에 항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CAS에 항소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대회 시작이 코앞이고 CAS가 전북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단 전북은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건 알고 있다"며 "어느 정도 걸릴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마 짧은 시간 내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든 싸움이 되리란 걸 알면서도 전북이 항소를 결정한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중징계 문제, 둘째는 승부 조작 개입 문제다. 전북 관계자는 "축구연맹에서 징계를 받아 승점이 삭감된 상태에서 리그를 치렀고 그 결과 ACL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ACL 출전권을 박탈한다는 건 이중징계로 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 조사에서도 구단이 직접적으로 심판 매수에 개입하거나 승부 조작을 저질렀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출전권 박탈이 지나친 처분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북의 항소 결정에 축구팬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ACL도 승점 9점 삭감으로 끝날 줄 알았나?', '경징계 때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더니 중징계 나오니 항소하네', '책임진다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지?' 등 조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압도적 1강으로 군림하며 33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쓰고 ACL 우승컵을 들어올린 'K리그 리딩클럽'에게 쏟아지는 비난으로는 가혹해보일 정도다.
하지만 비난을 불러일으킨 건 전북 스스로다. 전북은 심판 매수라는 무거운 사건의 진앙지였지만 반성하고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 심판 매수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이라고 변명하면서 비난 여론을 스스로 키웠다. 이철근(64) 단장과 최 감독 역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지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투자와 실력면에서 전북이 K리그를 선도하는 리딩클럽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있는 자세, 반성하는 모습을 바라게 된다. 어쩌면 전북이 그동안 미뤄뒀던 책임과 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책임도, 반성도 없는 상황에서 권리를 잃을 수 없다며 항소에 나선 전북의 모습이 아쉬운 이유다.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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