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챔피언①] 당연하지만, 그래서 더 아쉬운 전북 결정 '유감'

김희선 2017. 1. 20.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김희선]
그야말로 '유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2017시즌 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박탈당한 전북 현대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측은 18일 "AFC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의 최종 결정에 대해서 CAS에 의견을 다시 묻고자 한다"며 "출전 정당성을 되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북의 항소 결정을 응원하기는 유감스러운 구석이 있다. 그동안 '심판 매수'라는 중대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보여준 모습은 '반성'이나 '책임'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단장과 감독이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ACL 우승과 클럽월드컵이라는 화려한 피날레 속에서 책임의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리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판 매수라는 사건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린 승점 9점 삭감·제재금 1억원의 '솜방망이 징계'로 마무리된 셈이다.
물론 전북 입장에서는 당연한 대처다. 전북은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AFC의 이번 결정을 '이중징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검찰이 구단의 직접적 개입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전권 박탈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ACL이 안겨주는 막대한 경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전북으로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항소에 나서는 방법만이 최선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전북 입장은 이해하지만 항소는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징계를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잃어버린 축구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조언했다.
◇뒤늦게 칼 빼어든 AFC

"어떤 징계도 달게 받으려고 했다. 축구연맹이 2부리그 강등 징계를 내렸어도 받고 내려갔을 거다."

신년 인터뷰를 위해 지난해 마지막날 최강희(58) 전북 현대 감독을 만났을 때 그가 한 얘기다. 하지만 축구연맹은 강등이라는 칼을 빼들지 못했다. '솜방망이 징계'로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을 마무리한 축구연맹 대신 뒤늦게 칼을 빼어든 건 아시아축구연맹(AFC)이었다.

AFC 산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는 18일, 2017시즌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박탈한다고 통보했다. 전북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AFC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던 전북은 ACL 진출권 박탈 통보를 받자마자 발빠르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북은 출전관리기구의 결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유부결정문을 받아 CAS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북 관계자는 "명분 싸움에 있어서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장기전이 되더라도 팀의 출전 정당성을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중징계·명예·경제효과… 전북엔 당연한 결정

전북은 이번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AFC 내부 분위기가 전북에 부정적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전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북은 AFC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는 동시에 CAS까지 가야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출전권을 박탈당하자마자 전북이 CAS에 항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CAS에 항소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당장 대회 시작이 코앞이고 CAS가 전북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단 전북은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건 알고 있다"며 "어느 정도 걸릴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마 짧은 시간 내 결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든 싸움이 되리란 걸 알면서도 전북이 항소를 결정한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중징계 문제, 둘째는 승부 조작 개입 문제다. 전북 관계자는 "축구연맹에서 징계를 받아 승점이 삭감된 상태에서 리그를 치렀고 그 결과 ACL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ACL 출전권을 박탈한다는 건 이중징계로 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 조사에서도 구단이 직접적으로 심판 매수에 개입하거나 승부 조작을 저질렀다는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출전권 박탈이 지나친 처분이라는 뜻을 밝혔다.

전북이 항소를 포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ACL이 안겨주는 경제효과다. 전북은 매 시즌 ACL을 통해 막대한 미디어·스폰서 노출 효과를 누리고 있다. ACL에서 우승한 지난해의 경우 ACL에서만 947억원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기록했고 브랜드 광고 효과(QI)에서는 2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수익과 무형적 가치까지 더하면 ACL 출전권 박탈로 인한 금전적 손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상황이 이러니 프로 구단인 전북 입장에서는 당연히 항소할 수 밖에 없다.
◇책임과 반성은 누구의 몫인가

그러나 전북의 항소 결정에 축구팬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 'ACL도 승점 9점 삭감으로 끝날 줄 알았나?', '경징계 때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더니 중징계 나오니 항소하네', '책임진다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지?' 등 조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압도적 1강으로 군림하며 33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쓰고 ACL 우승컵을 들어올린 'K리그 리딩클럽'에게 쏟아지는 비난으로는 가혹해보일 정도다.

하지만 비난을 불러일으킨 건 전북 스스로다. 전북은 심판 매수라는 무거운 사건의 진앙지였지만 반성하고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 심판 매수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이라고 변명하면서 비난 여론을 스스로 키웠다. 이철근(64) 단장과 최 감독 역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지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투자와 실력면에서 전북이 K리그를 선도하는 리딩클럽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있는 자세, 반성하는 모습을 바라게 된다. 어쩌면 전북이 그동안 미뤄뒀던 책임과 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책임도, 반성도 없는 상황에서 권리를 잃을 수 없다며 항소에 나선 전북의 모습이 아쉬운 이유다.

김희선 기자

‘중원 사령관’ 하대성, 3년 만에 친정 FC서울 컴백

AFC의 ‘전북 출전권 박탈’ 후폭풍… 제주·울산 ‘비상’

[이호준 은퇴①] “기록에 끌려다니긴 싫다”

‘피고인 이장석·남궁종환’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

사상 첫 40대 국가대표 임창용, 마지막 불꽃 태운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