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삼성, 지원 끊었다는데..정유라, 새 명마 무슨 돈으로 샀나

강진구 기자·김신애 통신원 2017. 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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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게이트 터진 후 물밑 거래 ‘플랜B’의 진실은
ㆍ삼성, 250억 밀약 사실 땐 피해자 아닌 적극 공모 정황
ㆍ‘이행 무산’ 결론 낸 특검, 경향신문 보도에 “다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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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1)의 덴마크 승마 코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과 삼성이 지난해 10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맺었다는 ‘250억원 비밀계약설’(경향신문 1월19일자 1·2면 보도)이 박영수 특검 수사의 새 변수로 부상했다. 정씨 지원을 위한 ‘플랜B’ 정황이라면, 삼성이 ‘박근혜·최순실’의 압박을 받은 단순 피해자가 아니라 거래 흔적까지 함께 지우며 협력한 적극적인 공모자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18일 밤 스웨덴 밀약설에 대해 묻자 “지난해 9월27일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최씨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플랜B는 실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삼성의 (210억원) 승마훈련 지원계획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최씨 요구로 다른 방법을 통해 정씨를 우회지원하기로 했으나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검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영장에도 지원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것으로 적시했다”고 덧붙였다. 특검 관계자도 “수사팀이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은 맞다”고 했다. 플랜B는 계획만 세웠다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 것으로 일단 매듭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과 헬그스트란이 맺었다는 ‘250억원(1억5000만 덴마크 크로네) 밀약설’엔 풀어야 할 의혹 뭉치들이 많이 남아 있다. 특검 측도 삼성의 ‘정유라씨 추가 지원’ 계획을 넘어 시기·금액·내용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250억원 밀약설은 수사 과정에서 전혀 몰랐던 사실임을 인정했다. 특검 관계자는 “경향신문 보도를 가지고 수사팀과 다시 회의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헬그스트란의 옛 동업자로 250억원 밀약설을 경향신문에 제보한 덴마크 종마장 대표 ㄱ씨는 지난 10일 “나는 최순실 게이트가 뭔지, 헬그스트란이 삼성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덴마크 승마협회 회장으로 있는 헬그스트란 아버지가 워낙 힘이 세서 고발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마음이 다시 움직인 것은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청구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ㄱ씨는 그 후 “익명의 전화가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운을 뗐다가 지난 18일 작심한 듯 문자로 250억원 밀약설을 전해왔다.

헬그스트란으로부터 이 말을 전해들었다는 내부 고발자 제보를 가지고 특검이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까. 방법과 단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지난해 10월3일 헬그스트란이 스웨덴에서 정씨를 위해 사들인 명마 블라디미르를 누구 돈으로 샀는지 규명하면 된다.

삼성전자 박 사장은 앞서 9월27일 최씨와 플랜B를 합의하면서 ‘비타나V보다 좋은 말을 구입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시점상 6일 뒤 이뤄진 블라디미르 매입은 플랜B의 시작으로 볼 여지가 많다. 헬그스트란이 부인하고 있는 스웨덴 방문 사실을 밝혀내는 것도 수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삼성 측은 “블라디미르는 최씨 돈으로 산 것이고 삼성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헬그스트란은 “블라디미르는 (삼성이나 최씨가) 돈을 치른 적 없고 (처음부터) 내 소유”라고 밝혀 서로 말이 엇갈린다. 블라디미르 전 소유자 퍼닐라 호크펠트는 경향신문에 “블라디미르는 (정유라의) 시범기승을 위해 10월1일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결국 명마를 살펴보고 이송하는 기간을 합쳐보면 최초 구매협상은 삼성과 최씨가 플랜B에 합의한 9월27일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삼성 측 주장에 따라붙는 의혹은 플랜B에 합의하자마자 바로 약속을 파기하고 최씨 돈으로 말을 사게 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다시 겨누는 칼끝이 250억원 밀약설에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진구 기자·김신애 통신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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