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재미난 소비, '탕진잼' 해볼까

이항영 열린사이버대학교 창업컨설팅경영학과 특임교수·백선아 경제앵커 2017. 1. 2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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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걸·쿨가이의 '시시콜콜' / (132) 탕진잼

#카페 알바생 김수진씨(26)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꼭 다이소를 방문한다. 필요한 품목이 없더라도 매장을 한바퀴 돌아 바구니 가득 물건을 담는다. 화장솜, 휴대폰 클리너, 휴대용 거울 등 소소하게 물건을 집다 보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하루 알바비의 대부분을 소진하는 셈이다.

김씨는 알바비 전액을 쓰더라도 퇴근길에 양손 가득 저렴한 용품을 쇼핑하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모두 풀린다고 한다. 그에게 다이소 탕진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밤늦게 퇴근하면 체력이 모두 소진돼 저녁 약속을 잡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사치로 느껴진다. 이럴 때 소소한 쇼핑을 하면 체력을 크게 소진하지 않고도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비싼 품목을 사지 않고 저렴한 쇼핑만으로도 하루를 보상받는 느낌이라는 것.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 독특한 소비행태가 등장했다. 아르바이트로 하루 번 돈을 탕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비행태다. 열심히 일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열심히 저축해도 집 한채 장만하기 힘들어지자 미래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다이소. /사진제공=다이소아성산업

하루 일당을 소진하는 소비행태를 ‘탕진잼’이라고 부른다. 재물을 소진하는 ‘탕진’과 하나의 놀이처럼 재미있다는 ‘잼’(재미)이 합쳐진 신조어다. 탕진이란 단어는 큰 재산을 다 써서 없애는 뜻이지만 '탕진잼'은 작은 규모로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뜻한다.

과거에는 이런 소비행태가 낭비벽, 사치병 등 부정적으로 칭해졌다. 낭비벽의 뜻이 ‘재물 따위를 헛되이 헤프게 쓰는 버릇’인데 부정적인 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탕진잼처럼 재미라는 요소가 붙으면서 소비도 재미있는 놀이가 됐다. 기성세대는 ‘저축은 미덕, 소비는 죄책감’이라고 인식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소비도 미덕이다.

◆소비는 즐거우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2억4779만원이다. 하지만 한국고용정보원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평균연봉은 2673만원이다.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9년을 꼬박 모아야 집 한채를 겨우 장만하는 것이다. 생활비 지출을 감안하면 10년, 20년이 지나도 집 장만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확률은 제로이며 월급을 모아 행복해질 수 있는 확률도 매우 낮다는 인식이 등장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고 최대한 현재의 나 자신을 위해 소비도 하고 즐기자는 것이다.

탕진잼은 장기불황 상황에서 젊은층의 저항적 행동으로 탄생했다. 굳이 비싼 물건, 명품을 사야만 소비욕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작고 저렴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품목이면 충분하다.

KT웹툰에 작가 현이씨가 3년 넘게 연재 중인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에는 탕진잼을 표현한 유명한 장면이 등장한다. 너구리 캐릭터가 “돈을 쓰고 돌아다니는 건 신나고 재밌는 것 같아. 탕진잼!”이라고 외치며 뛰어다닌다.

20~30대 젊은세대의 사용률이 높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탕진잼 관련 게시물이 6000개가 넘는다. 캐릭터 볼펜, 디즈니 인형, 헤드폰, 머리 빗, 립밤 등 사치스런 소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소한 품목들이 올라와 있다. 꼭 사치품으로만 돈 쓰는 재미를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

탕진잼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는 다이소, 천원숍 등 저렴하게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대표적이다. 또한 라인 프렌즈, 카카오 프렌즈 등 인기 캐릭터숍과 올리브영, 왓슨스, 롭스 등 뷰티 드러그스토어 등이 소소한 탕진 소비의 핫 플레이스다.

주로 1000원대 상품을 취급하는 다이소에서 탕진잼으로 소비되는 베스트 제품을 살펴보자. 올 상반기 다이소에서 판매된 3만여개의 제품 중 1위는 위생 종이컵, 2위는 색칠공부, 3위는 물방울형 화장퍼프, 4위는 데이터 케이블 8핀, 5위는 스티커놀이, 6위는 올리브 데코 에어퍼프가 차지했다.

탕진잼의 품목이 대부분 뷰티나 취미생활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이소에서 가장 많이 팔린 화장퍼프와 에어퍼프는 각각 40만여개와 25만여개씩 판매되며 뷰티·케어제품이 전체 판매의 50%를 차지하는 데 일조했다. 색칠공부와 스티커놀이는 대표적인 레저·취미제품으로 많이 판매됐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우산. /사진제공=홈플러스

◆탕진잼 투자·창업은 외국으로

탕진잼 소비행태를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다이소에 투자하면 되겠지만 아쉽게도 다이소가 주식시장에 상장할 거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2~3년 전에 상장과 관련된 소문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회사 측에서는 IPO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신 GS25, CU를 운영하는 GS리테일, BGF리테일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편의점은 소소하게 먹거리부터 팬시용품, 생활용품 등을 모두 취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낱개 포장과 편의성을 장점으로 내세워 마트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파는 게 흠이다.

따라서 탕진잼 관련 투자는 미국에서 찾는 것이 제격이다. 아마존은 온라인쇼핑을 등에 업고 이미 유통계의 지존이 됐다. 월마트, JC페니, 노드스트롬 등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점이 모두 아마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50여개의 유통주가 모두 아마존 때문에 수년째 약세를 겪으면서 월가에서는 ‘아마존에 의한 죽음’이라는 지수가 널리 쓰인다.

이런 유통계의 거인 앞에서도 살아남아 성장 추세를 보이는 주식이 몇개 있다.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과 달러 트리(Dollar tree)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가치보다는 적당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중시하는 전략이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이소에 투자하고 싶은데 주식을 살 기회가 없다면 미국의 다이소인 이들 종목에 주목하자.

투자보다는 창업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아직 유통업계가 성장 중인 나라로 눈을 돌리자.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이소·올리브영과 같은 저가할인 유통점을 창업하거나 프랜차이즈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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