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해외로 떠난 완성차공장

최윤신 기자 2017. 1. 20. 05: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기업에게 국경은 지도 위에 그어진 선에 불과하다. 그 선을 가볍게 넘나들며 큰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짓고 ‘전략적’ 생산을 하는 것이 글로벌 제조기업의 보편적 경영법이다.

기업은 공장을 짓기 전에 여러가지 요소를 따져본다. 인건비가 적게 들고 주요 시장과 가까우며 수출관세가 적은 곳이 공장을 짓기에 최적이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노동인력의 교육 수준과 문화 등도 고려대상이지만 자동화된 설비 앞에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다양한 수출판로, 저렴하면서도 질 높은 인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대차 터키공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하지만 좋은 시절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생산기지를 구축하기에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다. 임금이 비싸고 자동차업계 노조는 매년 정례적으로 파업을 한다. 국내에는 1996년 완공된 현대차 아산공장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완성차공장이 지어지지 않았다. 글로벌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한국은 생산기지보다는 고급차 소비자가 많은 지역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 자동차생산 '빅5' 과거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대수는 422만8536대다. 전년(455만5957대) 대비 7.2% 감소했다.

생산이 줄면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완성차 생산국 '빅5'에서 밀려났다. 2005년 5위권에 재진입한 후 12년만의 일이다. ‘자동차 변방’이었던 인도가 지난해 7월부터 우리나라 연간 누적 생산량을 추월했고 매달 앞서갔다. 인도는 지난해 11월까지 416만여대를 생산했다. 12월 생산량 집계가 더해지면 45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은 1995년 처음으로 5위권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02년 중국 자동차 산업 급성장으로 잠시 6위로 밀려났다가 2005년 프랑스를 제치고 글로벌 빅5로 복귀했고 이후 줄곳 5위권을 유지했다.

문제는 빅5로 다시 올라설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글로벌 순위 하락은 2002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생산대수 기준 순위는 8위권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6위 자리마저 멕시코에 뺏길 가능성이 높다. KAMA는 ‘2017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417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400만대로 추산된다.

장기적으론 스페인에도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은 2010년부터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추진해 완성차업체들의 신규 투자 및 생산량 확대가 이어졌다. 이를 통해 지난해 세계 8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다시 떠올랐다. 2015년 273만대에 달하는 완성차를 생산한 스페인은 지난해 300만대를 생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프랑스에선 멕시코와 스페인공장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커졌다”며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SM6. /사진제공=르노삼성

해외공장만 바라보는 완성차

국내 자동차 생산이 줄어드는 반면 국내업체의 해외생산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생산물량은 각각 319만여대, 146만여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물량이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자동차의 수보다 많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공장 생산량이 10% 가까이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룬다.

글로벌업체의 한국법인들도 국내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다. 모회사가 국내공장의 생산 효율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해 물량 투입과 공장 증설 등에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대비 5.7%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13.9% 늘었음에도 수출물량이 10.1%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군산공장은 생산물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부평·창원공장은 신형 말리부와 스파크가 투입된 반면 군산공장은 올란도와 구형 크루즈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달 국내 출시되는 신형 크루즈가 군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 공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티볼리를 통해 성공을 거둔 쌍용차 역시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중국 섬서기차 그룹과 합작해 중국 시안에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중국의 관세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공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수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해외보다 떨어지는 상황이다보니 완성차회사들은 국내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길 원한다”며 “국내 공장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사가 상생의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으면 자동차생산 ‘빅5’에 다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르노삼성의 사례를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새로 출시한 모델들의 성공과 위탁생산하는 닛산 로그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전년대비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이에 힘입어 연간 생산량(24만3971대)은 부산공장 최대캐파(25만대)에 근접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글로벌 본사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르노삼성 공장 노사관계가 안정되자 공장의 생산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며 생산물량을 전폭 보장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신형 콜레오스(한국명 QM6)의 글로벌 생산을 부산공장이 전담한 것은 생산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노사가 힘을 합쳐 DSTR(기준시간 대비 실제 생산시간 지수)을 전세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46개 공장 중 4위까지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머니S 주요뉴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조의연 판사 "필요성 인정 어렵다"… 시민단체 "사법부도 청산대상"
이재용 구속 기각, 서울대 동문 8000명 "탄핵 기각 전조라면 촛불은 횃불 될 것"
[내일 날씨] 전국 눈폭탄 최대 20cm… 낮부터 기온 뚝 '감기 조심'
멕시코 미국계 사립학교서 총격, 15세 소년 총기난사 후 자살… '교사·학생 등 위독'
조의연 부장판사, 66년생 행시도 패스… 신동빈과 옥시·폭스바겐 전 대표 영장기각 전력

실시간 재테크 경제뉴스창업정보의 모든 것
최윤신 기자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