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늘 취임.. 포성 울린 美·中 무역전쟁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7. 1. 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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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장관 "철강 등 高관세 부과".. 中, 보잉機 주문 취소 등 보복 준비
美·中, 서로 보호무역 말라며 삿대질
로스 美상무 "우린 관세 낮은데 중국은 왜 높은 관세 매기나"
中 정부, 국책연구소·대학에 對美 무역보복안 마련 지시
- 중국 다음 타깃은 한국?
로스 "일단 NAFTA부터 손본다" 그 후엔 한미 FTA 재협상 우려

20일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45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내정자는 18일(현지 시각)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을 "최대 보호무역 국가"라고 불렀다. 이어 "철강·알루미늄 덤핑에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며 대중(對中) 무역 보복을 예고했다. 이날 중국에선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수입 취소 등 보복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G2(미·중) 간의 전운(戰雲)이 짙어지고 있다.

양대 강국이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보복 품목으로 거론하는 철강·자동차 부품 등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과도 겹친다.

로스 내정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중국은 자유무역을 실천하기보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나라"라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자유무역 수호자"라고 한 것을 곧바로 반박한 것이다. 최근 미·중은 서로를 향해 "보호무역을 한다"며 삿대질하는 모양새다. 로스 내정자는 또 "우리는 (중국 수출품에 대해) 낮은 관세를 매기는데 중국은 (미국 수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불균형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역 파트너가 자유무역을 좀 더 실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로스 내정자는 자신을 "친(親)무역론자" "미국 근로자와 제조업 기반에 해로운 무역이 아닌 합리적인 무역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악의적인 무역 행위, 교역국 정부가 사업체를 소유하거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모두 중국을 향해 칼끝을 겨눈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줄곧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하며 최대 45% 관세를 매기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환율과 무역 정책에서 진전이라 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었다. 이날 로스 내정자의 발언은 '대중 강공책'을 예고한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의 무역 보복에 '맞불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는 주중(駐中) 미국 상공회의소의 레스터 로스 정책위원회 위원장이 "우리가 아는 한 중국은 미국 새 정부가 대중 제재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보복 차원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새로운 반(反)덤핑 혐의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SCMP는 선젠광(沈建光) 홍콩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중국은 대응 카드로 미국 보잉사 항공기의 주문 취소, 미국산 자동차·기계장비·첨단부품 등 수입 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조치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무역 전쟁에 대한 준비라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잘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소속인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BBC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의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환구시보는 또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적자가 문제라면 미국은 중국에 핵 항모 전단 2개만 팔면 바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카라무치는 이런 아이디어를 트럼프에 보고할 생각은 없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각 국책연구소와 대학에 무역 전쟁 대응책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중 관계를 연구하는 국책연구소 연구원과 대학교수들은 정부가 긴급 발주한 보고서를 써내느라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미국이 로스 내정자 말처럼 철강·알루미늄 등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기업도 타격을 입는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 소재·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 기업이 이를 가공해 미국에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1244억달러(전체 수출의 25%)였는데, 이 중 중간재 수출이 74.6%를 차지했다.

로스 내정자가 청문회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부터 손보겠다"고 말한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나프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무역 협정인데, 여기에 가입한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차·포스코·현대제철·한화첨단소재·SKC 같은 우리 기업이 트럼프의 '나프타 손보기'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긴 기업에는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날 로스 내정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손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나프타와 중국 관련 통상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한국을 다음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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