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년에 빚 4000만원..아직 취직 못했는데 상환일 돌아와

장원석.김현동 2017. 1. 2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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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10명 중 4명 빚진 채 사회 첫발
대학 진학 뒤 생활비 벌려 알바
학업·스펙 경쟁서 뒤처지기 일쑤
좋은 일자리도 멀어져 악순환
"돈도 실력, 정유라 말 맞나" 자괴감
━ [민생을 살리자] 청년 ‘실신시대’ <상>
취업준비생 이현철(28?가명)씨는 대학 때 22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았다. 이씨는 “취업해도 빚을 갚아야 해 돈을 모으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애초에 입학할 때부터 출발선이 달랐어요.”

손민아(30·여·가명)씨는 빚더미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유명 사립대에 입학은 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다. “요즘은 다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대학 다닌다”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친구들은 1학년 때부터 스펙 쌓기에 바빴지만 손씨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학연수는 기본이라는 말에 이러다 취업도 못할까 덜컥 겁이 났다. 1000만원을 빌려 캐나다 대학 교류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졸업할 무렵 취업에 실패했다. 1000만원 금융권 대출금을 돌려 막던 중에 1학년 1학기 학자금대출 상환일마저 돌아왔다. 대기업에 가고 싶었지만 따질 여유가 없었다. 월급 200만원인 연구소에 서둘러 취직했다. 취업 시점에 갚아야 할 대출 원금만 5000만원. 그는 “월급의 절반을 빚 갚는 데 쓴다”며 “남자친구한테 얘기도 못했는데 결혼하자고 하면 빚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립대 평균 연간 대학등록금 736만원(2016년). 적지 않은 돈이지만 지금은 돈이 없다고 대학에 못 가는 시대는 아니다. 대학생이기만 하면 한국장학재단에서 저리(올해 2.5%)의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겐 대학의 문을 두드릴 때 학자금대출이 필수 아이템처럼 따라붙는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68%다. 세계 1위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데 빚을 내면서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하위계층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다고 비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면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학자금대출로 메우곤 한다. 지방 출신인 박승재(30·가명)씨가 그랬다. 그의 삶의 공식은 ‘대학 입학=학자금대출 시작’이었다. 생활비대출까지 매 학기에 받으니 졸업할 땐 대출금이 4000만원으로 쌓였고 상환일이 돌아왔다. 1년간 공사장 막노동일부터 대리운전까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닥치는 대로 했다. 돈을 아끼려고 끼니를 거르고 먼 거리도 걸어 다니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갚았는데도 아직 3000만원의 빚이 남아 있다. 목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 왔지만 당장 전도사가 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봉급은 월 130만~150만원. 그는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만 있다면 부채 해결의 길을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좁은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스펙 쌓기’ 경쟁에서 청년 채무자들은 뒤처지기 일쑤다. 빚을 갚기 위해 일단 돈을 벌고 보자는 생각에 저임금 일자리를 잡다 보면 좋은 일자리와는 점점 멀어진다.

━ 지방서 서울로 진학, 생활비 부담 커 조수영(29·여·가명)씨는 대학 시절부터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비영리단체에서 일했지만 수입이 불안정하다. 적을 땐 월급이 60만원, 많을 땐 80만원 정도다. 학자금대출을 갚고 월세까지 내면 월급에서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모자라는 생활비를 메우려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10만원을 빌린 게 화근이었다. 처음엔 ‘월급을 받아서 갚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달에 20만원, 그 다음달엔 30만원을 더 빌려야 했다. 어느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 있었다. 연체에 빠진 적도 있다. 조씨는 “당장 돈이 급할 때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대신 쉽게 신용카드에 의존했던 게 문제였다”고 후회했다.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소득 때문에 한번 고금리 제2금융권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진환(34·가명)씨는 대학 졸업 뒤 단기 계약직으로 취직이 되긴 했지만 늘 불안했다. 계약 만료, 구직 활동, 재취업의 반복으로 생활비가 부족했다. 문턱이 낮은 카드론과 저축은행을 찾았다. 정규직 취업을 못해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지만 사업은 부진했고 대출금 1000만원의 연체가 시작됐다. 그는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만 25세 청년 중 학자금대출만 있는 대출자가 연체에 빠지는 비율은 0.7%지만 다른 금융권 대출이 더 있으면 이 비율은 3.4%로 껑충 뛴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청년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대출로 가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연체가 길어지면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되고 개인 워크아웃 신청 코스로 간다. 지난해 1~3분기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중 20대의 비율은 11.1%로 2013년(7.9%)에 비해 늘었다.

글=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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