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오래전'이날'] 1월20일 '사법질서보호법'? 아니 '법관보호법'
[경향신문] [오래전‘이날’]은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사법질서보호법’? 아니 ‘법관보호법’
1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사법질서보호법’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사법질서보호법’, 이름은 그럴 듯한데, 뭐에 쓰이는 법인지 구체적으로 잘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판결 등에 불만을 품고 법관이나 검사 등을 공격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법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대법원은 당시 재판 업무 관련자에 대한 신변보호 프로그램과 신상정보 공개 제한을 골자로 한 사법질서보호법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1990년대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법정 난동 및 테러 사례가 2004년 19건, 2005년 21건, 2006년 24건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이 법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기사는 이 법이 만들어지면 법조인에 대한 공격과 테러는 물론 그동안 과태료 정도에 그쳤던 법정 모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법정 모욕죄에 대해 대법원은 사안이 중한 경우 법정모욕죄로 고소·고발하는 방침도 병행하기로 했다고 기사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이 해 발생한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을 계기로 추진이 된 것이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로도 다루어졌던 이 판사 석궁테러 사건은, 채점 오류를 지적했다가 학교와 마찰을 빚어 재임용에서 탈락한 한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준 판사에게 석궁을 쏘았던 사건입니다. 당시 법조계는 ‘법관은 권력으로부터 독립 뿐 아니라 피의자나 의뢰인으로부터의 안전도 보장돼야 공정한 법집행이 가능하다는 점’, 또 ‘판결 결과가 불만족스럽더라도 항소나 상고의 길이 열려있는 만큼, 테러나 법정모욕 등의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따라서 엄벌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고소·고발인이나 증인에 대한 보복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처럼, 검사·변호사 등 사법업무 관계자에 대한 보복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만들고자 했던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한 재판에서 판결에 불만을 품고 ‘엉터리 재판’이라고 소란을 피운 피고인에게 판사가 그 자리에서 형량을 3배나 늘려 선고했죠. 보복 선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경우 ‘사법질서보호법’은 ‘판사의 안전’은 보장해도, ‘피의자의 법익’을 보호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 법은 추진되다 결국 유야무야되고 맙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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