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운의 내 인생의 책] ⑤ 천국의 열쇠 | A J 크로닌
[경향신문] ㆍ가치 있는 삶을 여는 열쇠
천주교 신부로서 일생의 대부분을 중국 선교활동에 헌신한 프랜시스 치셤 신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천국의 열쇠>는 고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치셤 신부의 삶의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얼룩투성이의 때가 낀 남루한 옷차림, 뺨에 남은 깊은 흉터와 거칠어진 외모, 선교기간에 입은 골절상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그는 소위 말하는 패배자 모습을 가지고 있다. 반면 치셤 신부와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인물인 안셀름 밀리는 우수한 신학교 성적과 주도면밀한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50대에 주교에 오르는 등 잘나가는 성직자이다. 외형적으로 상반된 이 두 사람의 모습으로부터 우리는 그들의 삶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가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 판단의 결과에 따라 아마 우리의 인생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숫자로 전환되어 평가된 결과만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우리는 결과가 성공적인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다. 치셤 신부의 인생이 아니라 밀리 주교의 삶이 모범답안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성공적인 삶을 결과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만 정의내리게 된다면 세상은 회색빛으로 탈색된 흑백사진이 되어버릴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집중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 많은 색깔과 향기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크로닌은 시종일관 가치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물론 이 질문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 대답은 각자 찾아낼 일이다. 어쩌면 대답은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천국은 종점에서 해답이라는 열쇠를 찾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쉼없이 만들어 가는 경로 그 자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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