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입 열자 '대통령의 7시간' 더 미궁
[경향신문] ㆍ정호성, 탄핵심판 변론 증언
19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도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어 주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일정을 담당하는 비서관조차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위치와 보고사항에 대해 추측할 뿐이었다.
이날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정 전 비서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날 일정은 제가 뺐다. 대통령이 굉장히 피곤해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일정은 모든 비서관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대통령이 관저와 집무실 어디에 있는지 몰라 2곳으로 상황보고를 전달했다”고 말한 것과 모순된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도 박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당일 오전 10시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어디 있느냐고 확인하는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또 “제 기억으로 안봉근 전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이 김장수 실장, 해양경찰청장과 통화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비서관은 잠적 중이어서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 전 비서관이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보도를 들은 시점도 미궁 속에 있다. 그는 “(낮 12시~12시30분에 점심을 먹으면서) TV에서 전원 구조 나온 거 보고 ‘다행이다. 우리 정부에서 안전을 중시했는데 제때 구조하는구나’라는 대화를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바로잡은 시간은 빠르면 오전 11시19분, 늦어도 11시50분이다.
정 전 비서관은 오후 2시쯤 박 대통령에게 “전원 구조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확인해보셔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를 한 거 같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오후 1시45분에 해경이 190명 추가 구조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했다. 다만 해경의 보고가 정 전 비서관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연설문을 최순실씨에게 보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기밀 문서를 최씨에게 건넨 것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본인의 판단이었다고 진술했다.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되는 기밀 문서 유출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앞서 박 대통령도 연설문을 최씨에게 전했다는 부분은 인정한 바 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도 이날 변론에 나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순실씨 측 업체인 더블루K 조성민 대표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또 박 대통령이 더블루K와 업무제휴를 맺은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를 평창 동계올림픽 시공사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언급된 뒤 좌천당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의 인사조치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곽희양·허진무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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