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엄마들, 블랙텐트 무대 선다

문학수 선임기자 2017. 1. 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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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416 가족극단 23~24일에 노동자 이야기 코믹 연기
ㆍ‘심리 치료’ 위해 배운 연극
ㆍ1인 다역 90분 동안 소화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 장면.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제공

‘세월호 엄마들’이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광장극장 블랙텐트’ 무대에 배우로 선다. 안산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엄마들로 이뤄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이 오는 23~24일 블랙텐트에서 공연된다. 지난 10일 개관해 13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블랙텐트가 극단 ‘고래’의 <빨간시>(16~20일)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연극이다.

블랙텐트의 이해성 극장장은 “우리가 극장을 세운 이곳은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1000일 넘게 싸워온 공간”이라면서 “그 간절한 염원의 광장에 세워진 이 극장에서 세월호 엄마들의 연극을 공연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의미 깊은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연극에는 공간적 폐쇄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를 세우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임시 공공극장의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겪은 가장 큰 아픔입니다. 세월호 엄마들이 그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한 편의 연극을 선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세 달째 지켜오고 있는 ‘촛불’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그와 그녀의 옷장>에 배우로 서는 엄마들은 모두 7명이다. 당시의 단원고 2학년 3반 정예진, 4반 김동혁, 6반 이영만, 7반 김동수와 곽수인, 8반 안주현의 엄마들, 그리고 생존 학생인 1반 장애진의 엄마다. 애초에 엄마들은 ‘마음 치유’를 위해 연극 대본을 손에 들었다. 2015년 10월, 4·16안산시민연대가 엄마들의 심리 치료를 위해 연극을 제안했고 연출가 김태현이 합류했다.

연극은 아주 작은 기업의 노동조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코믹하게 풀어나간다. 7명의 엄마들은 아파트 경비원 같은 남자 역할을 비롯해 1인 다역을 90분간 연기한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장면도 너끈히 소화한다.

연출가 김태현은 엄마들과 처음 만나던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세월호 엄마들도 살아야 하니까, 슬프고 억울한 감정만으로는 삶을 버틸 수 없잖아요. 어쩌다 웃을 일이 생겨도 유가족이기 때문에 웃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맘껏 웃을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처음에 엄마들은 자식을 떠나보낸 죄책감에 대본을 제대로 읽지도 못했어요.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다음, 엄마들이 연습을 하다 방바닥을 두들기며 파안대소할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는 정말로 행복했어요. 엄마들은 이제 활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직접 연극을 하면서 세월호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연극평론가 김소연은 “세월호 가족들은 박근혜 정권하에서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서 “그런데도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어려움이랄 수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몸으로 익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은 그렇게 상처받은 약자들이 연대하는 곳이죠. 블랙텐트는 그 광장의 목소리들을 품어내는 공공극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시대 연극의 ‘실험극장’입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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