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평균기온 최고치 경신..온난화 폭주하는 지구

권오성 김정수 2017. 1. 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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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평균치보다 0.94도 높아
'최고기온 해' 상위 10위 중 9개가
2000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몰려
트럼프는 '온난화는 거짓말' 주장
취임 앞두고 기후변화 경종 울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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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구 기온이 과학적 기상 통계를 내기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각각 분석을 토대로 지구의 평균 기온이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18일(미국 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두 기관 과학자들은 이런 온도 상승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밝혀, 지구 온난화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 이틀을 앞두고 세계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 해양대기청은 지난해 바다와 육지를 포함한 전세계 평균 기온이 섭씨 14.84도로 20세기 평균치인 13.9도보다 0.94도 높았다고 밝혔다. 해양대기청 조사 결과 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높은 ‘뜨거운 나날들’은 1977년부터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나사도 지난해 지구 기온이 20세기 중반 평균보다 0.99도 올라가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월별 기온을 봐도 2015년 5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바꿨다고 나사는 덧붙였다. 두 기관은 일본 기상청, 영국 해들리센터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국제 기온관측 조직으로 꼽힌다. 해들리센터도 두 기관의 발표 뒤 지난해가 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는 데 동의했다.

두 기관 조사에서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후 현대까지 꾸준히 높아져 왔다. 해양대기청 관측에서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 10개를 뽑아 보면 8위(1998년)를 빼고 모두 21세기에 몰려 있다. 나사는 “인간이 대기에 방출한 이산화탄소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한 화산분화나 라니냐 같은 자연적 요인으로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는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최고기온 기록 경신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란 얘기다.

북극곰은 기후변화에 따른 멸종위기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북극권의 처칠에서 북극곰이 낮잠을 자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마셜 셰퍼드 미국 조지아대 기후학과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소식이 반복되고 있다. 대중들에게 주차된 차에서 울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자동 경고음처럼 들릴까봐 우려된다. 하지만 이는 정말 심각한 경고”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온 현상은 남아메리카 동남부와 태평양, 대서양 일부 바다를 제외하면 세계 전역에서 모두 관측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13.6도로 전국적 기상 통계를 시작한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과거 평균 기온 최고 순위는 2위 1998년(13.5℃), 3위 2015년(13.4℃), 4위 2007년(13.2℃) 등으로 다른 기관의 관측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 시기와 겹치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경종이 되고 있다. 세계 190여개 나라가 참여해 지난해 11월 발효시킨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온도에서 2도 훨씬 못 미치게 증가하는 정도로 억제하면서, 증가 폭을 1.5도까지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천명했다. 평균온도가 2도 이상 오를 경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후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 식량과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제한된 자원을 놓고 무력충돌을 포함한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후 난민은 세계 정치·경제의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인류의 대응 수준으로는 이런 재앙을 피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1세기 접어들어 기온 상승세가 점점 빨라지면서 지난해 평균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상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말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서 파리협약에 참여한 모든 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 계획을 100% 이행하더라도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3.0~3.2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의장을 지낸 대기화학자인 영국의 로버트 왓슨을 비롯한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1.5도 억제 목표는 이미 달성하기 어렵게 됐고, 2도 억제선도 2050년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모든 나라가 앞서 약속한 수준보다 더욱 강도 높은 감축 계획을 실천하지 않고는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트위터 등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기”라고 주장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전세계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산업혁명 이후 누적 배출량 세계 1위 국가인 미국의 참여 없이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가 기후변화에 맞선 전쟁에서 발을 뺀다면 세계가 지금까지 성과를 잃으리란 점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권오성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sage5th@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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