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무한복제시대..NYT의 해법은

김익현 기자 2017. 1.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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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NYT '2020보고서'를 읽고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3년 전 그들은 “저널리즘에선 승리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다만 유통전략 부재로 그 승리를 디지털 공간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들은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류 매체 뿐 아니라 버즈피드, 링크드인까지 경쟁자로 간주했다. ‘저널리즘의 승자이지만, 디지털 전략에선 패배자’인 자신들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2014년 5월 (본의 아니게) 유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얘기다. 내부 열람용으로 만든 보고서였기 때문에 담긴 표현은 더 적나라했다.

뉴욕타임스가 3년 만에 또 다시 ‘독보적 저널리즘’(Journalism That Stands Apart)이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데이비드 레온하트를 비롯한 7명의 위원들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3년 전의 ‘혁신 보고서’와 2015년 10월 공개된 ‘우리가 나아갈 방향(Our Path Forward)’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 '독보적 저널리즘' 보고서 바로 가기)

뉴욕타임스가 또 다시 조직, 보도 등의 대대적인 혁신을 주장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진=뉴욕타임스)

■ "과연 우리는 저널리즘에서 승리하고 있는가?"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3년 전 유출됐던 ‘혁신보고서’와는 같은 듯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혁신보고서’는 외부 공개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문건이었다. 그런만큼 그 보고서엔 디지털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독보적 저널리즘’은 외부 독자까지 염두에 두고 작성됐다. 그런만큼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다른 점은 이 보고서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보다는 원칙과 우선 순위, 그리고 목표만 다루고 있다. 그런만큼 읽는 재미는 ‘혁신보고서’보다 못한 편이다. 보기에 따라선 ‘밋밋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짐작했겠지만, “보기에 따라선” 이라고 표현한 건 이유가 있다. 보기에 따라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단 의미다. 그 얘길 좀 해보려고 한다.

2014년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2014년 공개된 ‘혁신보고서’는 “우리는 저널리즘에선 승리하고 있다(we are winning at journalism)”란 말로 시작하고 있다. 저널리즘에선 뉴욕타임스가 세계 최고란 자부심을 바탕에 깔고 있는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 곳곳에 담겨 있는 적나라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통 저널리즘 영역에선 우리가 최고”란 명제에 대해선 추호의 의심도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는 다르다. 2014년 보고서에서 상수였던 ‘저널리즘에선 승리’란 명제가 이번 보고서에선 ‘변수’로 바뀌었다. 그 부분을 그대로 옮겨보자.

“우린 확실히 승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목표를 성취하거나, 소중한 뉴스룸 운영을 지속하기에 충분할 정도는 아니다.”

무슨 얘기인가? 뉴욕타임스는 여전히 저널리즘 현장에서 승리하긴 하지만 ‘독보적인(stand apart)’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다른 어느 누구도 대체하기 힘든 수준에까지 도달하진 못했단 얘기다.

이번 보고서를 읽을 땐 이런 전제를 깔고 봐야 한다. 이 대목에서 당연히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왜 이렇게 높은 수준을 제시했을까?

■ 단순 흥미-정보→서비스 저널리즘으로 진화해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선 2015년 공개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 댄 버케이 국장을 비롯한 10명 명의로 작성된 ‘우리가 나아갈 방향’엔 “2020년까지 디지털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선언이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프로젝트 2020’을 결성했다.

‘프로젝트 2020’해설서나 다름 없는 이 보고서가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보도, 직원, 일하는 방식 등 세 가지 주요 항목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 곳곳엔 ‘대체 불가능한 저널리즘’에 대한 강한 열망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보자. 뉴욕타임스엔 하루에 200건 가량의 기사가 게재된다. 하지만 그 중 절대 다수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사들이다. 피처 기사나 칼럼들 역시 절박해보이지 않는다.

타성에 젖은 기사들, 사진이나 영상에 대한 고민 없이 텍스트만 길게 늘여놓은 기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이번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히트 상품 중 하나인 ‘데일리 브리핑’ 같은 새로운 형식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의 자랑 중 하나인 피처 섹션 전략도 한 단계 도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처 섹션의 틀은 1970년대에 갖춰진 것이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다는 비판과 함께 이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흥미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안내(guidance)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서비스 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한다는 권고다. 상품 추천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를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적 지향점을 향해 가기 위한 조치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독자들과의 관여 증진(engagement) 역시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했다. 그 동안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뉴욕타임스에서 극히 일부, 그것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한정돼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다양한 권고들은 ‘구독자 우선 비즈니스’(subscription-first business)란 단어로 수렴된다. 광고주가 아니라 독자들이 주된 수익원이 되는 사업 구조가 뉴욕타임스를 다른 미디어 기업들과 차별화해주는 요소란 게 이 보고서의 일관된 관점이다.

■ "구독자 우선 전략이 광고주에게도 통한다"

물론 이런 전략이 광고 비즈니스를 등한시하겠다는 얘긴 아니다. 오히려 광고주들도 열광적인 독자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를 더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구독자 우선 비즈니스’가 자리를 잘 잡을 경우엔 광고주들도 함께 움직일 것이란 믿음을 담고 있다.

단순한 페이지 뷰 대신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치를 담아낼 새로운 측정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제시했다. 그러기 위해선 ‘독보적인 저널리즘’을 실현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를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이다.

따라서 시각적인 편집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사 형식을 개발하는 등의 ‘실천 파일’보다는 좀 더 거대한 목표점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고 봐야 한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만 한다는 뉴욕타임스의 선언은, 보기에 따라선 ‘부잣집의 배부른 푸념’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최고 자리를 지키려는 전통 우등생의 절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 불가’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선언은 예사로워 보이진 않는다. 발터 벤야민이 강조했던 ‘아우라’만이 ‘기술복제 시대 저널리즘’의 유일한 피난처일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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