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 '최순실 지인회사 ' 제품 비싸게 사줬다

박현정 2017. 1. 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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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KD코퍼레이션 계약서 뜯어보니
'KD코퍼' 흡착제 시장가보다 10%이상 비싼 값에 사주고
협력업체에 'KD코퍼' 흡착제 사용 의무화도 압박한 정황

[한겨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오른쪽)과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왼쪽), 허창수 전경련 회장(가운데) 등이 지난해 12월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청문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현대자동차가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케이디(KD)코퍼레이션이 만든 흡착제(건조제)를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10% 이상 비싸게 사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케이디코퍼레이션 제품을 직접 구매한 것 외에도, 흡착제를 사용해야 하는 장비를 만들어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에 케이디코퍼레이션 제품을 사용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가 ‘청와대의 입김’으로 특정 회사의 제품을 산 것을 넘어 ‘최순실 지인회사’에 이윤 창출과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겨레>가 19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현대차·케이디코퍼레이션간 계약서를 보면, 케이디코퍼레이션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울산·아산·인도공장에 흡착제 ‘NS-10’ 약 9억2000만원어치를 납품하고 1억4000만원 규모의 흡착제 교체 공사를 따내는 등 10억7596만원어치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현대차가 사들인 케이디코퍼레이션 흡착제 단가는 ㎏당 5350원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NS-10’은 보통 ㎏당 4000원대 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가 최소 10% 이상 비싸게 산 셈이다. 대기업이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 제품을 ‘후려치기’가 아닌 비싼 값에 사주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팀은 “교체용 흡착제가 ㎏당 5800원·6200원 등에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해 케이디코퍼레이션과 협상을 통해 납품가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디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한 흡착제 ‘NS-10’(실리카 알루미나)은 에어드라이어(공기건조기)에 다량으로 채워넣는 알갱이 형태의 부자재다. 제조업계에서는 무언가를 들어 올리거나, 이물질 제거 등 광범위한 분야에 압축된 공기를 사용하는데, 에어드라이어는 압축공기 속 수분을 제거하기 위한 장비다. 에어드라이어 안 흡착제가 수분을 빨아들이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흡착제를 2~3년마다 교체해 주어야 한다. 현대차는 청와대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 정보를 전달받기 전까지는 에어드라이어만 직접 구매했으며, 그 안에 들어가는 흡착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4년께부터 에어드라이어를 납품받으면서, 납품업체들에게 케이디코퍼레이션이 만든 흡착제만 넣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케이디코퍼레이션 제품보다 2배가량 싼 알루미나 성분의 흡착제를 넣어도 현대차에 에어드라이어 납품이 가능했는데, 2년 전께부터 현대차가 케이디코퍼레이션 흡착제만 쓰도록 했다. 흡착제를 바꾸면 에어드라이어 설계도 변경해야 한다. 비싸면서도 성능이 보장되지 않는 흡착제를 사야 한다면 에어드라이어 업체들은 마진 폭을 줄이거나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데, 케이디코퍼레이션 흡착제를 쓴 뒤 성능이 개선됐다는 평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케이디코퍼레이션과는 수의계약을 맺었지만 에어드라이어는 최저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납품 받았다.

케이디코퍼레이션은 현대차와 직접 거래로 얻은 수익 10억원 외에 에어드라이어 납품 업체들과의 거래를 통해서도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억701만원이었던 케이디코퍼레이션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8억5281만원을 거쳐, 2015년엔 20억2359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현대차 홍보팀은 “케이디코퍼레이션 흡착제를 검토해보니, 다른 대기업 납품 실적이 있었으며 2011년·2012년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사용된 에어드라이어 흡착제를 케이디코퍼레이션 제품으로 바꿔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는 보고서가 있었다. 갈아 끼울 흡착제 물량을 직접 구매해 사용해야 하니, 에어드라이어 납품 단계부터 제조업체에 같은 흡착제를 채워달라고 한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국내외 공장에 사용하는 에어드라이어는 100여대 가량으로 자주 교체하는 장비가 아니므로, 새로 납품받은 에어드라이어는 소량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얻은 수익은 적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는 “거래 금액이 크고 작은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와 케이디코퍼레이션 계약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대차가 제품을 납품받은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주고 비싸게 사주었다면 뇌물 성격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포털사이트 카페 ‘취업고졸기능직’에 올라온 케이디코퍼레이션 취업 정보를 묻는 게시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케이디코퍼레이션 납품 과정 개입에 대해 “어떤 중소기업이라도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수행”이라고 주장했다. 카페 화면 갈무리

최순실씨 공소장을 보면, 2014년 11월 말 박근혜 대통령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케이디 코퍼레이션은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가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앞서 최씨는 딸 정유라씨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으로 친분이 있던 이아무개씨가 운영하던 케이디코퍼레이션 자료를 여러차례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케이디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10억원어치 납품을 성사시킨 대가로 명품 가방 등 51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케이디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과정 개입에 대해 “어떤 중소기업이라도 애로 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수행”이라며 “최순실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그래픽 강민진 디자이너 rkdalswls3@hani.co.k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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