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분데스리거에 다가 선 무명의 한국 선수

조회수 2017. 6. 1. 18: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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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거에 다가 선 무명의 선수 - 환호가 아닌 감동을 주는 선수

“저 지금 1군이랑 함께 훈련해요.” 흥분한 목소리였습니다.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여~~~’ 1981년도에 남궁옥분이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의 한 소절입니다. 타오르는 꿈을 안고 무작정 한국을 떠난 젊은이가 있습니다.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경력을 가진 친구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신이 어린 시절 품었던 그 꿈을 이루어보겠다며 유럽으로 날아온 친구입니다. 무모할 것만 같았던 그 꿈이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분데스리거에 가까이 다가 온 그 무명의 한 선수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분데스리거에 다가간 선수

지금 분데스리가 팀들은 동계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구자철, 지동원 선수가 속한 아우쿠스부르크는 지난 주말까지 스페인에서 동계훈련을 하였고 다른 팀들도 동계훈련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뛰는 황희찬 선수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동계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곳 스페인에서는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한 선수가 있습니다.

@동계 훈련중인 상파울린 1군 선수들. (출처:구단 공식 페이스북)

그는 현재 분데스리가 디비전2(EPL로 생각하면 챔피언십, 우리나라에서는 챌린지)에 속한 상파울리 1군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 박이영 선수입니다. 박이영이라는 이름을 아는 축구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연령대 대표팀을 하면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도 아니고, 한국 프로리그에서 뛰던 선수도 아니었으며, 아직 분데스리가 성인팀에서 경기를 하던 선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 휴가 받기 바로 전 주였어요. 1군들이 자체 경기를 하는데 2군 소속인 저를 부르더라구요. 함께 경기를 하였는데 제 모습이 인상적이었나봐요. 1주일 동안 함께 훈련을 하고 휴가를 떠나기 전에 1군 감독님이 휴가 후에 동계훈련에 함께 가자고 하셨어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어요. 그리고 이 곳에 함께 와서 훈련하고 있어요.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며 간절함을 이야기 합니다. 기쁨보다는 각오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

“거여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하였고, 졸업 후에 보인중과 서울체고를 다녔어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 평범한 선수였어요. 그러니까 연령대 대표를 한 번도 못해봤죠.”라며 웃습니다. 자신은 단 한번도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는 단지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선수생활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유럽무대에 대한 꿈이 있었다고 합니다. 잠시 현실의 벽에서 잊고 있었던 그 때의 꿈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 겨울,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품었던 그 꿈을 위해 19살의 나이에 한국을 떠납니다. 그가 꿈꾸었던 유럽이 아닌 한국축구보다 수준이 낮게 평가되는 필리핀이 그의 행선지였습니다. 그 곳에서도 2부리그 사커루FC가 그의 새로운 꿈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그 곳에서 축구와 병행하여 열심히 언어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자신의 꿈이었던 유럽무대에 도전을 하게 됩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CS마리티무’, 현재 슬로바키아 2부리그 소속의 ‘OFK 태플리츠카 나드 바훔’에서 테스트를 하였고, 그 곳에서 입단 실패를 경험하였습니다. 그 때를 돌아보며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혼자 프로필을 구단들에게 보내며 계속해서 팀을 찾았어요. 이 곳에서 꼭 축구를 하고 싶었거든요.”라며 힘든 시기도 축구를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견뎌냈다고 합니다.


찾아온 기회 그리고 꿈과 목표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함부르크 5부 리그에 있는 팀에서 테스트를 봤어요.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5부라도 좋았어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 노력의 결과가 2부 리그 상파울리 리저브팀까지 가게 되었어요.”라며 그 당시를 이야기 합니다. 입단 계약후에도 그는 명단제외를 당하며 관중석에서 경기를 본 적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현재까지 2군에서 한 시즌 반 동안 38경기를 뛰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1군과 함께 훈련중입니다.

사진출처: 박이영 선수 제공

“1군 훈련은 템포도 빠르고 강도도 더 높은 거 같아요. 퀄리티도 훨씬 높은거 같구요. 관리도 체계적이란 생각이 들구요. 힘들어요.”라고 하는데 힘든 목소리가 아닌 행복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렇겠죠 자신의 꿈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이란 국가대표 출신의 페리둔잔디 2군 코치는 “영(박이영의 애칭)은 경기조율이나 시야가 좋다. 수비능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양발을 사용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라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무명의 한 선수가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롤 모델이 있다고 합니다. “국가대표 주장인 기성용 선수를 가장 닮고 싶어요. 중앙에서 경기를 운영하고 템포를 컨트롤 하는 세밀함과 정확한 패스와 묵직한 슈팅까지 보여주는 그 플레이 스타일이 닮고 싶어요.”라며 프리미어리거이자 국가대표 주장인 기성용 선수를 닮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기성용선수 스페셜 영상도 소장하고 다니면서 자주 봐요.”라며 웃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가 그토록 닮고 싶어하던 기성용 선수처럼 좋은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며 무모한 도전을 하였던 그에게는 지금 단 하나의 목표만 있다고 합니다. 그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고 합니다. 바로 “이번 시즌에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상파울리의 홈구장인 밀레른토르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는 거에요. 관중석에서 느꼈던 그 3만명의 함성소리를 들으며 그라운드를 달려보고 싶어요.”라는…

사진출처: 박이영 선수 제공


희망과 감동을 주는 선수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단 한번도 연령별 대표팀을 한 적이 없을 만큼. 아직도 뛰어난 경력은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에서 뛸 만큼.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그들 못지 않은 열정이 있습니다. 꿈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명의 한 선수가 많은 평범한 선수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세지와 감동의 메세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 선수들에게는 환호를 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전부 감동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명의 선수라고 할 지라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노력과 도전에는 감동을 합니다. 그는 환호를 만드는 선수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선수입니다. 언제까지나 꿈을 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랜 시간 감동을 주는 선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목표했던 바로 그 날이…

‘밀레른토르 스타디움에서 1군경기를 치루는 날 꼭 갈게 그 날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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