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우리는 어떨까?"..9국9색 관점

조인우 2017. 1. 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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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오는 2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CNN은 러시아, 멕시코, 이스라엘, 인도, 영국, 독일,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등 1월20일 뒤를 내다보고 있는 9개 국가의 전문가 의견을 모아 전했다.

◇러시아 "트럼프 당선은 푸틴의 승리"

러시아 언론 모스크바타임스의 편집장 미하일 피시먼은 "트럼프의 당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라며 "기대하지 않았던 트럼프의 당선에 러시아도 기쁜 한편 깜짝 놀랐을 것"이라고 밝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그동안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에 일종의 악동 취급을 당한 러시아에 도덕적 승리감을 안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에 본 적 없는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혼란과 분열이 도래한 국제 질서에 푸틴이 세계의 중개인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제재나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등에도 트럼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피시먼은 트럼프 당선에 해킹 등의 방식으로 일조했다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의심받고 있는 푸틴의 도덕성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러시아 정부 측에서는 별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우리는 완벽한 희생양"

백악관 고문 출신 멕시코 방송인 아나 마리아 살라자르는 트럼프가 멕시코를 완벽한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취임 이후 멕시코의 관심은 트럼프가 실제로 자신이 주장해 온 이민자 추방,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국경 장벽 건설 등의 '멕시코 어젠다’를 실행에 옮길 것인지다.

멕시코가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루이스 비데가라이 전 재무장관을 외교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트럼프에 우호적인 사인을 보내며 적절한 협상을 바라고 있지만 살라자르는 "멕시코가 틀린 것 같다"고 봤다.

살라자르는 "트럼프가 '멕시코 어젠다’가 자신이 당선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면, 그 주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일단은 안도"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포스트의 야코브 카츠 편집장은 "아직까지 트럼프는 이스라엘 정부에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에게 트럼프의 당선은 양국 관계에 있어 새로운 출발점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장관은 트럼프의 승리에 "구세주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공공연하게 이스라엘 편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 등 국제사회에서 이-팔 분쟁지역으로 보고 있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팔 갈등에 대한 대책은 미지수다. 지금까지 지속된 미국의 정책을 이을 것인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동 문제는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맡기로 했다.

카츠 편집장은 "1월20일부터 세계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인도에는 양날의 검"

저널리스트 산자이 쿠마르는 트럼프 취임 직전의 상황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취임하기 직전에 인도가 느꼈던 불안한 상황과 같다"고 비유했다. 과거의 논란, 우익, 정치 아웃사이더, 취임 이후의 예상되는 혼란, 이에 따라 높아진 불확실성 등의 공통점을 들었다.

인도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지, 인도인들은 앞으로 미국에 정착할 수 있을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인도의 아웃소싱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등이 관심사다.

또 인도와 오랜 영토분쟁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한 정책, 대 테러 정책,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쳐 인도의 무역 구조를 격변하게 할 대 이란 정책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모디와 트럼프의 사상적 연대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 무슬림, 반 소수민족 등의 기조를 공유한다는 이유다. 쿠마르는 트럼프가 인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트럼프가 분열 일으킬 것"

평론가 겸 칼럼니스트 케이트 몰트비는 "트럼프가 영국에 동요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영국의 극우를 대표하고 있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과도대표나 브렉시트 국민투표 찬성을 이끈 마이클 고브 전 영국 법무장관 등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이끌었던 패라지는 트럼프 당선 후 영국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나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트럼프는 최근 패라지가 미국 주재 영국대사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몰트비는 "이것이 영국 정치에 전례없는 간섭으로 간주돼 논란이 됐다"며 "트위터를 이용한 외교는 영국의 방식이 아니다. 여왕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메르켈은 트럼프와 맞설까"

유럽이사회 외교정책위원회 베를린사무소의 알무트 뮐러는 "독일 관점에서 트럼프는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의 독일이 만들어지기까지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강조했던 평화주의적 태도, 외교관계, 다자간 협상 등에 대한 접근을 전면 부정하는 인물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같은 원칙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주말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외교정책의 두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역할과 유럽연합(EU)의 응집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서구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래한 트럼프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뮐러는 특히 올해 독일이 G20 의장국을 맡은 만큼 메르켈이 자유무역주의에 역행하는 트럼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대만 카드는 피해주길"

중국 푸단대학 국제학과 션 딩리(沈丁立)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협상의 일환으로 대만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 투자, 통화수준 등 부문에는 중국이 협상에 나설 의지를 보이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있어서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신속하게 받아들이고 외교정책을 펼친다면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남아공 "어쨌든 새로운 대통령, 흥미롭다"

남아공 비스바테르스란트 대학교 티나셰 추추 교수는 "트럼프가 보여줄 새로운 스타일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대선에서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던 남아공 역시 일단 트럼프의 당선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우호적인 무역관계 구축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무역 전반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불안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의 반 이민자 기조에 영향을 받을 것도 우려 대상이다.

그러나 남아공 국민들이 트럼프가 성공한 사업가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만큼 희망적인 관점도 존재한다. 남아공은 트럼프의 성공으로 미국 경제가 부흥한다면 남아공 역시 이익을 보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필리핀 "트럼프와 두테르테, 어떨까"

필리핀 의원 출신 활동가 몽 팔라티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트럼프의 관계를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본 적 없는 '막말'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 언론이 한 데 묶어 비교하는 대상이 되곤 했다.

두테르테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마약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전통의 우방 미국에 등을 질 것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따라서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 필리핀 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지가 관건이다.

특히 미국에는 불법 이민자로 살고 있는 필리핀 국민이 30만 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지도 주된 관심사다.

jo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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