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이어..공산품 물가도 더 오른다(종합)

김정남 입력 2017. 1. 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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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집계 생산자물가, 최근 5개월 연속 상승
농산물 외에 공산품도 꿈틀..물가 더 오를 듯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 물가관계장관회의 겸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생산자물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12월) 생산자물가가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5개월째 상승세다.

지난 2013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생산자물가의 변화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소비자물가를 선행하는 측면이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을 이끈 건 공산품이었다는 점에서 추후 서민물가의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채소 과일 등을 넘어 공산품까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생산자물가 1년5개월 만에 최고치

19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2월 생산자물가 잠정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00을 넘어선 건 2015년 9월(100.33) 이후 처음이다. 같은해 7월(101.40) 이후 1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월 대비는 물론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의 상승 폭(1.8%)은 최근 몇 년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는 추세적인 변화로 읽힌다. 지난해 8월(0.1%)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 폭도 더 커지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국내 시장에 처음 출하할 때의 가격을 조사해 지수로 만든 것이다. 상당수 품목의 첫 공급가는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생산자물가의 흐름이 곧 소비자물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건 공산품이었다. 석탄·석유제품의 경우 그 상승률이 전월 대비 6.8%였다. 나프타(12.9%)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주원료다. 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성섬유 등이 나프타에 의해 제조된다. 버스 트럭 지프차 등의 연료로 쓰이는 경유도 11.2% 상승했다.

합성고무의 원재료인 부타디엔(BD) 가격도 급등했다. 상승률은 전월 대비 21.0%. 무쇠로도 불리는 선철의 생산자물가 역시 6.9% 상승했다. TV용 액정표시장치(4.7%) 같은 전기·전자기기도 크게 올랐다.

서민물가 폭등을 촉발시킨 무(47.7%) 딸기(72.7%) 토마토(37.2%) 등 농산물 생산자물가 급등과 함께 추후 일반 공산품 가격 상승을 내포하고 있는 주원료 물가의 급등도 눈에 띈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는 영향이 크다. 지난달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배럴당 52.08달러로 전월(43.90달러) 대비 10달러 가까이 올랐다. 해외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들은 국제유가가 올해와 내년 더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최근 2년 생산자물가지수 추이. 지난해 초 바닥을 찍은 이후 지난해 중반부터는 상승세로 접어들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비상 걸린 정부…“체감물가 높다”

생산자물가 뿐만 아니다.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입물가지수를 결합해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96.33으로 전월 대비 1.0% 올랐다. 2015년 8월(96.91)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에 수출물가지수를 더해 지수화한 총산출물가지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총산출물가지수는 97.69로 1.3% 상승했다. 이 역시 2015년 8월 97.71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리플레이션 기류는 대내외적으로, 또 품목별로 뚜렷해지고 있다. 한은이 집계하는 수출입물가지수도 꿈틀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주요국의 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지난 2014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 건 최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현상이다. 지난해 내내 0~1%대를 기다가, 9월부터 차츰 1% 중반대를 기록했고 단숨에 2%대에 도달한 것이다.

앞서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도 1.6% 올랐다. 이 역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였다.

미국 외에 일본 중국 유럽 등의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진행했다. MB정부 이후 4년 만에 장관급 회의체로 격상시킨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높다”면서 “수급 불안이 빈번하고 가계 지출비중이 큰 농축산물과 석유·통신 등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리플레이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는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물가가 폭등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까지는 유발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즉 디플레이션 수렁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을 뜻한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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