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희망펀드, 청와대서 금액 정해주며 대기업 참여 지시"

이혜리 기자 입력 2017. 1.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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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경련 관계자 검찰서 진술…미르재단 강제모금과 판박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 모금에 청와대가 대기업의 참여 액수까지 정해 참여케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이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에 대한 2차 공판에서 공개한 이모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의 진술서를 보면 이 상무는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청년희망펀드를 (2015년) 9월15일 발표한 이후 (청와대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지시가 내려와 기업인들이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이어 “기업인들이 1200억~1300억원 정도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를 전달받았고 (전경련) 박모 전무가 4대 그룹 임원에게 연락해 그 취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청년희망펀드의 대기업 참여 액수까지 정해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재단에 관여한 바 없다”고 했던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청년희망펀드를 운용하는 청년희망재단 설립 인가 과정에 의심이 드는 대목도 있다. 또 다른 전경련 관계자 이모씨의 진술에는 2015년 10월 청와대 회의에서 최상목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르재단 설립 인가를 서둘러야 한다며 “청년희망재단도 서면으로만 했고 이틀 만에 절차를 완료했다”고 한 부분이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박 대통령이 2015년 9월1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해 설립이 추진되고, 직접 2000만원을 기부한 곳이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언급 한 달여 만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0억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 150억원, 구본무 LG 회장 70억원 등 모금이 됐다. 특히 SK는 최태원 회장과 임직원들이 100억원을 기부했다. 당시는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직후였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24~25일 대기업 총수들 독대에서 청년희망펀드에 참여해달라고 말했다며 박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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