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고 카드빚까지..암 환자 '메디컬 푸어' 전락

박광식 2017. 1. 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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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원 치료비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카드 빚을 내다가 급기야 집까지 파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는데요, 이른바 '메디컬 푸어'라고 합니다.

최근 고가의 항암 신약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암환자들이 이런 '메디컬 푸어'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실태와 해법을,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김성순 씨는 최근 남편의 폐암 치료를 위해 30년 넘게 살아온 집을 내놨습니다.

새로 나온 항암 주사제를 한 번 맞는데 드는 비용은 340만 원가량, 넉 달 간 치료비만 무려 2천여만 원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김성순(이성목 씨 부인) : "저 주사약을 맞으면 (남편이) 사는데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게 너무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저 집이라도 내놨지."

주사를 맞은 뒤 이 씨의 암세포 크기는 20%나 줄었습니다.

이 씨 가족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생긴 거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성목(폐암 4기 환자) : "(항암 주사제를) 6차까지 굉장히 어렵게 맞았는데, 앞으로 더 맞자고 그러면 맞아야 하는 데 못 맞으면 쓰러지는 수밖에 없잖아요."

폐암 4기인 노종환 씨도 항암 신약 치료를 받으며 6년 넘게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건강은 좋아졌지만, 이 기간 노 씨 가족의 카드빚은 눈덩이처럼 불어 5천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노종환(폐암 4기 환자) : "있는 카드 없는 카드, 죽었던 카드까지 다 살려가지고 지금 (치료비가) 하여튼 5천만 그걸 카드로 할부로 해서..."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없는 이런 메디컬 푸어는 고가의 항암 신약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최근 더욱 늘고 있는 추셉니다.

건강보험이 비교적 잘돼있다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메디컬 푸어 문제가 발생하는 건 그만큼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는 얘깁니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의 평균 치료비용은 2,800만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72%, 무려 2천만 원가량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항암제 구입비로 추정됩니다.

항암 신약은 빠른 속도로 개발돼 시장에 나오고 있는 반면, 보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항암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비율은 48% 수준에 불과해서, OECD 회원국들의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입니다.

신약이 개발된 뒤 보험 적용 결정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문젭니다.

많이 단축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험 등재기간은 평균 320일, 여전히 OECD 국가들보다 2달 이상이 더 깁니다.

메디컬푸어를 줄이기 위해선 이 등재기간을 단축하려는 노력과 함께, 신약이 잘 듣는 환자만이라도 먼저 지원하는 등 대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박광식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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