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관위 실수로 사라진 연말정산 '정치자금' 항목

위문희 입력 2017. 1. 18. 19:56 수정 2017. 1. 1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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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 다시 제출 않으면 8만5000원 날려

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 17일 연말정산 서류 구비를 위해 국세청 연말정산 서비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기부금 항목을 조회하던 이씨는 지난해 한 국회의원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했던 10만원이 ‘법정기부금’으로 분류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만원 이하 정치인 후원금은 연말정산시 ‘법정기부금이 아닌 정치자금’으로 분류돼 전액 공제받을 수 있다”며 소액 후원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이씨가 이번에 확인해보니 정치인 후원금이 ‘정치자금’이 아니라 ‘법정기부금’으로 지정됐던 것이다. 정치자금과 법정기부금의 차이는 크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10만원 한도까지 연말정산때 전액 돌려받는다. 하지만 법정기부금은 2000만원 이하에 대해 15%만 공제를 해준다. 10만원을 고스란히 다 환급받을 줄 알고 10만원을 낸 후원자가 졸지에 1만5000원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같은 실수를 두고 중앙선관위와 국세청은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8일 “올해 정치자금 건수가 많아 이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코드를 안내받아 오류가 발생했다”며 “책임은 국세청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법정기부금 코드를 예시로 들었을 뿐이다. 이를 제대로 확인안한 건 중앙선관위 책임"이라고 했다.제대로 수정된 자료는 20일부터 연말정산 홈페이지에 반영된다. 때문에 19일까지 자료를 출력한 소액후원자들이 이를 그냥 회사에 제출할 경우엔 8만5000원의 손해(10만원을 후원한 경우)를 입게 된다.

본지 확인 결과 이씨 경우처럼 정치자금으로 분류되어야 할 후원금 등이 법정기부금으로 잘못 등록된 사례는 총 15만3400건이나 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9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정치인에게 내는 후원금이 1만2400건, 중앙선관위에 내는 정당기탁금이 4만3000건, 국민의당·정의당 당원들의 당비 9만8000건 등이다. 새누리당·민주당의 당비는 선관위를 안 거치고 당에서 자체적으로 연말정산 처리를 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20일 이후에 올라오는 수정 내역을 잘 확인하지 않으면 공제 금액이 적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선관위측은 “수정 자료가 올라오는 20일 이전이라도 후원금·기탁금, 당비 영수증과 함께 기부금 내역을 다시 제출하면 정치자금으로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수증을 분실한 경우엔 해당 정치인 후원회 등에 연락해서 우편으로 받거나 또는 정치후원금센터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 절차를 거쳐 재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국세청도 이날 연말정산 서비스 홈페이지에 이번 오류와 관련한 공지문을 띄웠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자료를 회사에 제출한 소액후원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씨는 “선관위가 실수는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우리보고 알아서 잘 정산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뒤늦게 수정사실을 알았더라도 5년 이내에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갖춰 경정청구하면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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