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rule] 기성용의 시뮬레이션 논란, 그 규정의 역사

서재원 기자 2017. 1. 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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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축구`는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복잡한 규정과 규칙, 용어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도 축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확실하나, 때로는 그것들에 대한 정의 또는 설명이 부족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인터풋볼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갖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편집자주]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 한 경기에서도 수없이 많은 눈치게임이 존재한다. 시뮬레이션(simulation) 액션, 혹은 헐리우드(Hollywood) 액션이라 불리는 선수와 주심간의 신경전, 이 논란이 지난 주말에도 발생했다.

논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 기성용(28, 스완지 시티)이었다. 지난 15일 자정(한국시간)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와 아스널의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이 경기에서 한 장면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스완지가 0-1로 끌려가던 전반 43분,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침투하던 기성용이 로랑 코시엘니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나 주심은 오히려 기성용의 반칙을 선언했고, 경고를 줬다. 결정적인 동점 찬스를 놓친 스완지는 내리 세 골을 더 내주며 0-4로 대패했다.

경기 후 스완지의 폴 클레멘트 감독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페널티킥이라 소리쳤고, 나는 주심이 페널티킥을 주는 줄 알았다"면서 "기성용이 하프타임에 내게 페널티킥이 맞다고 말했다. 몇 번을 돌려봤고, 분명 접촉이 있었다"고 주심의 오심을 지적했다.

기성용도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페널티킥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코시엘니의 다리에 걸렸다. 하지만 주심은 다른 판정을 했다. 판정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은 점에 실망스럽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주심의 판정은 `시뮬레이션`, 다른 이의 시선은?

주심의 판정은 이미 내려졌다. 기성용이 시뮬레이션 액션을 취했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에 대한 규정은 국제축구연맹(FIFA)가 발행한 `경기 규칙(Laws of the game)` 12조에 반스포츠행위(Cautions for unsporting behaviour)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부상을 가장하거나 또는 반칙을 당했다고 주심을 속이기 위한 시도를 한다면(시뮬레이션)`로 간단히 설명돼 있을 뿐이다.

결국 `심판을 속이는 위한 시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심(혹은 부심)의 주관에 의해 결정되며, 때문에 판정 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허점이 존재한다.

기성용에 대한 판정의 경우에도, 주심의 위치와 시각, 카메라의 각도 등에서 다르게 판정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PL 전 심판인 더 못 갤러거도 17일 영국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다섯 명이 앉아 이 장면을 보았다. 두 사람은 페널티킥이라 했고, 두 사람은 다이빙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은 중립을 지켰다.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다른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이 장면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갤러거는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페널티킥이 아니라면 그가 왜 넘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어야 했다. 나는 무릎이 부딪혔다고 생각했지만, 주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잘못된 결정이지만, 주심의 판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 시뮬레이션에 대한 처벌 규정, 어떻게 탄생했나?

주심을 속이는 행위, 시뮬레이션은 축구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규정이 강화된 시점은 분명했다.

때는 1998 프랑스 월드컵.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준결승전이 그 시발점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프리킥 상황에서 크로아티아의 슬라벤 빌리치(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가 로랑 블랑(전 파리 생제르망 감독)과의 경합 과정에서 얼굴을 잡고 넘어졌고, 블랑은 즉각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리플레이 화면에서 블랑이 빌리치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가격하는 장면은 없었고, 결국 빌리치의 속임수임이 밝혀졌다.

당시에도 이 장면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다. 블랑은 "빌리치가 내 유니폼을 잡아당겼고, 그를 밀쳤을 뿐이다. 주심이 확인도 안하고 레드카드를 꺼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빌리치는 "블랑이 분명 나를 쳤다"고 고집스럽게 주장했고, 오히려 크로아티아 현지 언론으로부터도 뭇매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블랑은 이 퇴장 판정으로 브라질과의 결승전에 뛰지 못했다.

FIFA는 이 사건을 포함해 `선수들이 주심을 속이는 행위`를 심각한 문제로 삼았고, 이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 이에 국제축구협회이사회(IFAB)에서 이듬해 2월 `경기장 위에서 행해지는 모든 시뮬레이션에 대해 옐로우 카드를 부여한다`는 규정을 신설했고, `경기 규칙`에 포함시켰다.

이어 FIFA는 다음 대회인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선수들의 `시뮬레이션`에 대해 경고는 물론, 상황에 따라 퇴장을 주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에서 프란체스코 토티의 두 번째 경고 후 퇴장도 시뮬레이션에 대한 처벌 강화가 낳은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글= 서재원 기자

사진= 경기규칙(Laws of the game 2016/17) 캡쳐, 유투브 영상(BBC)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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