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브렉시트' 큰소리친 영국, 엇갈리는 그들의 미래

정인지 기자 2017. 1. 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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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지표는 호조세..'낙관론' 경계 목소리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영국 경제 지표는 호조세…'낙관론' 경계 목소리도]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가 무사히 연착륙 할 수 있을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한 가운데 영국 경제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환율 빼고 경제지표 다 좋았다=브렉시트 영향이 가장 빠르게 반영된 경제지표는 소비자물가다. 달러 대비 파운드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현재까지 15.7% 하락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해 최근 2년 6개월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타 경제지표들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전년 동기 대비 기준)로, 브렉시트 투표 전인 1분기(2%), 2분기(2.2%)에 이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유로존(1.6%)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운송장비 투자와 건설투자가 크게 늘어 전체 기업투자가 증가했고, 3분기 성장률 2.2% 중 1.6%포인트가 가계소비에서 나올 만큼 소비가 영국 경제를 견고하게 받치고 있다. 8~10월 영국의 실업률은 2005년도 이후 최저 수준인 4.8%까지 하락했다. 고용경기가 개선되면서 임금도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영국 런던 증시 FTSE 100 지수의 1년간 추이


주식시장도 활황세다. 영국 FTSE 지수는 올해 들어 장중 7297포인트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의 호조세는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며 내비친 '강한 영국' 자신감의 바탕이 되고 있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드 브렉시트가 실제로 실행된 것이 아니라서 경제지표에 아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브렉시트가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영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영국이 중국,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준비 중이고 법인세 감면 카드를 내놓으면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브렉시트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소비가 탄탄해 영국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물가 인상을 고려해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부정적 영향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 지적=그러나 영국 경제 낙관론이 우세한 것은 아니다. 영국 수출의 44%가 대 EU인만큼 EU 탈퇴에 따른 무역 감소는 불가피하다. 그동안 자동차, 금융, IT 등 글로벌 기업들은 영어를 사용한다는 이점에서 영국을 유럽시장의 관문으로 활용해왔다. 영국의 EU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면 EU 금융거래 주도권 위축, 글로벌 기업의 사무소 이전과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이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기업인 HSBC는 투자은행 업무 일부를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전하는 은행 거래 업무에는 글로벌 뱅킹과 마켓 오퍼레이션과 같은 사업이 포함된다. 지난해 9월 크레딧스위스도 브렉시트 이후 약 20%의 런던 은행 거래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도 아직까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투자자들이 수요 감소와 파운드 약세를 피해 영국 부동산 투자를 줄일 수 있어서다. 부동산투자는 주로 5년 이상 장기 투자 계약이 많아 브렉시트 협상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증가에 거래량은 감소했다. 부동산업체 라이트무브가 16일 발표한 1월 영국부동산 평균 호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지만 매물은 14% 감소했다.

영국 경제 전문가들도 영국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자그지트 차드하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협상 불확실성은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분석 및 자문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미스의 폴 홀링스워스 이코노미스트도 "정부의 계획이 보다 명확해졌다고는 하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결국 어떻게 협상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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