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 '10억원 현상금' 약속한 삽자루, 남은 재산은 구형 그랜저라는데

손호영 기자 2017. 1. 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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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인기 수학 강사 삽자루(본명 우형철)가 유튜브에 올린 '이투스에 촛불을' 영상 캡쳐. 삽자루는 동영상에서 제보자들을 통해 받은 불법 바이럴 마케팅(댓글 아르바이트)의 증거자료를 공개했다./유튜브 캡쳐

“깔끔하게 10억원. 돈은 없지만, 장기 팔아서라도 10억원 드릴게요”

지난 3일, 인기 수학 강사 ‘삽자루(본명 우형철·53)’가 동영상 강의를 통해 현상금을 걸었다. 자신이 몸 담았던 ‘이투스교육’의 불법 댓글 아르바이트 증거를 제보하는 사람에게는 ‘10억’을 주겠다고 했다. 이투스교육은 연 매출 2000억대의 업계 1위 인터넷강의 동영상 제공업체다.

동영상이 공개되고 3일 뒤인 지난 6일, 서울 H 대학교의 한 학생이 삽자루에게 제보 메일을 보내왔다. 해당 학생은 “8년 전 삽자루의 ‘좁수’, ‘815통계해방’ 등 강의를 듣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고 했다. 그는 “댓글 알바를 한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한 일이고 그렇게 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인지는 몰랐다. 학생들을 기만한 것에 대해 뼈저린 후회와 반성을 하고있다”고 했다.

삽자루는 7일 저녁 직접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는 2015년 10월 말부터 2017년 1월 6일까지 불법 댓글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면서 사용한 이메일 계정과 14개월간의 모든 지시 사항, 보고 사항이 담긴 엑셀 파일을 삽자루측에 제보했다.

첫 번째 제보자는 앞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구에게 연락해 추가 제보를 권했고, 두 번째 제보자 역시 삽자루측에 업무용 메일 계정을 남겼다. 그는 2015년 1월부터 5월 30일까지 첫 번째 제보자와 같은 내용의 불법 댓글 마케팅 활동을했다. 첫번째 제보자가 제보한 계정에는 보고서를 받는 주체가 Gmail의 익명 계정이었지만, 두 번째의 경우 이투스 계정을 사용을 사용하는 책임자가 알바들에게 작업 내역을 보고 받았다.

그는 당시 이투스 온라인사업부 마케팅팀 과장으로 일하던 한 모 과장으로, 지난 9일 삽자루에 불법 마케팅 증거를 전달한 세 번째 제보자다. 그를 포함한 마케팅팀의 직원 4명은 사태가 벌어진 직후 회사에서 직위해제됐다. 그는 수년간 이투스에서 일하면서 100GB 분량의 불법 바이럴 마케팅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사태의 핵심 제보자로 꼽힌다.

또 이투스의 신승범 사장이 “1월 2일 사장에 취임한 후 해당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신 사장은 이미 2014년 말부터 본인과 작업 방법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아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삽자루측과 접촉한 뒤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이투스측은 '야구에 관심 많은 반수생 문과 남자', '게임에 관심 많은 재수생 문과 남자'등으로 콘셉트를 설정해 치밀한 댓글 작업을 벌였다./유튜브 캡쳐

제보자들의 증언과 제보 자료에 따르면 이투스는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재학생들을 포함해 명문대 재학생들로 ‘댓글 알바 팀’을 여러 개 꾸려 불법 마케팅을 벌여 왔다. 수험생들이 무엇을 궁금해할지도 잘 알고, 수능 커리큘럼과 유명 강사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들은 한 달에 135만 3800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인문계 2명, 자연계 2명 등 6명으로 구성된 이들 팀은 회원수가 수십만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일반 수험생인 것처럼 활동했다. 대포폰을 이용해 257개의 포털 휴면 계정을 확보했고, 그 아이디로 자사 인터넷 강의·강사를 홍보하는 한편 경쟁 업체 강사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이 댓글 활동에 특별히 주력한 시기는 수능이 끝난 직후였다. 고2 수험생들이 고3으로 넘어오면서 인터넷 강의를 활발하게 구매할 시기에 이들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 시점에 알바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이들은 평소 ‘반수생 문과 남자’, ‘고3 문과 여자’ 등 정체성을 지정해 활동했고, ‘야구’나 ‘게임’, ‘연예인’ 등 수능과 관련 없는 주제로 글을 수십 건 올리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댓글 알바로 10억 벌기 성공!”이라며 “댓글 알바로 인생 역전”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제보자들은 강사 삽자루가 공언한 10억 현상금을 받을 수 있을까.

스카이에듀 측은 “삽자루 선생님이 허언은 안하시는 걸로 안다”고 했고, 삽자루 수학 연구소 측은 “10억원이 아깝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강사 삽자루 본인은 “제보 당시 3명 중 2명은 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10억은 제가 해결할 문제다. 저는 콩팥을 팔아서라도 줄 것”이라고 했다.

삽자루 측이 제보자에 10억을 줄지, 없던 일로 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보자들이 돈 10억을 바라고 자료를 넘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사 삽자루는 지난해 12월 8일 나온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투스측에 126억을 물어줘야 한다. 이투스와의 전속 계약을 위반하는 데 따른 손해배상액이다. 삽자루는 동영상에서 “이투스에 126억 맞은 뒤에 집, 통장이 모두 압류됐다. 딱 하나 남은 건 10년 된 그랜저XG”라고 했다.

당시 삽자루는 “계약 당시 이투스와 ‘불법 댓글마케팅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는데, 이투스측에서 불법 광고를 했다”며 “계약을 위반한 것은 내가 아니라 이투스”라며 항소했다.

이전 재판에서는 이투스측에서 불법 마케팅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삽자루가 126억을 그대로 물게 됐지만, 증거가 명확히 밝혀진 만큼 다음 재판에서는 판결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게 삽자루 측의 입장이다.

과연 삽자루는 126억원 배상을 없던 일로 돌려놓고, 공언한 ‘10억원’을 제보자에게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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