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어때".. 일본 女작가 3인방 유쾌한 독설

최현미 기자 2017. 1. 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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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준코·지즈코… 에세이집 韓 출판가 강타

결혼·아이·일·가족·죽음…

기존 관념에 대한 비틀어보기

‘자기만의 삶 살아라’ 메시지

사회에 냉소적이지만 따뜻함

다양한 삶의 취향 존중·지지

20代부터 중년 여성까지 호응

“혼자라도 괜찮아. 아이가 없으면 어때,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의 인생을 살아.” 이렇게 말하는 유쾌한 독설의 일본 여성 작가 3인방이 출판가를 휩쓸고 있다.

이 ‘당찬 언니’들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노 요코(佐野洋子·1938∼2010), 2003년 아무리 멋진 커리어 우먼이라도 30대를 넘기고 결혼을 안 하고, 아이가 없으면 마케이누(負け犬·싸움에 진 개), 즉 인생의 패배자라는 내용의 책 ‘마케이누의 절규(負け犬の遠吠え)’를 출간해 일본 사회를 뒤집어 놓은 칼럼니스트 사카이 준코(酒井順子·50),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 ‘두려운 사회학자’로 불리는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69) 도쿄(東京)대 명예교수이다.

지난주 준코의 에세이집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아르테)에 이어 이번 주 요코의 ‘문제가 있습니다’와 지즈코가 다른 사회학자와 함께 쓴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동녘)가 나왔다. 제목대로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는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여성들은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시선에,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는 결혼을 당연시하는 관념에 정면, 측면으로 딴지를 건다.

이들은 세대가 다르고 활동 분야도 다르지만 결혼, 아이, 일, 가족, 좀 더 넓게는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 특히 여성들이 아프게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기존 관념을 가볍게 비틀어 내던지고 남들이 뭐라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세상을 상당히 냉소적으로 쳐다보고 독설을 날리지만 놀랍게도 유머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며 중심을 잡는다. 무엇보다 이들은 삶과 취향의 다양성을 지지하며 그 맥락에서 자신과 세상을 품어내 20대부터 중년에 이르는 광범위한 여성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유쾌한 독설 산문집 인기의 출발점은 2015년 나온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이다. 두 번 결혼, 두 번 이혼을 거치고 아들과 매우 독립적으로 살던 요코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뒤 풀어낸 넘치게 솔직한, 그래서 유쾌하고 마음이 찡한 이 에세이집이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자 다른 출판사들이 요코 잡기에 나섰다. ‘사는 게 뭐라고’는 6만 부 이상 팔렸다. 그 뒤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 ‘자식이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등이 잇따라 출간됐고, 올해도 여러 권이 나올 예정이다.

요코의 배턴을 이은 작가가 준코다. ‘100세 인생’ 시대에 중년 여성이 겪는 불안과 갈등, 당혹감과 비애를 친구와 수다를 떨듯 솔직히 풀어낸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바다) 역시 30대 이상 독자들의 관심을 끌며 출간 2개월 만에 4쇄 6000부가 팔려 나갔다. 상당한 선전이다. 이런 흐름 속에 지즈코의 솔직한 에세이 ‘느낌을 팝니다’가 지난해 출간되면서 그 역시 이론적인 여성학자 이미지를 깨고 3인방 대열에 합류하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이들 책은 성공한 여성의 성공담이 아니고 선배들의 ‘가르침’도 아니다. 결혼, 이혼, 아이 문제 등으로 편치 않은 사회적 시선을 받았던 이들이 자신이 받았던 불편한 시선과 이로 인한 상처까지 드러내면서도 당당한 자기 삶을 통해 이를 넘어서는 길을 보여준다. 여성 독자들의 환대를 받고 있는 이 책들은 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드러내 20대 여성들의 열광을 끌어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싱글 여성의 작은 슬픔과 작은 기쁨을 담담하게 묘사해 팬덤을 형성한 만화가 마스다 미리라는 ‘여성 공감 서사’ 계보를 잇고 있다.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나이로는 중년 이상 작가들인데, 20대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며 “결혼, 아이, 일, 자기만의 삶과 같은 주제들이 젊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꼰대’가 아닌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언니’들의 유쾌하고 당찬 이야기, 절절하지만 냉정과 유머를 잃지 않는, 품위 있는 이들의 수다가 사회는 변했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벽을 느끼는 여성 독자들에게 소구력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일러스트 = 아르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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