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창업' 권하는 SBS, 매뉴얼이 너무 부실했다

주철진 2017. 1. 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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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진의 이슈뷰] 계속 도전하라는 SBS <일요 특선 다큐멘터리> '청년 NEW 매뉴얼'

[오마이뉴스 글:주철진, 편집:곽우신]

수업료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돈. 취업하지 못한 대학생이 졸업을 유보하는 대가로 학교에 내야 하는 졸업 유보비다. 정확히 어떤 명목으로 사용되는지, 얼마가 적정한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 금액은 해마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의 증가로 늘어나고 있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들과 맞물려있다. 자기소개서 공포에 시달리는 병을 뜻하는 '자소서 포비아', 다수의 스펙을 가지고도 인턴만 반복하는 세대를 뜻하는 '호모인턴스', 인문계열의 구할이 논다는 '인구론'까지. 청년 실업률이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은 희망보다는 잿빛과 닮은 인생을 마주하고 있다. 졸업 이후 갈 곳이 사라진 청춘들은 공백의 시간이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 재학생의 신분을 돈으로 유지하고 있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을 해도 아깝지 않을 나이이지만 높은 청년 실업률과 삭막한 현실은 청춘들을 꿈꾸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청춘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청춘들의 삶의 방향을 SBS <일요 특선 다큐멘터리>에서 제시하겠다고 나섰다. 과연 청춘들은 새로운 매뉴얼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희망은 사라진 시대... 어떻게 해야 할까

 빅데이터 전문가 서진수씨는 "2015년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위권이었지만 존재했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라고 말한다.
ⓒ SBS
빅데이터 전문가 서진수씨는 "2015년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위권이었지만 존재했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연애, 결혼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에 대해 방송은 취업만이 과연 정답인지를 되묻는다.

결정된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청춘들. 방송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기에 결심하기 어려웠을 그 길을 걷는 청춘들의 삶으로 안내한다.

서울시 금천구에는 스마트 기기 시장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 남자가 있다. 선글라스를 만들고 있는 양희욱씨다. 그의 선글라스는 어딘가 특별하다.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통화까지 할 수 있다. 음파가 두개골에 전도되어 직접 내이에 전달되는 현상인 '골전도' 방식을 사용한 그의 선글라스는 멋 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기에는 구린 건 만들지 않는다는 그의 사업 철학이 담겨있다.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그의 '골전도 선글라스'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국내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모금액을 모았다. 자신이 만든 물건을 애용하고 사랑해주는 것이 진짜 하고 싶었다는 그는, 매우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행복하다. 끝까지 멋진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다짐에는 비장함과 함께 즐거움이 묻어난다.

청년 체감 실업률 34.2%.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꿈을 포기하게 되는 청춘이 점점 더 많아지는 요즘이라지만, 한쪽에서는 오히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퇴사하기도 한다. 이는 무작정 취업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김홍섭씨는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푸드트럭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주변의 시선보다 본인의 삶을 즐기기로 했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느라 새벽에 잠드는 일정이지만 그의 표정은 밝다.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빠져들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았을까. 웨딩슈즈 회사를 운영하는 임미나씨는 평소 관심 있던 구두와 관련된 창업을 했다. 패기 있게 도전했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고 창업 3년 차에 슬럼프를 겪었다. 그녀는 실패했던 경험과 창업 교육의 힘으로 '웨딩슈즈'라는 특별한 포인트로 집중도를 높였고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실패가 성공을 더욱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내가 무조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하는 도전 그게 저는 무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실패했을 때, 다시 딛고 시도를 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임미나씨는 도전을 계속할 수 있을 때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도전이란 청춘이기에 가지고 있는 특권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아무리 청춘이라도 실패는 아프다.

청춘이라고 해도, 실패는 아프다

 창업하고 3년, 폐업하는 가게가 68%이다. 10개의 가게가 창업 했을 때 7개 정도의 가게가 망한다는 말이다. 성공하는 가게는 평균적으로 3곳. 이 중에는 2번, 3번의 시도를 통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성공한 곳도 있을 것이다. 즉, 첫 번째 창업으로 성공하는 가게의 숫자는 엄청나게 적다는 것이다.
ⓒ SBS
한 때, 유행했던 책이 있다. 바로 김난도 작가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그는 자신이 서울대 교수 임용에 계속 실패하던 경험을 예시로 들며 청춘들을 어설프게 위로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아픔을 겪어 보지 못한 그의 어설픈 위로는 곧 외면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냐!"

물론, 청춘들에게는 무수한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번 새로운 길을 걸어볼 만큼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창업하고 3년, 폐업하는 가게가 68%이다. 10개의 가게가 창업했을 때 7개 정도의 가게가 망한다는 말이다. 성공하는 가게는 평균적으로 3곳. 이 중에는 2번, 3번의 시도를 통해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성공한 곳도 있을 것이다. 즉, 첫 번째 창업으로 성공하는 가게의 숫자는 엄청나게 적다는 것이다.

실패하면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면 되지 않냐고? 모두가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왜냐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것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니 가능한 것이다.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면 되지 않냐고? 우리나라의 최저시급은 2017년 기준 6470원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곳들도 많다. 게다가 실패를 통해 생긴 적자나 당장 생활비도 충당해야 한다. 결국, 여러 번의 도전에서 교훈을 얻고 끝끝내 성공을 달성하는 사람들이란 돈과 시간이 많거나 지독하게 열악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일요 특선 다큐멘터리>는 청춘들의 삶의 방향인 '신 매뉴얼'을 '창업'이라고 제시했다. 오로지 '취업'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창업'을 소개했다. 과연 정말로 '창업'이 청춘들의 사라진 희망을 되찾을 방법인 것일까?

방송은 창업을 훌륭히 성공한 여러 명의 사업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실패의 아픔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비추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추진으로 시작되었던 창업 지원의 결과는 78만 개의 기업의 폐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패의 늪에서 다시 나오지 못했을까. 다시금 도전해 볼 수 있는 환경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청춘들에게는 단 한 번의 실패도 극복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청춘이라도 실패는 너무 아프다. 진정으로 청춘들의 '희망'을 되찾아 줄 방법은 끝없이 '도전'하라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청춘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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