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발연부산학연구센터,『6.25 피란생활사』발간

김태현 2017. 1. 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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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현 기자 ]  6.25 피란민들의 생생한 삶과 기억을 담은 구술생애사
 부산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의 기억의 역사

부산발전연구원(원장 강성철) 부산학연구센터는 피란수도로서의 부산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를 연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리즈 두 번째로『6.25 피란생활사』를 발간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부발연은 2015년에『피란수도 부산의 문화예술』을 발간한 바 있다. 6.25 전쟁으로 피란 온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하기까지의 생생한 삶을 구술생애사로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평가다.

6.25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 최남단, 최후의 보루였다. 많은 피란민들이 대거 유입되고, 정부부처가 이전했다. 원주민들로도 이미 채워진 산동네 곳곳으로 피란민들이 비집고 찾아들어갔다. 유심히 살펴보면 아직도 부산 곳곳에 피란민들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6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피란의 흔적은 쇠락하거나 사라져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피란민들의 기억과 삶의 자취들도 잊혀져가고 있다. 그러나 그 피란민들의 기억과 활동은 오늘의 부산이 있게 한 부산정체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들의 기억과 생존의 여정을 기록하는 것은 부산의 근대적 뿌리를 찾는 작업이다.

 피란시절을 보내고, 본인의 체험을 기억하고, 구술할 수 있는 대상자를 찾기 위한 필진들의 노력은 대단했다. 부산 토박이로 피란민들과 함께 생활한 분과 제각기 사연을 안고 전쟁을 피해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 등 총 9명을 어렵게 발굴해 이들의 생애사를 담았다. 이들의 인생의 우여곡절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신산(辛酸)했던 피란이야기와 더불어 배경에 깔린 전쟁의 참상과 애환을 엿볼 수 있다. 구술조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하되, 구술 내용에 등장하는 특정 공간이나 사건, 제도, 문화 등은 문헌자료 검토를 통해 객관성을 검증해 기억과 기록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필방식을 동원했다.
 
 이 책은 주생활 근거지와 활동 근거지, 피란시기 등을 고려해 구성됐다. 이용환, 김응자, 신광전의 주생활 근거지는 아미동과 감천동이다. 신명섭, 장선오, 김종필의 활동근거지는 깡통시장, 국제시장, 남포동 등지이다. 피란민의 주생활근거지와 피란민들이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장공간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각 구술자들의 삶의 배경이 되는 부산의 공간성과 시간성을 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를 통해 피란민들을 때로는 끌어안았고, 때로는 실망시켰던 피란민 정책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상이군경과 유가족이 교사가 될 수 있었던 교육계 정책, 천막교실, 피란민과 토박이 간 또는 피란민과 피란민 간의 문화충격 등 다양한 생활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피란시절을 단지 힘들고 외롭던 시간들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피란생활사도 부산의 혼돈과 한국 전쟁의 아픔을 단순히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의연하게 살아 낸 세대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연구를 책임진 채영희 교수(부경대)는 이들의 삶의 모습을 ‘그 특별한 시기를 평범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낸 위대한 생존의 서사’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피란수도로서의 부산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 생활문화,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이들의 삶의 기록들이 미래적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이 민족적 비극의 역사를 기록한 산물을 넘어 부산의 미래적 자산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작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이 등재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위로부터의 기록과는 달리 이와 같은 아래로부터의 기록작업은 등재과정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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