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연탄 봉사 열에 여덟 번은 후회했어요"

TONG 입력 2017. 1. 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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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바울·연성현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이번 겨울은 덜 추워서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이웃들에게는 여전히 혹독한 계절이다. 그런 이웃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연탄 봉사를 하고 있다. 전북연탄나눔 대표 정현수 목사를 만났다.
전북연탄나눔의 정현수 대표.

Q : 전북연탄나눔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A : 제가 전북사랑나눔이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이 단체는 청소년 대상 교육봉사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물질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더라고요. 전주연탄은행이라는 연탄 나눔 단체를 보고 감명을 받았고, 방법을 달리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북연탄나눔을 만들게 되었죠. 2014년 10월에 조직해서 그해 12월 첫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Q : 신생단체라서 어려움이 많은가요?
A : 네. 회원수가 40명 정도로 적어서 아직 연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주말, 공휴일에만 봉사가 가능하고 스케줄 잡기도 어렵고, 연탄 공급에 차질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연탄을 공급하려면 트럭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희 단체가 트럭이 없어서 대여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트럭 대여 스케줄 잡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고요. 또 자원 봉사할 사람들이 없어서 고생한 적도 있어요. 어떤 때는 예정된 자원 봉사자들이 나오지 않아서, 저희 가족과 수혜자 가족끼리 700장 정도를 나른 적도 있고요.

Q :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가장 중요한 것은 스케줄이에요. 도움을 받을 대상도 정해야 하고, 날짜와 장소도 정한 뒤에 봉사자를 구하는 거죠. 평상시에 한다고 했던 사람들도 날짜가 안 맞으면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항상 도와줄 수 있는 팀원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는 전주시 자원봉사센터하고 연계를 계획하고 있어요.
이번 겨울에도 전북연탄나눔 회원들은 연탄봉사를 했다. [사진제공=정현수 대표]

Q :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A : 많은 생각이 들죠. 가장 어려운 점은 수혜자 선정이에요. 전주 지역에 연탄을 쓰는 사람들은 거의 한정되어 있거든요. 근데 대부분은 이미 지원을 받는 분들이에요. 그렇기에 진정 연탄이 필요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또 찾았다고 하더라도 지원을 못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지난해 수혜자 중에 그전까지 한번도 연탄 지원을 못 받았던 가정이 있었어요. 아주 힘들고 어렵게 사는 가정이었는데도요. 이유가 뭐냐면 너무 높은 고지대에 살아서 차로 배달이 어려운 경우였어요. 저희가 그 집에 연탄을 나르기 위해 많이 애먹었죠. 수혜자 가정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 면사무소, 학교, 지인 등을 통해 추천 받기도 하고, 제가 직접 찾은 경우도 있어요.

Q : 보람이 크시죠?
A : 사실은 그렇게 연탄봉사를 하면서 한 80% 정도는 하면서도 후회했어요. 20% 정도는 주면서 보람 있었지만, 80% 정도는 ‘이 집은 굳이 줄 필요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탄이 왜 넘쳐나는가를 보니, 연탄 봉사가 시각적 요소가 크더라고요. 봉사자들이 나름대로 자기만족을 느끼면서도 남에게 봉사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사진 찍어서 홍보하기에 참 좋은 수단이더라고요. 그래서 봉사활동이 연탄 나눔 행사에 집중되고요.

Q : 그럼 앞으로도 이 단체는 계속 연탄 봉사를 하나요?
A : 저희 단체의 향후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려운 가정에게 연료를 제공하고 또 하나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거예요. 조금 지나면 단체 이름에서 '연탄'이라는 단어를 빼려고 해요. 그리고 기름 보일러를 때는 어려운 집을 돕고 싶어요. 자원봉사자도 필요 없고, 단순히 주유소에서 트럭 가져다가 호스 하나만 연결해서 석유 넣어주면 되거든요. 그래서 연탄에 비해서 시각적인 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오히려 정말 도움이 필요한데도 소외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큰 돈 들어가는 것은 해 줄 수 없지만, 도배나 싱크대 교체 같은 자잘한 주거환경 개선을 도와주고 싶어요. ‘봉사는 은밀하게, 운영은 투명하게’.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 받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할 수 있어요. 은밀하게 도와주고 싶고, 단체는 투명하게 운영하고 싶어요. 아직은 재정도 취약하고 취지도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렵지만 내후년쯤에는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요.
[사진제공=정현수 대표]

Q : 그럼 앞으로 연탄 봉사는 안 하시는 건가요?
A : 아니요. 저희는 계속 연탄 배달은 할 것입니다. 원래 연탄봉사는 여름에 해야 하거든요. 겨울에 하면 연탄이 축축해서 잘 타지가 않아요. 여름이나 가을에 배달해야 겨울이 되면 다 말라서 잘 타거든요. 하지만 사람들한테 보여주기에 불편하고, 시기상으로도 여름이 적절하지가 않아 많은 단체들이 겨울에 봉사활동을 해요. 저희도 여건상 겨울에 연탄 배달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연중무휴로 연탄 배달을 하고 싶어요. 연중무휴 연탄 배달, 기름 연료 봉사, 주거환경 개선에 중점을 둬서 활동할 계획입니다.
글=정바울(전북사대부고 2), 사진=연성현(전북사대부고 2) TONG청소년기자[추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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