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좌절하고 버티는 직장인을 위한 책

2017. 1. 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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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김미형 옮김 엘리·1만2800원

‘퇴사하겠습니다.’ 차마 입 밖에 내뱉지 못한 말을 노트북 자판으로 치니 묘한 카타르시스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제목처럼, 마음속에 사표 한 장 품지 않은 월급쟁이가 과연 존재할까.

“사표, 그것은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혁명”이라며 시도때도 없이 퇴사를 부르짖다가 10년 만에 회사를 때려치고 ‘언론사 밖 언론인’의 길을 가는 선배 기자가 있었다. ‘선배는 뭐 취재할 때 제일 재미났나요’라는 후배의 열정(?) 넘치는 질문에 “사람이 왜 사니, 아침에 눈 뜨니까 사는 거야”라며 ‘인생사도 관성의 법칙’이라고 설파하던 회사 선배도 있었다.

전자처럼 살기에는 용기는 물론 예금통장 잔액도 비루하고, 그렇다고 관성의 법칙에 몸을 맡기기엔 마음속 어딘가에 찝찝함이 남아 있던 중, 이 한 문장이 뉴턴의 사과처럼 쿵 소리를 내며 심장으로 굴러떨어졌다.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적당히 좋아하면 됩니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저자가 나이 50세에 28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며 느낀 점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쓴 책이다. 그렇다고 퇴사를 종용하는 책도, 그래도 견디라고 희망고문하는 책도 아니다. 회사의 일과 나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든 재정비하려는 저자의 고민은 매일 사표와 월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월급쟁이들에게도 유효하다. 인사에서 밀리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양 무너지고, 무심코 던진 상사의 한마디를 애인의 갑작스런 이별통보마냥 곱씹어야 하는 한국과 일본의 회사에서는 특히 그렇다. 저자는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자기 안의 ‘회사 의존도’를 낮추라고 조언한다. 회사는 좋은 ‘인생 학교’지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드는 것”만큼은 더 없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인생’은 아니라고 믿지만 수없이 좌절하고 또 버티는 회사원들에게 저자의 퇴사 일기는 잔잔한 공감으로 다가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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